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환경분석을 통한 시장규모 예측과 한계
Top-down방식의 시장규모 조사는 큰 개념부터 산정하여, 쪼개고 나누어 타겟을 좁혀 죄종 소비자의 수요층과 객단가를 파악하는 과정을 통해 결론에 도달한다. 이렇기 때문에 통계청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정리하여 공유하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좁혀나간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통계청등 유의미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데이터를 찾아서 정리하기 시작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설문 등의 방법을 통해 가설을 구체화 해 나간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위한 산책용 조명관련 시장규모를 조사하고자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Top-down방식의 사고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1. 국내 반려동물 인구를 조사
2. 그중 산책하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
3. 산책하는 인구 중 조명에 대한 니즈를 느끼는 유저는 얼마나 될까?
4. 유저가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종류는 어떤게 있을까?
5. 얼만큼의 니즈를 충족하고 수용가능한 가격대는 어느정도일까?
6. 이런 니즈와 가격대를 충족했을때 우리가 진입할 수 있는 유통채널은 전체 중 몇%될까?
장점이라고 한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about 한 값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자칫 짧은 사고로 현실감 없는 값이 나올 수 있다.
난 대표적인 사례로 홈 IOT산업을 뽑고 싶다. 가전,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몇 년 전 홈 IOT 관련해서 굉장히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홈 IOT란 집안의 기기들이 통신을 통해 상호 연결되어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인공지능으로 알아서 집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들을 스스로 작동하여 생활에 편리함을 준다는 게 주요 맥락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스마트홈사업을 지원하고 통신 3사, 삼성, LG, 구글 등 무수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들었고 매년 박람회, 세미나 등 많은 어젠다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실제로, 위 이미지와 같이 홈 IOT검색량은 2016년부터 시작해서 2017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고 나서 2018년부터 꺾이기 시작해서 지금은 누구도 홈 IOT란 말을 쓰지 않는다. 이때당시, 기사를 보면 홈 IOT의 시장규모는 2019년 기준 70조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 기준이라면 5천만 인구 기준 전 국민이 집에 140만 원 정도의 홈 IOT관련 상품들을 구매해야 하는 수준의 시장이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스마트폰시장보다 크다고도 할 수 있겠다. 2023년 현재 100 조시장이 된 것 같은가? 삼성전자나 LG에서 출시한 APP연동 상품들의 매출을 집계한다면 조금은 근접할 수 있겠지만 그런 수준의 집계라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일 것이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시장규모 예측에서 규모로나 예측 수준이나 가장 오류가 많았던 시장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정부, 대기업 등 할 것 없이 말이다.
이렇게, 오류가 컸던 이유가 뭘까? 그것은 Top-down방식의 시장예측을 했기 때문이다. 주로 Top-down의 방식은 거시환경분석을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멀티플)을 통해 이뤄진다. 이때 거시환경이란 추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대표적으로 PEST분석을 한다. PEST란 정치, 경제, 사회, 과학의 영어약자를 딴 이름으로 MECE적인 관점에서 상품과 기업을 둘러싼 거시환경에 대해 빠짐없이 분석할 경우 쓰이는 여러 tool 중 하나이다. 구체적으로 더 말하자면 국회나 정부에서 공표하는 대책방안과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들, 그리고 뉴스에서 다루는 각종 사회이슈 등이 그렇다. 이를 통해 큰 관점에서 얼마큼의 수요가 있을지 역산을 통해 계산을 해나간다. 이때 얼마 큼의 값을 설정하느냐(멀티플)에 따라 시장의 규모는 천지차이로 격차가 나기 때문에 기획자라면 주의해야 할 부분이고, top-down의 함정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시장규모가 현실보다 크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는 고객 매출의 합이다. 고객매출은 고객이 지불하는 객단가(가격) X 고객의 수(수요)로 결정된다. 고로, 시장규모는 가격과 판매량의 곱이다. 앞서 말한 홈 IOT시장의 경우 가격과 판매량 모두 예측값을 최대치로 잡은 것이다. 주로 이런 경우 신성장 산업 등 현재보다는 미래시장을 예측할 때 사용되는데 변화하는 환경 속에 선점하기 위해 정부, 대기업 차원에서 주도하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이렇게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투자유지를 위해서도 다소 시장규모를 부풀리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만약, 내가 맡은 조직이 정부, 대기업등 지원사업으로 먹고사는 경우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시장에서 당장 상품을 만들어 세상을 내놓고 그 상품으로 인해 우리 회사가 먹고살아야 한다면 나는 bottom-up방식으로 시장조사를 하여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Top-down방식은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천한다. 주력 방법으로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지난 11년간의 상품기획을 하면서 가장 실패를 했었던 기획제품의 시장조사방법이 top-down방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실제 수요값을 망각하여 출시하고 나서 시장규모가 절대적으로 예상보다 작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Top-down을 하더라도 bottom-up을 통해 교차 검증을 해야 했는데 쫓기는 일정과 이미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에 반기를 들 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안일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아닌가 반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