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이사 가는 명상선생님을 만난 지난주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나 긴 대화를 나누던 선생님은 처음 봤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놀라워했다.
나 역시 나의 인생이 대만을 다녀오기 전과 다녀온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나의 번뇌를 주체하지 못해 시작한 명상은 선생님 앞에만 가면 눈물 콧물 짜내느라 매번 휴지를 축내고 오는 것이 일이었다.
"선생님, 나를 사랑한다는 건 뭔가요?"
"선생님, 나를 믿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선생님, 나는 왜 이렇게 슬픈 걸까요?"
"선생님, 나는 왜...?"
선생님, 선생님...
고생하신 우리 선생님(감사합니다).
그러던 작년 12월.
대만행 비행기를 끊고 나서 호텔예약보다 먼저 시작한 준비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헬스클럽 등록이었다.
평생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던 나에게는 모두가 놀라는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다.
여행을 다니려면, 특히 혼자만의 여행을 하려면 바로 옆에서 지켜봐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는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친정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환자 본인과 가족의 삶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절대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절실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 너무나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이제는 운동이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고 운동으로 인해 신체뿐만이 아니라 바람에 날리는 모래알 같던 나의 멘탈에도 근육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낀다.
운동을 시작한 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또 하나. 나는 애착이 형성된 사람들과의 관계로 생겨나는 불안과 집착으로 항상 괴로워했다. 그러나 도교사원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멀어질까 봐 걱정하지 말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더 감사하고 큰 사랑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평범한 가정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결혼생활로 스스로 불행하다 느끼지 말자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것은 안 해도 되는 자유로움과 경제적 안정을 주는 남편과의 관계를 서로 인정하며 그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것은 예전에 안동 어느 종갓집의 맏며느리로 살 때에 비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할 일이다.
이렇게 나는 혼자만의 대만 여행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다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나의 사람들 곁에 머물 것이다.
나에게 'Love Yourself'라는 말을 남겨주고 간 선배님 덕분에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것으로 대만여행의 마지막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