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시댁 가기 전 혼자 열심히 집청소를 하고 있었다. 막내와 남편은 이미 걸어서 시댁으로 출발했고.
근데 나와 함께 집에 있던 10살 큰아들이 갑자기 "엄마 너무 창피해. 나 혼자 할머니댁에 갈 거야!"라고 외치는 것 아닌가?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인가!
"학교 갈 때 동생이랑 엄마랑 가는 거 창피해(물어보니 친구들과 만나서 같이 갈 수도 있는데 엄마, 동생이 옆에 있으면 곤란하다나) 길 가다 엄마 만나면 창피하니까 아는척하지 말아 줘. 태권도 갈 때 내가 동생이랑 갈 테니 엄마는 마중 나오지 마. 창피해"
입만 열면 '엄마 창피해'를 외치는 아이를 보며 '많이 컸구나, 혼자 내버려 둬도 되겠다'싶었다. 혼자 하겠다는 의미겠거니 나름의 해석을 하며 흐뭇하기도 했고. 근데 자꾸 '엄마 창피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점점 나빠진다.
게다가 시댁 가는 일을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데 갑자기 '엄마 창피해'라는 말을 들으니 너무 화가 난다. 나도 모르게 "나도 네가 너무 창피해. 앞으로 아는척하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저 녀석은 왜 나만 보면 '창피하다'는 건지 정말 마음이 상한다. 그동안은 '엄마 창피해= 엄마 없이 혼자 하고 싶어'라고 이해했고 아이한테도 엄마 창피해라고 네가 말하면 엄마는 속상하다. 혼자 다니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겠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할 테니 '엄마 창피해'가 아니라 '나 혼자 할 거야(갈 거야)'라고 표현해라. 그리고 길 가다 엄마를 만나면 인사정도는 하는 게 가족에 대한 예의다라고 말을 했는데 그 후로도 이 녀석이 자꾸 엄마 창피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독립의 의미가 아니라 혹시 엄마외형이 부끄러워하는 말일까? 외출 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꽃단장을 하고 나가는데 아이 입에서 저 말이 나올 때마다 너무 마음이 상하고 내가 자식을 잘못 키운 거 같아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