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라우 비에이라의 스승

음악을 통해 평화의 대사로 나아가다.

by 쥬디

아마라우 비에이라는 헝가리 음악 시상식에 왔다. 헝가리 출신의 독일 음악가인 ‘리스트’상을 받기 위해서다. 유럽에 내로라하는 음악가들 중 최고로 실력 있는 음악가에게 수여하는 상이기에 왕중왕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의 수상자는 아마라우 비에이라입니다”


사회자가 호명한 후 아마라우는 연단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상패를 받고 소감을 말하려고 마이크 앞에 섰다. 수백 명의 눈이 아마라우에게 쏠렸다. 아마라우는 잠시 감개무량한 듯 허공을 보았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받았는지 헤아릴 수 없다. 그중에서 음악과 인생의 스승 두 분이 없었으면 지금의 자신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 이 상을 그 두 분께 바치자. 아마라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에게는 두 분의 스승님이 계십니다. 스승은 사제의 길을 관철하려는 제자의 마음속에 영원히 산다고 합니다. 이미 두 분은 돌아가셨지만 제 음악에는 늘 두 분의 스승님이 살아계십니다. 한 분은 제 음악의 스승으로 올리비에 메시앙 선생님이고 다른 한 분은 제가 가장 힘들 때 저를 믿어주고 격려해 주신 분으로 존재 자체가 제 음악적 영감의 원천인 불교 철학자 이께다 다이사쿠 선생님입니다. 오늘 받은 상의 영예를 두 스승께 바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동의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마라우는 뜨거워지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내려왔다.



아마라우는 1952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출생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상파울루예술평론가협회에서 ‘최우수 작곡가상’을, 헝가리 정부에서 ‘리스트상’을 수상하는 등 브라질은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브라질음악학회 회장, 브라질고전음악보존협회 회장등을 역임했다. 그가 작곡한 노래는 600곡이 넘고 ‘아르튀르 오네게르 국제작곡상’ ‘프랑스작곡재단국제대상’등 국제적으로 수많은 영예를 안았다. 그는 지난해 일본 투어 30주년을 기념해 ‘민주음악협회(민음)’에서 주최한 피아노 독주회 무대에 올랐다. 전국 11개 도시에서 개최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가 위대한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2명의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 번째 스승을 소개하려 한다.



아마라우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모차르트처럼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어린 아마라우는 음악이 좋았다. 감수성 풍부한 어린 소년은 아마존이 있는 브라질의 대자연에 감싸여 자랐다. 열세 살이 되던 해에 그가 다니던 음악학교 선생님은 그에게 유럽으로 건너갈 것을 제안한다. 부모와 주변사람들의 뜨거운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아마라우는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 음악학교에 입학해 1년이 지날 무렵 그는 운명적인 스승을 만난다. 바로 현대음악의 거장 ‘올리비에 메시앙’을 만난 것이다. 피아노를 가르칠 때 스승은 아주 엄격하다가도 마치면 자신의 음악인생과 아마라우가 관심 있어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스승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연주자로 바빠 다른 선생이 수업을 대체한 적도 있다. 좋은 점은 프랑스에서 공연이 있으면 어린 아마라우를 연주회에 꼭 오게 해서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느 날 아마라우는 향수병에 걸렸다. 브라질이 그립고 피아노 치는 일도 왠지 심드렁해졌다. 귀여운 제자의 모습을 스승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제자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말해줄 때가 왔구나 생각했다.



“아마라우, 요즘 음악이 즐겁지 않지? 오늘은 내 이야기 좀 해줄 테니 들어보겠니?”

아마라우는 부끄럽기도 하면서 자신을 생각해 주는 스승이 고마워해달라고 요청했다.

스승은 빙긋 웃으며 그의 인생을 통틀어 최고 사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올리비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의료보급병으로 징집되었다. 막강한 독일군의 힘에 밀려 올리비에가 소속돼있던 부대가 대패하면서 그는 포로가 되고 만다. 더럽고 비위생적인 막사에서 3천 명의 포로와 함께 지내게 된다. 올리비에는 젊은 작곡가로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망이 넘쳤다. 낮에 고된 노역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주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릴 때부터 새소리를 음악에 넣고 싶었던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 조금씩 작곡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불침번을 서던 동료 파스키에가 첼리스트라는 걸 알게 된다. 올리비에는 첼리스트를 위해 작곡을 한다. 올리비에는 파스키에에게 말했다.

“낮에 일하다 새소리를 들어보세요. 낮에는 이러이러한 식으로 노래하고 저녁에는 또 색다르게 노래한답니다.”

파스키에는 설마 그럴 리가 라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비에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됐다. 올리비에가 작곡한 곡은 낮의 새소리와 저녁의 새소리의 다름을 표현했다. 그러다 또 다른 동료 중 아코카를 알게 되는데 그는 클라리넷 전공자였다. 올리비에는 그에게도 음악을 만들어준다. 아코카는 그동안 클래식만 연주하다 처음 보는 난해한 현대음악의 악보를 보고 말한다.

“선생님, 이 곡은 연주할 수 없어요. 너무 어려워요.”

“어렵지 않아요. 제가 도와줄게요”

올리비에가 격려하자 아코카는 힘을 내어 연주하기 시작한다. 올리비에가 잡혀있는 생활에 풀이 죽어 작곡을 멈추고 있을 때 이번에는 아코카가 말했다.

“선생님 저를 위해 다른 곡 좀 작곡해 주세요. 우린 포로니까 시간이 많잖아요.”



둘은 서로를 격려하며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때 이들의 모습을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포로수용소 소장인 독일 장교 하우트만 칼 알버트 브륄이었다. 그는 전쟁 전 독일에서 클래식 콘서트는 빠지지 않고 다닌 음악애호가였다. 올리비에의 재능을 알아본 그는 열악한 수용소에서 그가 작곡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배려했다. 최대의 배려라고 해봤자 3천 명의 포로가 쓰는 화장실 중 하나를 하루에 몇 시간씩 다른 사람은 출입을 못하게 하고 거기서 작곡을 하게 해 주는 게 고작이었지만. 올리비에는 불결하고 더러운 포로수용소 화장실에서 현대음악 중 최고봉이라 평가받고 위대한 음악이라 칭송받는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올리비에는 이번엔 르블레르라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만났다. 그를 위해서도 작곡을 하고 자신은 피아노를 맡아 마침내 사중주 곡을 완성했다. 1941년 1월 15일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에 독일장교 하우트만은 올리비에가 작곡한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초연하게 해 준다. 첼로는 현이 3개뿐이었고 바이올린과 클라리넷 상태도 안 좋았고 피아노는 오른쪽 건반이 누르면 다시 튀어나오지 않았다. 의상은 낡고 닳아빠진 얇은 군복이었다. 올리비에와 세 연주자들은 장장 50분간 연주를 선보였다. 곡의 길이가 그렇게 길었다. 그곳에 모인 포로들은 음악에 어떤 지식도 없었다. 그러나 올리비에는 나중에 회고하기를 그들만큼 훌륭한 관객은 다시는 없었다고 한다. 원래 현악 4중주는 바이올린 2개, 비올라, 첼로 이렇게 연주를 하고, 피아노 4중주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연주하는데 이례적으로 클라리넷이 끼었던 건 비올라 연주자가 없었고 이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리비에는 곡을 쓰고 연주를 한 것이었다.


기존의 클래식과는 박자나 음색이 판이하게 다르다. 올리비에는 군대에서 박자가 딱딱 떨어지는 2박 4박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소리처럼 느껴 자신만의 박자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음악은 난해하고 어렵지만 마지막 8악장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이어지는 곡은 알 수 없는 눈물을 핑돌게 하는 감동을 준다.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연주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위해 작곡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포로들의 운명을 함께하는 그대로의 마음을 담았기에 포로들은 깊이 공감했던 것이라 한다. 올리비에는 절망을 어떻게든 이겨내야지라고 너무 무리하지 않았고 힘들면 힘든 대로 표현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마음을 의연하게 음악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야기를 마칠 무렵 아마라우의 뺨에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런을 평생동안 따라가자.”

아마라우는 브라질을 떠나올 때 기대를 보내던 가족들이 생각나면서 가슴속에 음악에 대한 정열이 다시 활활 타오르는 걸 느꼈다.


*올리비에 메시앙 이야기는 유튜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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