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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Nov 16. 2023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


영화 <킹스맨>에서 주인공 해리가 동네 건달들에게 참교육을 시전하고자 교육 장소(?)의 문을 잠그는 장면이다.


  -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2015년에 개봉된 미국, 영국의 첩보 액션 영화이다. 만화가 마크 밀러의 2012년 작 '시크릿 서비스(The Secret Service)'를 원작으로 한 <킹스맨 시리즈>의 첫 번째 실사 영화이며 이후 <킹스맨: 골든 서클, 2017>,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2021>까지 나와 있다. -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manners maketh man)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이 문구는 영화 <킹스맨>의 주인공인 '해리'(콜린 퍼스 분)가 극 중에서 한 대사이다.


  원래 이 명언은 영국의 신학자이자 정치가 겸 교육자인 위컴의 윌리엄(1324-1404)이 한 말로써, 영국에서는 그가 세운 윈체스터에 위치한 명문 퍼블릭 스쿨인 '윈체스터 칼리지'의 표어로 더 유명하다. 원 표기법은 "Manners makyth man."


  영화 시작 부분에 '해리'가 '에그시'(테런 에저튼 분)를 만나는 장면에서 에그시를 괴롭히는 동네 건달들에게 해리가 참 교육을 시전 하고자 교육 장소(?)의 문을 잠그면서 하는 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도 에이전트로 거듭난 에그시가 똑같은 장면으로 이 대사를 날리면서 이 문구의 의미를 강조한다.






  '나르키소스(Narcissus) 이야기는 예술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그리스 신화이다. 신화를 자세히 말하자면 지루할 수 있으니 필요한 정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나르키소스>, 카르바조, 1597년 추정


<에코와 나르키소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1903.



  나르키소스는 강의 신 세피소스와 님프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미소년이다. 엄마인 리리오페는 아들 나르키소스가 오래 살 수 있는지 궁금해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찾아갔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자신을 모르고 산다면 오래 살 것이다."


  그 뒤의 이야기는 모두 아시다시피 나르키소스의 눈부신 외모에 반한 숲의 님프 '에코'가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지만 나르키소스는 타인의 사랑에는 관심이 없어 거절하였고 마음이 너무 아팠던 에코는 실의에 빠져 죽어서는 메아리(에코)가 되었다.


 한편 나르키소스 역시 많은 이의 사랑을 거절했다는 죄로 복수의 여신으로부터 벌을 받는다. 우연히 샘가에 물을 마시러 간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아무리 다가가서 구애를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애가 탔던 나르키소스는 계속해서 샘가에서만 머무르다가 결국 죽게 되었고 그 자리에 한 송이 수선화가 피어난다. 참고로 수선화의 꽃말은 '자만심', '자기애', '사랑을 한 번 더' 등이다.






  신화 속 나르키소스처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만큼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는 것은 건강한 나르시시즘이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하는 정도가 지나쳐 자신만 최고로 여기거나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억압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피해야 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죄의식과 감정이 없는 '소시오패스(Sociopath)', 내 마음대로 타인의 감정을 조종하고 싶어 하는 '마키아밸리즘(machiavellianism)'과 함께 인간 심리의 3가지 어두운 심리 중에 하나로 여겨지는 것이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적 성격장애’ 증상을 가진 사람이다. 이들은 자기를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착취하고, 특권과 과도한 찬사와 숭배를 요구한다.


나르시시스트는 특권과 과도한 찬사와 숭배를 요구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성향이 비슷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나르시시스트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보다 더 위험하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그런 성향이 심하게 발현될 경우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반면, 나르시시스트는 범죄 바로 직전에서 늘 멈춰있는 사람들이다. 범죄자가 아니니까 격리되지 않고 사회생활을 일반인들과 똑같이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나르시시트의 덫에 걸려 피해를 입을 경우가 많다.


  들은 거짓된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기에 부끄러움, 수치심, 슬픔 등 마땅히 느껴야 할 당연한 종류의 감정들을 온 힘을 다해 부정한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마치 패배자의 변명이나 자백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화를 낸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스스로 자신을 용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위기를 극복하는 자신에게 찬사를 보낸다.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요즘 아내가 무척 울적하고 무기력해한다. 물론 남편인 내가 잘 못 해줘서 그런 거야 다반사이겠지만 최근의 문제는 그게 아니다.


요즘 아내가 무척 울적하고 무기력하다.


  아내가 근무하는 회사 부서장의 횡포로 심한 우울감과 조직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상황이 비단 아내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서 직원들 전부에게 퍼져 사직을 하거나 휴직한 사례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부서장은 이런 사태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은커녕 해당 직원을 비난하면서 그나마 자신이 노력해서 일이 이 정도에 마무리되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단다.


  옆에서 듣기에도 비정상적인 이런 행태가 어떻게 버젓이 흘러가는지, 그리고 이런 사단이 발생했는데도 회사 측에서 별다른 감사도, 사후조치도 없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을 듣다 보면 무엇이 정상인지 확신이 안 선다.


  사실 나는 그분과 20여 년 전쯤에 한 부서에서 같이 근무했었다. 업무도 잘 아시고 다정다감한 인성의 좋은 선배로 남아있는 내 기억인지라 아내로부터 듣는 내용이 더더욱 당황스럽다.






  혹시 직장에서 매일매일 하는 업무보다 인간관계가  힘든가? 거만하고 자기주장만 하는 관리자들, 직원들의 인격은 무시하고 성과만 추구하는 상사들, 잘못이나 책임은 교묘하게 남들에게 떠넘기면서 생색내는 동료들, 마땅히 해야 할 자기 일은 안 하고 이직할 생각에 골몰하는 후배들.    


혹시 직장에서 매일매일 하는 업무보다 사람 관계가 더 힘든가?

 

  하지만 내게 있어 더욱 두려운 것은 ‘나는 그렇지 않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도 어느새인가 타인에게는 똑같이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는 개연성이 아주 높다는 자책이다.


  그렇기에 늘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을 물어본다. 그리고 혹 예상치 못한 심각한 얘기를 듣더라도 너무 노여워하거나 책망하지 않고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좋은 매너를 갖춘 사람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그런 사람과의 소통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결국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의 삶에 아름다움을 더해 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능하면 예의 바르고 친절한 태도를 갖추며,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우리 주변의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예절 바르고
많은 사람에게 붙임성 있고
몇 사람에게 친밀하고
한 사람에게 벗이 되고
누구에게나 적이 되지 말자


- 벤자민 프랭클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 -


세상 시름을 잊고 벗과 도란도란 대화를 하면 정말 좋을 법한 단풍나무 아래 벤치가 있는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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