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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Apr 26. 2024

‘뉴진스의 어머니‘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며

민희진 대표의 말투와 화법을 보면 거짓을 말할 것 같지는 않다. 그의 논리는 본인이 대표로 있는 어도어 지분 20%로 어떻게 모회사 격인 하이브 경영권을 찬탈하겠냐는 거다. 애초에 말이 안된다는 식이다. (혹자는 3자 배정 방식의 꼼수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분이 그렇게까지 꾀가 많은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리고 그 논거로 들고나온게 방시혁과 하이브 대표 등과 나눴던 카톡 대화 캡쳐본이다. 여기에서 그는 유불리를 따져가며 항변을 이어가는데, 목소리 톤이나 화법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쏙쏙 박히기는 했다. ‘X새끼, X발, ’X랄, X신‘ 등등 욕설까지 적재적소에 추임새로 선보였는데, 우리 국민들은 여태껏 유래없는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목도하게 됐다.


보며 이 분은 엔터에만 충실한 전형적인 크리에이티브 처럼 보였다. 경영을 하며 기초적으로 알아야 될 지분 개념이나 언젠가는 행사해야 될지도 모를 스톡옵션, 콜옵션 등 여러 제반 조항들 조차도 하나도 모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경영자로써 기초적인 개념을 모르니 아마도 하이브와 계약을 맺으며 본인도 몰랐던 독소조항(poisonous clauses)이 달렸던 모양이다. 그 조항에는 아마도 퇴사를 하더라도 지분 혹은 ’뉴진스‘의 상표권이나 저작권 따위의 것들을 묶어두는 방식이 삽입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하는 계약 방식이 이렇다. 멀쩡한 계약서에 옵션 조항을 단다. 말이 좋아 옵션이지, 독소조항이란 얘기다. 보통 자회사나 하청업체가 ’을‘이 되는데, 그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렇게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실패하지 않고, 쭉 굴러가는거다. 그리고 성공의 가도를 달리더라도 대기업(모회사)에 충성하며 눈 밖에 나지 않는거다.


이 경우를 민희진에게 대입해보면 쉽다. 그는 이미 SM에서 시작해 엔터업계에서 잔뼈가 굵어 있던 터였다. 그리고 하이브로 스카웃 된 뒤 자회사 어도어의 대표가 되어 Y2K 감성으로 대변되는 이색적인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대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튄다. ’뉴진스의 어머니‘라는 별칭부터 시작해 방송과 언론 접촉이 잦았다. 이번 기자 회견을 보며, 공식 석상에서 이 정도의 개성을 보이는 이가 사석에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곪아있던 덩어리들이 터져 이번에 임계점을 찍게 됐다.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모방했다고 모기업에 딴지를 건거다. 그의 성품을 보면 앞뒤 재지 않고 대표에게 곧장 찾아가 들이받았을게 빤해 보인다. 그러자 하이브에서는 민희진을 쫓아내려 그를 개인 사찰한 뒤 ’경영권 찬탈‘이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와 마타도어를 시작했고, 결국 이 사달이 벌어지게 됐다.


이번에 민희진 대표를 보며 드는 생각은 이 분 옆에 있어서 좋을 사람은 그 회사 주주들 밖에 없을 것 같다는 거다. 왜냐하면 어찌됐건 사업을 성공시킬 실력이 출중하고 ’주주우선주의‘를 실현시켜 주며, 확실히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이 만약 내 상사거나, 혹은 내 부하직원이거나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루기가 힘들고, 모시기도 벅차다. 회사 생활을 해 본 사람이면 잘 알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내가 당신들처럼 기사를 대동해 골프를 치러 다니냐, 술을 처마시냐, 내 법인카드를 샅샅이 뒤져봐라. 새벽에 배민 시켜먹은 영수증 밖에 없다.“ 이 한마디에서 ’뉴진스‘라는 대형 걸그룹을 탄생시킨 민희진 대표의 억울함과 열의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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