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인 이스라엘의 한 소년은 아랍어로 돌멩이에 이렇게 새겨놓았다.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담아, 가자지구에서.”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가자지구의 한 소년과 한강 작가 모두는 고통 속에서 사랑과 아름다움을 말한다. 세상은 중의적이며, 또는 쉬이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음을.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하며 어떤 허구의 세상에서 묻는다.
현실 세상을 사는 우리는 오늘도 답을 찾으려 애쓴다.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어떤 사건에 대항하여, 우리는 그것이 잘못됐음을 증명해내야만 한다. 악은 그럼에도 거침없이 자신들의 길을 가지만.
우리는 끝내 증명해 낼 수 있을까.
그렇게 다시 봄을 맞고 먼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내가 견뎌온 세상은 사랑이었을까.
잠시 머물다간 여름이었을까.
미증유의 깊은 밤, 선의 안부가 6일째 닿고있지 않은 악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