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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해 한광일 Apr 15. 2024

아주 오만한 글, 명품학부모 안내서

2. 사랑을 인내한 어머니들


  여기 아주 식상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하나도 새롭지 않은 세 어머니 이야기를 다시 이야기의 식탁에 올려 봅니다. 새롭기보다는 다시 찾는 된장찌개쯤으로 맛을 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겠습니다만..., 그래서 이야기가 많이 유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이가 어릴 때 남편을 여의고 생활은 궁핍하여 떡장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홀어머니. 자신은 굶고 자식을 먹이던 어머니. 자신은 숭늉이나 마실지언정 자식에게 종이와 먹을 사 주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어머니. 그렇게 오직 자식만이 삶의 의미였던 어머니가 십 년 공부를 시키기로 마음을 먹고 자식을 스승에게 보냅니다. 그렇게 자식을 보내놓고  홀어머니는 자식이 얼마나 그리웠을까요? 어머니가 그리워 삼 년 만에 돌아온 자식을 그냥 덥석 안아주지 않은 어머니. 어둠 속에서 자신은 떡을 썰고 자식에겐  글씨를 쓰게 하여, 자식의 볼품없는 글씨를 꾸짖어 되돌려 보낸 어머니. 그렇게 자식의 십 년 공부를 인내해 낸 어머니가 조선조의 명필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명필 한석봉의 어머니 이야기란 것쯤은 다 아시죠?


   물론 요즘이라고 해서 그런 어머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 삼 남매를 세계적인 음악가로 키워낸 어머니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세 남매 모두 위대한 음악가이므로 우리는 자연히 그들의 음악을 존경해마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초점은 어머니에게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음악가 정 트리오의 이야기는 접어두겠습니다. 자식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어머니가 얼마나 인내하고 자식교육을 열심히 뒷바라지했는가에 주목하기로 합니다. 이들의 어머니이신 이원숙 여사의 고난 역시 한석봉의 어머니의 고난에 비해 조금도 덜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자식교육의 방식은 두 어머니가 서로 달라서, 한석봉의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다 엄격한 편이었다면, 이원숙 여사는 자식을 끝까지 믿어 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어머니에겐 공통점이 있더군요. 자식에 대한 사랑의 절제가 그것입니다.  사랑을 절제하는 대신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여 종이와 먹을 사주고、그렇게 힘들어하는 음악공부를 끝까지 끊이지 않도록 지원하느라 스스로 곤궁과 궁핍 속을 사는 것이 행복이었다고 하는 말엔 얼마나 많은 감회가 스며있을까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는 한석봉의 어머니와 정 트리오의 어머니의 방식을 모두 취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스케이팅에 재능이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서 어린 연아를 끊임없이 이끄느라 마찰도 좌절도 적지 않게 겪었다고 고백하는 걸 보면, 처음엔 자못 엄격한 어머니였던가 봅니다. 후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깨우친 바가 있어, 앞에서 이끌어 주는 것보다 뒤에서 밀어주고, 아이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그에 맞춰 정 트리오 어머니의 교육방식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네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통념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에겐, 이것만으로도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이때쯤 김연아의 어머니는, 피겨 교육은 전문가에게 맡기고(이쯤 되면 본인이 ‘자신의 딸의 피겨에 관한’한 자신이 가장 전문가라고 자만할 만도 했을 텐데 말입니다),  어머니 자신은 피겨가 아니라 ‘김연아 전문가’가 되었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특이한 말을 들려주네요? 하긴 이해 못 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누구나 자식의 전문가이니까 말입니다. 김연아 어머니는 김연아가 얼음 지치는 소리만 들어도 김연아의 컨디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심신상태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지경의 스케이터 김연아의 전문가였답니다.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김연아 선수가 문제에 부딪혀 꿈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세심하게 살펴주고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주며,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는 전문가말입니다. 김연아의 스케이팅 전문가가 아닌, 스케이터 김연아 전문가 말입니다. 피겨의 불모지에서 김연아를 그만큼 키워내었으면서도, 피겨 선생님 앞에선 철저하게 자신을 뒤로 물리고, 자신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함께 귀 기울여 듣고 전적으로 따르 던 겸손이야말로 선생님 앞에서 철저하게 학부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학부모 김연아 어머니의 말은 오히려 선생으로 사는 우리에게 감동의 파문이 번집니다.  


  세 어머니의 삶을 모아보면 이런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식 교육은 앞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지원하고 격려하고 뒷바라지하는 것이다. 성장을 기다려주고 끝까지 인내하는 것이다. 선생님을 믿어주는 것이다.















   세 어머니의 삶을 모아보면 이런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식 교육은 앞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지원하고 격려하고 뒷바라지하는 것이다. 성장을 기다려주고 끝까지 인내하는 것이다.

세 어머니

  아이가 어릴 때 남편을 여의고 생활은 궁핍하여 떡장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홀어머니. 자신은 굶고 자식을 먹이던 어머니. 자신은 숭늉이나 마실지언정 자식에게 종이와 먹을 사 주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어머니. 그렇게 오직 자식만이 삶의 의미였던 어머니가 십 년 공부를 시키기로 마음을 먹고 자식을 스승에게 보냅니다. 그렇게 자식을 보내놓고  홀어머니는 자식이 얼마나 그리웠을까요? 어머니가 그리워 삼 년 만에 돌아온 자식을 그냥 덥석 안아주지 않은 어머니. 어둠 속에서 자신은 떡을 썰고 자식에겐  글씨를 쓰게 하여, 자식의 볼품없는 글씨를 꾸짖어 되돌려 보낸 어머니. 그렇게 자식의 십 년 공부를 인내해 낸 어머니가 조선조의 명필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명필 한석봉의 어머니 이야기란 것쯤은 다 아시죠?

  물론 요즘이라고 해서 그런 어머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 삼 남매를 세계적인 음악가로 키워낸 어머니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세 남매 모두 위대한 음악가이므로 우리는 자연히 그들의 음악을 존경해마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초점은 어머니에게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음악가 정 트리오의 이야기는 접어두겠습니다. 자식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어머니가 얼마나 인내하고 자식교육을 열심히 뒷바라지했는가에 주목하기로 합니다. 이들의 어머니이신 이원숙 여사의 고난 역시 한석봉의 어머니의 고난에 비해 조금도 덜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자식교육의 방식은 두 어머니가 서로 달라서, 한석봉의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다 엄격한 편이었다면, 이원숙 여사는 자식을 끝까지 믿어 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어머니에겐 공통점이 있더군요. 자식에 대한 사랑의 절제가 그것입니다.  사랑을 절제하는 대신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여 종이와 먹을 사주고、음악공부가 끊이지 않도록 끝까지 지원해 주는 것이 행복이었다고 하는 말에, 사랑의 절제에서 오히려  지극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군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는 한석봉의 어머니와 정 트리오의 어머니의 방식을 모두 취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스케이팅에 재능이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서 어린 연아를 끊임없이 이끄느라 마찰도 좌절도 적지 않게 겪었다고 고백하는 걸 보면, 처음엔 자못 엄격한 어머니였던가 봅니다. 후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깨우친 바가 있어, 앞에 서 이끌어 주는 것보다 뒤에서 밀어주고, 아이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또한 정 트리오 어머니의 교육방식을 적당한 때에 적용한 것으로도 보이네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피겨 교육은 전문가에게 맡기고(이쯤 되면 본인이 ‘자신의 딸의 피겨에 관한’한 자신이 가장 전문가라고 자만할 만도 했을 텐데 말입니다),  어머니 자신은 피겨가 아니라 ‘김연아 전문가’가 되었다고 하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어머니가 누가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누구나 자식의 전문가이니까 말입니다. 얼음 지치는 소리만 들어도 김연아의 컨디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는 지경의 어머니는 과연 김연아 전문가였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문제에 부딪혀 꿈이 흔들릴 때마다 문제를 세심하게 함께 살펴주고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주며,  마음을 치유해 주는 전문가말입니다. 어떤 말과 위로에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고 힘을 내게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김연아 전문가말입니다. 피겨의 불모지에서 자신의 자녀 김연아를 그만큼 키워가면서도, 피겨 선생님 앞에선 철저하게 자신을 뒤로 물리고, 응원으로 지켜보기만 했다는 겸손이야말로 김연아를 가장 잘 아는 김연아 전문가임에도, 선생님 앞에선 철저하게 학부모로서의 역할에 진실로 충실했다는 말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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