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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해 한광일 Apr 12. 2024

아주 오만한 글, 명품 학부모 안내서

1. 묻는 말

묻는 말

나보다 귀한 내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

자녀가 있으신가요?


복되시군요. 자녀 덕분에 행복하고, 자녀에게 베풀어주는 게 행복하고, 자녀에 대해 희망을 갖는 게 행복하시죠? 날마다 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행복하시죠? 그런 내 아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내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귀함’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의 어려움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아이가 너무 귀해서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부모도 학부모가 됩니다. 물론 아이는 유치원을 다니면서 먼저 유치원생이란 사회적 신분을 얻은 경험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보다 공식적 아이가 사회에서 얻은 지위는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얻는 ‘학생’이란 신분일 것입니다. 

이로부터 부모의 역할은, ‘부모’에서 ‘학부모’로 바뀌게 됩니다. 학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부모와 학부모가 다르냐고요? 네, 달라야 합니다.

부모의 역할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학부모의 역할은 부모로서의 일방적이고  한없던 사랑을, 자녀교육이란 ‘절제된 사랑’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부모의 사랑은 자식에 대한 보호 본능의 작동으로 즉시적이지만, 학부모의 사랑은 자제와 인내와 지연 (늦춤)이라는 교육적 브레이크를 장착한 사랑이어야  합니다.


  부모의 사랑은, 부모가 아이에 앞서 먼저 열어 주고, 어려움을 헤쳐 주고, 기꺼이 대신해 주는 사랑입니다. 하지만 학부모의 사랑은 아이의 뒤에 서서, 아이의 손을 놓고, 아이가 홀로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절대로 아이의 무대에 부모가 직접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되는, 절제의 사랑입니다. 학부모는, 아이가 직접 겪게 함으로써 성장하도록 돕는 ‘부모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식 사랑이 방해될 때, 그 대상에 대응하여 즉시 맞설 수 있는 사랑입니다. 하지만, 학부모의 사랑은, 그것이 자식의 성장에는 필요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하느라 판단을 조금 늦춰야 하는 사랑입니다. 그러면서 교육 동반자(담임선생님 등)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와 함께 의논하여 자식에게 응원이 되고, 격려가 되며, 자식을 일깨우는 진짜 교육인가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많은, 고민스런 사랑입니다.

이렇듯 학부모란 지위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그동안 아이를 향했던 무제한의 사랑을 추슬러, 때로는 절제하고, 때로는 늦추며, 때로는 인내하고, 때로는 기다리며, 이것이 교육적인가 담임 선생님보다 한 발짝 먼저 생각해 보는, 아이에 대한  제1의 교사가 되어야 하는 지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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