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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19. 2023

부동산은 야채가 아니다.


며칠 전 한국에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지인의 아파트가 곧 재개발이 된다는데 투자 여부를 묻는 긴급한 전화. 물론 지인의 확실한 정보겠지만 연세가 지긋한 노인에게 과연 재개발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항상 애가 쓰이는 어머니의 간절한 요청에 유심히 분석을 해보았다.




ㅇ 분석 1) 해당 재개발 지역

- 구역 평균 대지 : 약 6,700평 (22,000m3)

- 구역 조합원 수 : 약 400명 (재개발 시 약 800세대 예상)

- 세대별 예상 대지지분 : 약 12평

- 용도지역 : 3종일반 및 준주거지역 혼재


ㅇ 결론 1) 아파트와 대형 빌라 등 3곳이 혼재된 3만m3 이하의 소규모 재개발(가로주택정비 사업)이 예상되었다. 소규모로 1군 건설사는 어려워 보이고 대장 아파트도 되기는 많이 부족하다. 가구 수는 적어 신속한 진행이 예상되지만 행정처리 5년, 시공에 3년, 이리저리 8~10년은 소요 예상된다.




ㅇ 분석 2) 인근 유사 재건축 아파트 비교

- 인근 재건축 개요 : 12층에서 36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혼재되어 수익률 극대화)

- 대지면적 : 2,289평 (7,556m3)

- 세대수 : 196세대 (458세대로 재건축)

- 세대별 대지지분 : 11.68평

- 용도지역 : 준주거 및 상업지역 혼재

- 조합원 분양가 25평(82.57/59) : 3.5억 (평당 14백만 원)

- 일반분양가 25평(82.57/59) : 4.7억 (평당 18.8백만 원)

- 현재 시세(호가) :  5~5.4억


ㅇ 결론 2) 분석 요청 물건은 조합원 예상 분양가의 프리미엄이 이미 반영된 상태로 현 매입 시 일반분양가 정도로 매입 예상된다. 제한요소로 건설경기 불황과 자재값 상승으로 사업기간과 추가분담금이 상승될 가능성이 높다.




최종 확인을 위해 해당 공인중개사에게 유선 통화를 해야 했다. 수신자가 해외 발신으로 뜨는 까닭에 수십번의 시도 끝에 겨우 연락 닿을 수 있었다. 급전이 필요한 주인이 싸게 내놓은 마지막 물건이라는 말과 다른 물건들은 다 회수했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늦어도 3~5년이면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혹했지만, 정작 궁금한 건 대지지분. 재개발의 기본인 대지지분을 물어보니 아직 계산을 못했다는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재개발의 기본인 대지지분을 모르고 투자를 권하는 상황이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다. 특히 요즘은 감정평가를 위한 대지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미의 언급에 많이 놀랐다.


ㅇ 최종 결론

"재개발 진행 후 주택 경기가 좋아 프리미엄으로 약 1억 정도의 시세차익은 생길지 모르지만, 사업 여부와 기간은 알 수 없으니 노후자금 몇 푼 벌기 위해 묻지 마 투자를 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해 보인다."는 대략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알기 쉽게 알려 드린 후 최종 결정을 고민해 보시라 마무리하였다.




어떤 이는 부동산을 공공재라 말하고, 어떤 이는 부동산을 사유재라 말한다. 하지만 부동산은 필수재란 공통점이 있다.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부동산. 기본은 알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 장 보러 가면 콩나물 천 원어치에 목숨 걸고 상추 천 원어치를 깎아달라고 하는 엄마였지만 정작 억이 넘는 재개발 예정 구역의 빌라를 지인의 소개만으로 투자를 하려는 모습이 정말 걱정스러웠다. 아마 이런 모습이 우리 어머니들의 숨김없는 모습 아닐까. "어머니, 부동산 시장은 재래시장의 채소 마냥 쉽게 사고파는 것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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