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에곤 쉴레의 작품이 표지에 있어 끌렸던 소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로 시작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행운아 요조의 외적인 평판과 내면의 혼란의 충돌에 대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자서전 같은 작품이다.
책 표지의 에곤 쉴레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1912)>도 자화상이다. 에곤 쉴레는 보기 드문 미남인 데다 거울 보기를 좋아했으며 열여섯 살에 빈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할 정도로 천재적인 소질까지 가졌었다. 그는 전신 거울을 이용해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22살에 불안한 듯 살 떨리는 듯한 실루엣과 강열한 색채, 다이나믹하면서도 불안정한 구도가 어우러져 극한 불안과 공포감을 표현하였다. 불안과 불만으로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에곤 쉴레의 자화상은 현대의 우리의 모습과 여전히 닮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실제 모습을 그리고자 했던 에곤 실레.
다자이 오사무도 에곤 실레처럼 자신의 본연을 주인공 오오바 요조를 통해 보여준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요조 역시 외부의 평판과는 달리 내면의 질문들과 혼란을 겉으로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사람들 속에서 살다가 인간으로서 실격한 인생이라 결단하며 인생을 마무리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세상이 옳다고 하는 기준에 맞춰 살려고 노력한 한평생. 요조는 그의 인생이었지만 그가 진심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걸 뜻대로 표현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결국은 세상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살지도 못했다. 요조는 모든 것은 지나가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헤싱헤싱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
No Longer Human. <인간 실격>의 영어판 제목이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요조. 하지만, 그가 혼자 수없이 해왔던 고민과 혼란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누구나 한 번씩은 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과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라고 여러차례 자살 시도를 했던 다자이 오사무가 질문하는 듯하다. 내 인생인데 다른 사람이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나중에 억울하지 않게.
*책에서 발췌한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