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1에 대한 기억이 아주 훌륭했기에, 2편에 대한 기대도 무척 컸다. 영화 평론가는 아니기에 영화의 특징 등에 대해서 설명하기엔 어렵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론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1편을 볼 때의 충격이 너무 커서, 그리고 그 충격이 10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 왜곡되었다 보니, 1편이 거의 엄청난, 범접할 수 없는 작품처럼 여겨져서 그럴 뿐이다.
-아바타 2에 대한 스포일러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영화를 시청하고 오신다면 이 글을 더욱 재밌게 읽으며 아바타를 회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비록 아바타 2를 평론가적 관점으로 볼 순 없지만, 내가 공부하는 역사나 인류학, 그리고 여행의 관점으론 다시 볼 수 있다. 특히 이 글에선 여행을 주제로 아바타를 살펴볼 것이다. 시작에 앞서 항상 글을 쓸 때, 염두하는 부분이지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영화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자 하는 것이지, '정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런 관점도 있구나'하고 가볍게 봐주길 희망한다. 괌을 비교적 최근에 여행(2022.12.30-2023.1.3)했기에 아바타 2를 보았을 때(1.9), 유독 나에겐 괌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이건 괌 같은데..","저건 진짜 괌 같은데.."와 같은 느낌이 아주 강했다. 너무나도 괌 같은 모습에 나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아바타와 괌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섰다.
1. 마치.. 마오리 부족 같은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아바타 2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의 영감은 전 세계 여기저기서 다 끌어왔다고 표현을 했다. 10년이 넘는 제작기간이 걸린 거대한 작품인 만큼 한 지역에서만 영감을 받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 있지만, 나는 나름 그의 입에서 '괌'이란 표현이 나오지 않은 것에 조금은 아쉬움을 가졌다. 따라서 그가 아바타 2를 제작하는 기간 동안 머물렀던 곳을 찾아보니, 뉴질랜드가 등장했다. 단순히 '머물렀다'를 넘어서 뉴질랜드에서 4년째, 아내와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을 확인하자,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제작했다는 그 영감 속에 뉴질랜드가 확실하게 있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아바타를 보면서 느꼈을 수도 있지만, 뉴질랜드는 어쩌면 당연하게 들어있을 것이라고 유추했을 수도 있다. 아바타에서 중심이 되는 바다족(작중 멧카이나 부족.. 이름이 어려우니 바다족으로 대체)의 모습이나 문화가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을 많이 닮았다. 가령 작중, 바다족의 문신이나 혀를 내미는 모습, 지느러미(?)를 치는 모습 등이 그 예시이다. 마오리족은 폴리네시아 민족 중 하나이다. 또한 작중에서 주인공의 가족이 바다 쪽으로 숨을 걸 알게 된 쿼리치 대령이 바다 부족이 사는 지도를 보는 과정에서도 태평양 섬들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수 백개의 크고 작은 섬..", "다양한 부족이 사는.." 등의 작중 표현이 필자에겐 더욱 태평양 섬들로 겹쳐 보였다.
폴리네시아인은 태평양 지역에 살았던 민족을 말하며, 주로 남태평양 지역에서 거주하긴 했으나, 인도네시아, 호주, 하와이, 미국 본토, 심지어는 대만지역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지역까지 우수한 항해술을 기반으로 활동을 진행했다고도 한다. 폴리네시아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화만 태평양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괌 지역은 미크로네시아 문화가 그 외엔 멜라네시아 문화까지 크게 3개의 문화권으로 볼 수 있다.
사진출처: 태평양 관광기구 공식 블로그
3개의 문화권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일정 부분 이 세 문화권에 유사성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비록 뉴질랜드를 여행하진 못했지만, 괌 여행을 통해서도 아바타를 찾아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2. 엄청나게 거대한 영혼의 나무
작중 특히 나비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영혼의 나무이다. 영혼의 나무는 아바타 1에서 더욱 중점적으로 다루어졌지만, 아바타 2에서도 잠깐 등장한다.
괌을 여행했을 당시, 가이드분의 말씀에 의하면 괌의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 나무를 만들었다고 한다.
괌 여행 당시 찍었던 사진.
괌에서 본 나무들을 봤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창하고, 거대한 이 나무 아래에 서면 마치 내가 영혼의 나무 아래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할 수도 있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나무를 보고 영혼의 나무를 바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영혼의 나무의 모티브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까도 이야기했듯, 워낙 대작이었던 만큼 한 지역에서만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 뉴질랜드에도 이와 비슷한 나무가 있는데 바로 타네 마후타이다.
높이가 40m가 넘어가며 그 높이에 맞게 이천 년에 가깝게 세월을 지냈다고 하니 그 역사가 엄청나다. 괌과 비슷한 기후의 뉴질랜드, 그리고 비슷한 환경의 나무들이기에 이러한 태평양 지역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았을 수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영혼의 나무는 또한 일본의 나무 큰등나무를 닮기도 했다.
사진출처: 일본관광공사
아시카가 플라워파크에 위치한 160년에 달하는 거대한 큰등나무와 이를 지탱하는오오후지다나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나무를 보면 또, "영혼의 나무가 이곳에서..?" 싶기도 하다. 정말 영화 한 편을 위해서 전 세계의 나무들을 다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3. 바다 경계선인 산호초 벽을 넘어서..?
마지막으로 괌 여행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바타 2와 유사한 점은 바로 산호 경계선이다. 이 장면 때문에 내가 아바타 2가 괌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the 1st trailer Avatar: The Way of Water
괌여행 당시 찍은 사진
우선 바다족이 머무는 곳으로 향하는 방향에서 보여준 바다의 모습에서도 유사성을 볼 수 있다.
바다의 경계/괌 여행 당시 찍은 사진
작중에선 바다의 경계가 제이크의 아들과 바다족 아들이 사냥을 나갈 때에도 묘사가 된다. 여동생을 조롱하는 바다족 아들과 싸운 후, 사과를 하러 가자 바다족 아들이 "산호초 경계 밖은 어른들의 사냥터야. 함께 가자 친구" 라며 그를 사냥터 밖으로 유도해서 버려두고 가는 장면에서 언급된다. 작중 산호초 경계 안은 마을 내 부지로, 수심이 엄청 깊진 않으며, 푸른 청록색? 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다. 반면 경계 밖은 그 수심으로 인해 어두운 파란색을 띠고 있다. 경계 안과 비교해서 수심도 깊어지며, 파도나 물살 또한 강한 편이다.
실제 괌도 이와 동일하다. 괌은 실제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과 아바타를 위해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는 괌 주변에 제일 깊은 해구인 마리아나 해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괌은 바다의 깊이 차이가 산호초 경계를 기준으로 극명한 편이다. 산호초 경계가 일종의 방파제의 역할을 하면서 파도와 물살을 막는다.
사진 출처: 괌 위성사진 구글
위성으로 본 괌의 모습을 통해 그 '방파제'의 역할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산호초 경계 안으론 색이 청록색을 띠고 있으며, 수심이 성인 기준 가슴 정도? 까지 밖에 오지 않는다. 물론 땅이 평평한 것은 아니어서 수영하다 보면 간혹 수심이 깊은 곳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 또한 경계에서 파도와 물살이 충돌하며 들어오는 물살이다 보니, 물살도 강하지 않으며, 파도는 거의 없는 수준에 가깝다. 따라서 바다 수영하기엔 정말 적합한 장소이다. 바다색만 봐도 알 수 있듯, 경계 넘어서는 수심이 거의 '절벽' 수준에 가깝다고 한다. 엄청나게 깊어지는 부분이니, 수영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왕이면 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나는 오히려 다른 것이 떠오르던데...?
영화의 포인트는 한 가지 관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밌는 부분이다. 모든 '것'들이 전부 그렇겠지만, 한 가지 방향, 생각, 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구에 사는 사람 수만큼의 의견들이 아마 존재할 것이다. 나는 아바타 2를 보며 태평양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괌 여행을 다녀온 직후라 괌이 떠올랐다. 그러나 글을 읽는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만약 당신이 영화를 보기 전, 환경보호 단체의 다큐를 보았다면 아바타를 보았을 때, 죽어가는 툴쿤족을 보며 고래가 떠올랐을 수도 있다. 혹은 당신이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면, "왜 작중에선 먹는 장면이 나오질 않지? 뭘 먹고사는 거야?" 싶을 수도 있다. (진짜로 먹는 장면이 나왔던가..?)
어쨌든.. 이처럼 다양한 관점이 영화를 통해서 생겨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며 느꼈던 점이 있다면 이를 공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작게나마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비록 영화가 길고 지루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경험에 대입하여 영화를 관람한다면 충분히 괜찮았던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