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육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해 한광일 Apr 25. 2024

아주 오만한 글, 명품학부모 안내서

9.  제3의 선생님, 놀이


  맘껏 놀지 못한 아이는 불행하다  

  부모들 중 아이가 어릴 때, 아이가 뭘 혼자서 이루어내 보게 기회를 주어 본 경험과 ‘저지레(?)’가 걱정되어 기회를 아예 닫아버린 경험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혹은 아이와 놀아준다면서 어느새 아이를 밀쳐내고 자기가 더 신났던 경험이 없는 아빠는 얼마나 될까?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레이싱 카에 정통한 아빠를 보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빠가 아이보다 더 능숙하다는 것은 안될 일이다. 어디까지나 놀이의 주인공은 아이여야 한다. 아빠가 어린 시절엔 한 번도 본 적도 없던, 아니 본 적 있더라도 부럽기만 했던 장난감이었을지라도. 아이의 레이싱 카는 적어도 아이가 아빠보다 더 잘 몰아야 한다. 블록을 쌓아 무엇을 만들 때도 아이의 도전은 격려되어야 한다. 당연히 아빠는 뒷전이어야 한다. 아이가 완성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어도, 아이가 완성했다며 뿌듯해할 땐, 일단 부모의 역할은 박수부대여야 한다. 박수를 받고 칭찬을 받은 아이는 자신만의 건축에 다시 도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건축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조만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아이의 놀잇감을 아빠가 더 많이 차지해선 안 된다.


  직육면체의 나무조각이든, 아니면 몇 가지 형태를 갖춘 플라스틱 블록 더미든, 블록은 매력적인 놀이 재료이다. 쉽게 쌓을 수 있고, 무너뜨릴 수 있고, 다시 쌓을 수 있고, 언제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아이의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구현해 내는, 영원한 자료다. 블록놀이처럼, 놀이터의 모래놀이가 그렇고 맘껏 주물러 무엇으로도 변형되는 점토가 그렇다. 생각해 보면 그런 놀잇감은 얼마든지 더 있다. 아이에겐 낙서나 물감 놀이도 얼마나 재미나겠는가? 세상에 가장 좋은 놀잇감이 정해져 있을 리 없다. 실은 온 세상이 놀잇감이다. 놀이가 부족해선 안 된다. 놀 때 놀아야 한다. 놀이가 상상력이 되고, 상상놀이가 창의력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어린 나이일수록 놀이를 통하여, 경험을 통하여 배운다는 말은 의미가 크다. 아이의 몸에, 두뇌에, 손목, 손가락뿐만 아니라 발목과 발가락에, 소근육이 발달하고 상상력과 창의력, 유능성의 씨앗이 파종된다. 엉뚱한 말이겠지만 ,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은 교육학적으로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냥 육아에 지친 아빠 엄마라면 아이에게 또 저지레를 해놓았다며, 애 키우기 쉽지 않다 하겠지만 , 조금 다른 부모가 될 생각이라면, 아이에게 그게 무어냐, 뭐가 그리 재미있냐며 물어봐 주고, 아이의 대답마다 연신 고개 정도는 끄덕여 줌은 어떨는지?


  오랜 학부모 상담의 경험을 말하자면, 잘 노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은 신체 성장면에서나 인지발달면, 창의력면에서 모두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아이와 잘 놀아 주는 가족이 행복한 것 같다. 독박육아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이다. 순전히 교사의 눈으로 한 마디 하라면, 아이와 어떻게 놀아줄까 생각하는 엄마와 아빠는 훌륭한 부모이다. 할 수만 있다면 더 나아가도 좋다. 어떻게 아이를 놀이의 주인공이 되게 할까? 가끔 혼자 놀이에 빠진 아이를 끝까지 숨죽여 지켜보아 주면 어떨까? 그리고 놀이일망정 아이가 성취한 것에 박수로 칭찬해 주는 것은 어떨까? 가끔이지만 공부 잘했다는 칭찬 말고 잘 놀아서 멋지다, 네가 행복한 걸 보는 게 행복하다는 정도의 칭찬을 입에서 내어 놓는 부모를 보곤 놀라곤 한다. 이제 우리나라 부모님의 교양은 이쯤에 이르고 있나 보다 이게 가능한 부모는, 후에 남다른 아이를 양육하게 될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주 오만한 글, 명품학부모 안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