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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봉낙타 Oct 07. 2024

나의 무의식 세계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여러분이 선택한 모든 책에는 반드시 가르침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종종 좋은 책보다 나쁜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훌륭한 작품과 위대한 작품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과연 이런 작품도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다양한 문체를 경험한다. 
여러 문체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만의 문체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폭넓은 독서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작품을 가다듬어야 (그리고 갱신해야) 한다. 
독서는 작가의 창조적인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재능은 연습이라는 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자신에게서 어떤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눈이 빠질 정도로 몰두하게 마련이다. 들어주는 (또는 읽어주는, 또는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밖에만 나가면 용감하게 공연을 펼친다. 창조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환희라고 해도 좋다. 그것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야구공을 때리거나 400미터 경주를 뛰는 일뿐만 아니라 독서나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이 정말 독서와 창작을 좋아하고 또한 적성에도 맞는다면, 내가 권하는 정력적인 독서 및 창작 계획도 - 날마다 4~6시간 - 별로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아마 여러분 중에는 벌써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에게서 그렇게 마음껏 책을 읽고 글을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싶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내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하라. 
꾸준히 책을 읽으면 언젠가는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 (혹은 마음가짐에) 이르게 된다. 


스티븐 킹의 저명한 글쓰기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는 소문대로 수많은 노하우가 있었다. 물론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들은 많고, 그런 노하우를 몰라서 글을 못쓰는 건 아니다만, 이 책은 달랐다. 스티븐 킹의 보이스는 아주 강했다. 아는 선배 언니가 사근사근 얘기해주는 충언이 아닌, 교장선생님의 훈계처럼 꼭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기본의 기본부터 일단 하라는 게 스티븐 킹의 포인트다. 


처음 속독으로 읽었을 때 놓친 부분들을 두번째 줄치면서 읽었을 때 많이 발견했다. 다만, 책 전체를 줄칠 정도로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두번째 파트 - 연장통부터 창작론, 인생론은 전부를 필사해야겠다는 도전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어 원서도 사놨다. (곧 읽을 예정) 


그 중에서, 위에 하이라이트 친 부분들은 독서 관련 이야기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인데 이 기본도 안하면서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스티븐 킹은 하루에 10장, 즉 2천 단어쯤 되는 분량을 매일매일 몇 년동안 썼다고 했지? 


써야하니까 썼다기 보다는, 이렇게 쓰다보면 쓰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고 쓰고 싶어지고 써야만 살수 있다고 했다. 나에게 해야만 살 수 있는 일이 뭐였더라? 


밥을 먹는 일. 

커피를 마시는 일. 

잠을 자는 일. 

하지 않으면 매일매일이 불편하고 답답한 일이 되는 것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안하면 불편한 일이 되기 위해서는 내 본능이 되어야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잠을 자는 것처럼. 하루도 건너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본능으로 하는 일들을 잘하기 위해서 스마트워치로 매일 마시는 물의 양과 자는 시간도 체크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연구하고 좋은 재료를 사모은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해야할 일 첫번째는 바로 독서라고 스티븐 킹은 아주 강하게 말하고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또 해야하냐며. 계속 독서를 하다보면 읽었던 문구들과 글자들이 머릿 속에서 날아다니며 글을 쓸 때 합쳐지기도 하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어떤 모습인지, 조금은 상상이 되려고 한다. 나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단어들과 문구들이 내 손을 통해서 세상에 나오려면, 그 무의식이 가득차야 겠지? 그래야 밀려서 나올 듯하다. 


그 무의식 세계가 텅텅 비었다면, 나올 게 없으니. 

당연한 로직이다.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한국어 제목은 다른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한 글을 쓰는 방법이라 생각했었는데, 글쓰는 내 자신이 참지 못해서 글을 쓰게 하는 방법을 알게되었다. 매일 읽고, 쓰는 게 일이 아닌 내 몸과 마음의 치유와 치료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몰랐던 나의 무의식 세계를 알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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