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기헌 May 16. 2024

‘괜찮아, 팬덤이 있으니까’

거짓 하나를 감추려면 세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짓 10개가 모이면 그 거짓은 진실이 된다고도 했다.


김호중 소속사는 후자의 거짓 논리를 신봉하는 것만 같다. 거짓 10개가 모이길 기다리는 모양새다. 처음 뺑소니 사고가 난 뒤 소속사 대표는 ”내가 매니저한테 대신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라고 시켰다“라고 했다. 그런데 매니저는 김호중과 옷까지 바꿔입고 ”내가 스스로 갔다“고 자백했다. 이 후 경찰은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나 대신 매니저 네가 대신 경찰에 가서 자수해“라고 했던 녹취 파일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 후 사실관계를 더 깊게 확인하려 경찰은 차 안의 블랙박스를 들쳐봤는데, 메모리카드가 없다고 한다. 이에 김호중 측 반응은 또 엇갈린다. 매니저는 본인이 제거 했다고 말했고, 김호중은 원래부터 없었다고 둘러댔다.


그 후에도 언론사 취재를 통해 김호중이 그 날 유흥업소에 들렸다는 점이 확인됐고, 뺑소니 후에는 멀쩡한 집을 놔두고 호텔에 머물렀다는 사실까지 확인을 했다.


과거 클릭비의 김상혁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했다“라고 했던 전설의 변명을 상기시키는 2024년도 판 궤변도 어김없이 등장을 했다. ”유흥업소는 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라는 김호중의 항변이다.


그렇다. 술을 안마셨을 수도 있다. 그런데 뺑소니를 치고, 사기를 치고, 범죄를 은닉하고, 매니저를 회유해서 대리 자백을 시키고, 증거를 인멸했다.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말이다.


당시 김상혁은 저 말 한마디로 인해 국민적 조롱을 받다가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을 당했다. 그런데 이번 김호중 씨는 다르다. ’팬덤‘이라는 법 위에 군림하는 괴단체의 호위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치권과 연예계에서 주로 은둔하며 본인들이 추앙하는 인물에게는 상식을 파괴하는 지지를 보내며 맹종한다. 법과 도덕, 공공선과 상식 등은 그들 규율에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추앙하는 대상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번 김호중 씨 사건을 바라보는 팬덤의 인식 중 일부이다.

”버티면 그만 입니다.“

”내 가수 공연 매진으로 기 살려주러 갑시다.“

”일어날 수 있는 일, 오히려 솔직한 김호중 칭찬해야 합니다.“


음, 뭐랄까. 본 적도 없는 신을 맹종하며 떠받드는 종교 단체와 팬덤의 결집 현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그들의 추앙심은 어디에서 어떻게 발현되는 걸까. 내 가족과 신, 내가 추앙하는 가수가 한꺼번에 물에 빠졌는데 한 사람을 구해야 된다면 그들은 누굴 구할까. 확신컨데 그들이 가족을 구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국민성은 앞으로 어디까지 타락하는 걸까. 민족 특유의 흥이 많고 과한 열정이 이런 팬덤 문화를 창궐한 걸까. 국민소득 3만불이 되기 전에는 상상치도 못한 해괴한 문화들이 생겨나는 걸 목도하고 있자니, 5만불이 되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싶다.


참고로 김상혁이 퇴출되던 시기는 국민소득이 2만불도 채안됐더랬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이 그렇게 넓다는데, 제가 한번 가보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