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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빵 Nov 17. 2024

3. 신혼 이혼, 내가 몰랐던 남편의 모습

나를 사랑하던, 내가 사랑했던 모습은 진짜일까?


아빠가 속이 많이 상했다. 가끔은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나를 과잉보호한다. 그런 아빠를 보는 내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슬프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들어보고 싶다며, 아빠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항상 다정하게 아버님, 이라 부르면 우리 아빠 쑥스러운듯 좋아라 했었는데,  사람은 어디로 사라진건지 목소리 낮추고 더없이 사무적었고,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죄송하다는 사과 끝까지 없었다고 한다.


우리 아빠에게 상처를 준것도 분노가 치미는데, 지가 잘못한 주제에, 멀쩡한 내인생에 이런 폭탄을 터뜨린 니가 감히 우리 아빠한테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다니.


그러면서도, 이해가, 납득이 잘 안된다.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미성숙한 20대 초반도 아니었다.

7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하며, 내가 고르고 골랐고 검증한 완벽한 내 사람이었다.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어서 누구보다 말이 잘통했고,

내가 불안할 때면 든든하게 나를 잡아주던 사람이었다.

결혼 이후에 알게된. 가정환경에 치명적인 단점들도, 내가 그걸 덮고 보호해줘야지 을 정도로 나에게 확신을 주던 사람이다.


이혼하자는 너는, 더이상 나에게 너는 내 사람이 아니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표정으로 거리를 두고, 무너져 우는 모습에 동요하기를 거부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의 차가운 태도에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누구보다 니가 제일 잘 알면서 그렇게 매몰차게 혼자서 나를 버려왔니.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평생을 약속한 가족을 이렇게 단칼에 도려내니.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기엔 지난 시간들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시절 너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책임감 없이 게 마음을 옮겨대는 사람들을 혐오했고, 나보다 먼저 나와의 평생을 약속했다.


혼란스럽다. 그러나 어차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무논리엔 무논리로, 이해하지 않고 덮어보기로 한다.

네가 없는 나로 살아가려면 나도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지.


나 이제 우리를 떠날 거야.












*


위로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이해해주시고 같이 화내주시는 익명의 위로가 이렇게 힘이 큰줄 몰랐습니다.

죽을것같아서 털어놔보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뭐라도 해보길 잘한것 같아요.

아직은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잘 이겨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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