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중고서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책을 사지 않을 테니 거기에 있는 책을 보고 싶다는 8살 아이의 말을 듣고 얼마나 부모가 돈돈거렸으면 어린것이 저런 말을 할까 속상했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에 있는 중고서점에 갔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책을 고르느라 정신없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 한 권씩 책을 사주겠다고 골라보라고 말한 후 내가 보고 싶은 책을 구석에서 열중하며 읽고 있었다.
몇 분 후 남편에게서 빨리 이곳을 떠나자는 전화가 왔다. 읽고 있던 책을 한 손에 들고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 모습을 본 남편이 "설마 당신도 책을 사려는 건 아니지?"라고 묻는 것이었다. 순간 열이 확 받는다. 중고책값이 얼마나 된다고 아니 내가 책 한 권도 못 살 이유가 뭐가 있냐며 열불을 내다 조용히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아이들 책만 계산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근데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받는다, 이 남자에게 나란 어떤 존재일까? 집안일하고 아이들 키우는 보모? 보모도 월급은 받는다. 그는 당신 자식 키우는 거라 항변하겠지만 네 자식이기도 하다.
결혼 후 첫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크리스천디올 목걸이를 받은 적이 있다. 워낙 인색한 남자인 데다가 금속 알레르기가 있어 금이 아니면 착용하지 못하는 나에게 도금목걸이를 선물한 것이 수상하여 추궁을 했다. 결혼 전 어떤 아가씨와 선을 봤는데 그 아가씨를 꼭 잡고 싶었던 남편이 지인에게 목걸이를 부탁하여 값을 치르고 선물을 주기 위해 그녀를 만나자고 했으나 남편에게 마음이 없어하는 그녀를 보며 주지 않고 가지고 있다 결혼 후 아내의 첫 생일선물로 준 것이었다.
네가 왜 마흔 살까지 장가를 못 갔는지 이제 알겠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남편감으로 선택한 나 또한 너무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