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바라면 정말 이루어질까?

노숙자의 동전을 향한 간절한 소리를 들으며..

by 이서영

고등학교 3학년, 내가 가고 싶은 학교와 전공이 간절한 그 시기

많은 학생들은 본인의 책상, 핸드폰, 책 표지에

R=VD 라는 영어를 적어두곤 했다.

Realization = Vivid Dream

이라는 뜻으로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라는 의미이다.


진짜 그 일이 일어날 것 처럼 생생하게, 즉 간절하게 바라고 바라면 이루어질까?

사실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간절히 원하는 것을 떠올릴 때면 2순위, 3순위 대안책을 미리 생각해두곤 했었다.


여러 대안을 마렸했기 때문일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고등학교 시절 내내 간절히 기도했던 입시도, 취업 준비를 하며 가고 싶었던 회사에도,

가장 간절했던 그 무언가는 내게 약올리듯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난 어느순간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말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

주변 지역 어디를 갈까 알아보던 중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지였던 '아레쪼(Arezzo)'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레쪼 구경을 마치고, 다시 페루자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열차 플랫폼에 앉아 있던 중, 주변에서 일정한 소움이 들려왔다.

"쿵, 쿵, 쿵, 쿵, 쿵"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눈을 돌려보니, 한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가 음료 자판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발길질 하고 있었다.

거스름돈으로 나오기 위해 들어있는 동전을 꺼내기 위해 자판기 한쪽 면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저걸 저렇게 치면 진짜 동전이 나올까?' 문득 궁금해졌다.

이제 그만해도 될법 한데 언제까지 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사람의 간절한 두드림은 계속되었다.

나도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될 정도였다. 제발 뭐라도 떨어져서 저 사람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살 수 있었으면 제발제발

오랜 시간 간절한 두드림을 들으며 응원했지만, 결국 내가 기차를 타고 그곳을 떠날 때까지 동전은 떨어지지 않았고, 두드림 또한 멈추지 않았다.


이탈리아 여행이 마지막을 향해갈 때쯤, 성인 프란치스코의 지역이기도한 아씨시(Assisi)에서 내가 걱정하고 염려하지 않아도, 마음으로부터 원하기만 한다면 이루어질 수도 있구나를 경험할 수 있었다.


5년전이었던 2018년 가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일하던 영국을 떠나 이탈리아로 향했던 나는

당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 아씨시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영국으로 떠날 때 중고서점에서 사들고 간 유럽여행 책자에서 유난히 설명도 자세히 되어져 있지 않은 아씨시라는 곳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었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피렌체에서 로마로 향하기 전 하루 정도만 묶어야지 하고 들렀던 그 곳에서 나는 간절함을 가지게 되었다.

"이 곳에 우리 가족들, 특히 우리 엄마를 데려오고 싶다. 이곳에서 행복해 할 엄마의 표정이 아른 거렸다."


아씨시를 떠나기 전, 프란치스코 성당 지하에 있는 프란치스코의 무덤에 초를 봉헌하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 간절함에는 차선택이 없었다. 이곳에 다시 오지못할 것을 떠올리지 않을 정도로 간절했다.

'꼭, 꼭, 꼭, 우리 가족을 데리고 이곳에 다시 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릴듯한 지하 무덤 앞, 주변에서 흐느끼는 소리들이 하나 둘씩 들려왔다.

간절한 사람들과 기도를 하니 내 기도 또한 간절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3년 봄,

그 간절함이 현실이 된 순간 난 깨달았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다보면, 이루어질 수도 있구나.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진 아무도 모르겠지만.

내가 기도했던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드리고, 지하 무덤에서 초를 봉헌하며 나는 오묘한 간절함의 힘을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정말 간절히 바라고 바라면, 언젠간 그게 현실이 되어 있을지 모르니

부디 현실에 무뎌져 그 때의 간절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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