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우기의 한가운데, 60~70%의 상대습도지만 한국의 무더위보다는 한수아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태국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갑니다. 심지어 집안에서도 다양한 생물들이 사람들과 공존합니다. 나름 그들도 사람처럼 패턴이 있습니다.
집 주변의 새들은 새벽 4시 지저귐으로 일어나 아침에 먹이를 위해 집을 나서며, 오후 열기로 지칠 때는 지붕 처마 그늘에서 고인 빗물을 마시며 쉬기도 하고, 해 질 녘에는 지저귐으로 동료를 불러 모아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동물들의 본능은 모두 비슷한 모양입니다. 태국의 작은 무반(주택).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 개미
개미는 한국에서도 흔한 생물이지만 상당히 용감한 것이 특징입니다. 집 밖이나 집안이나 구분 없이 달콤함이 느껴지면 창문을 통해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이동하며, 그곳이 전기가 통하는 콘센트, 차가운 냉장고 안, 뜨거운 냄비, 물이 가득한 싱크 어느 곳을 가리지 않습니다.
심지어 집안에 생김새와 특징이 다른 개미 3종류가 함께 부엌을 공격하니 개미약을 들고 하루 종일 그들과 씨름할 때도 있습니다. 박멸을 기대하기보다 조금 그들의 기세를 꺾으려는 용도일 뿐입니다. 그래서 태국사람들은 음식을 만들어 먹기보다 사서 먹는 걸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집 도마뱀
찡쪽이라 불리는 작은 집 도마뱀은 동남아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입니다. 주로 개미나 날파리, 작은 해충들을 잡아먹어 이로운 생물로 알고 있었으나, 정작 그들은 개미 대신 개미를 없애기 위해 뿌려놓은 개미약을 몰래 훔쳐먹습니다. 개미와 찡쪽은 자연에서 천적관계이지만 집에서는 공생관계인 듯합니다.
또한 찡쪽은 주로 인기척이 없는 밤에 활동합니다. 그들은 태평하여 사람이 온 줄도 모르고 놀고 있다가 쓰레기통 안이나, 식기보관함 안에서 불쑥 튀어나와 서로 놀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게 했던 사건은 물을 데우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돌렸는데 그 안에 있던 찡쪽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죽어버린 사건입니다. 그래서 얼빠진 그들을 보호(?) 하기 위해 매일 커버를 씌우는 등 출입을 막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 알 수 없는 생명체
새벽 5시, 저녁 5시경 규칙적인 시간에 지붕사이를 들고나는 생명체가 있습니다. 아마도 안과 밖이 연결된 환기통로로 들락날락 거리는 모양입니다. 그 소리가 얇은 양철 지붕을 때리는 폭우의 거친 빗방울만큼 크고 요란하여 새벽에 잠을 깨기도 합니다. 어떤 생물인지 유추해 보면 비둘기 같은 새과, 청설모 같은 쥐과, 긴 꼬리도 마뱀 같은 파충류과 정도로 짐작되지만 감히 그들을 직접 상대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어서 빨리 기나 긴 우기가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곧 건기가 오면 태국에도 비가 잦아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 태국의 다양한 생명체들도 건기를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갈 테지요. 그동안 서로의 경계를 넘지 않고 자연으로 무사히 잘 돌아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