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산의 공간- 목, 화의 공간 – 보이는 영역
목과 화의 공간을 발산의 공간으로 정의 내보려 한다. 발산의 공간이라 함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방향의 공간이다. 폭탄이 터지면 팡하고 에너지가 안에서 밖으로 퍼지면서 발산하는 이미지를 떠오르면 가장 가까울 거 같다. 물론 속도가 폭탄 터지듯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속도랑 상관없이 에너지의 나아가는 방향이 안에서 밖으로 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맞겠다.
오행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모든 물상에 대입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명리학의 기본이듯이 공간도 명리에서 얘기하는 물상으로 오행적 해석이 가능하다.
시공간을 다루는 것이 건축이고 가장 대표적으로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공간이므로 오행적인 해석은 가능한 것이고 나는 건축가이자 공간디자이너로 공간의 오행적인 해석을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해보니, 너무도 흥미로운 발상이라고 생각이 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들의 조상은 풍수를 읽어서 택지를 정하고 음양을 읽어서 길한 장소를 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는데 현대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서양의 학문과 합리적인 철학이 많은 사고의 틀을 이루면서 지혜로운 조상의 방식들이 미신이거나 그냥 풍속으로 전락을 한 것이 이 공부를 하면서 안타까웠다.
물론 나는 풍수 전문가도 아니고 풍수를 공부해서 제대로 간택 지를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훨씬 깊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한 데이터를 가져야 할 텐데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보니 우리가 알고 있지만 너무도 먼 얘기 같은 풍수보다 명리 이론을 생활에서 접목할 수 있고 가깝게 나의 근간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에 접목해서 적용을 한다면 얼마나 이로울지 생각을 해보았다.
명리공부를 하면 할수록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너무도 좋은 학문이고 나아가 자연과 우주이치를 이해하는 학문인데 자연의 한 부분인 인간과 인간이 살고 있는 공간은 뗄 내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너무 먼 풍수얘기보다 가까운 나에게 맞는 공간은 무엇이며 당장 내 주변을 어떻게 어떤 오행적 공간으로 꾸며야 내 육신이 편하고 에너지의 흐름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면 이론으로만 알고 넘어갈 게 아니라 디자인으로 개선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결론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발산의 공간이라고 이름 짓고 정의 내렸으면 오행에서 발산의 공간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목, 화, 토, 금, 수에 대한 오행적인 정의를 앞서서 먼저 살펴보았는데 다들 눈치챘을 거라 예상은 되는데 시작의 에너지가 강한 목과 빛과 열이라고 보는 화의 공간은 누가 뭐래도 발산의 공간이라고 명할 수 있다.
일본의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 Sou Fujimoto는 수평으로 쌓아 올리고 수직으로 자유롭게 늘이고 확장시키고 스케일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식의 공간을 열린 계통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무한한 요소 간의 무한한 확장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건축을 ‘숲의 나무’와 같다고 하며 그의 건축적 디자인 어휘를 무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사실 동양적 자연에 대한 생각과 어휘를 그의 건축에 고스란히 녹여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하는 생각을 알 수 있는데 우리의 전통 건축의 공간과 자연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사실 크게 다를 거 없는 생각이라 여겨진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논문과 저서를 읽어보고 비교를 해보았는데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의 공간은 왜 현대건축에 드러나지 못하고 그저 서양건축과 공간을 답습하고 복사하는데 머무는가 하는 고민을 깊이 해 보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건축가 중 카즈오 세지마와 류에 니시자와의 SANAA라는 건축가 그룹은 현재 세계적으로 건축활동을 하고 건축가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차례 수상하였다.
워낙 유명한 건축가라 수상했던 사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는데 그들의 건축 공간에 대한 고민을 글로 쓰고 인터뷰한 내용들을 읽어보니 저변에 일본 전통건축과 공간에 대한 적용과 생각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왜 우리나라의 건축가들은 전통건축의 공간적 개념을 차용을 안 할까를 고민했다. 분명 있었을 것인데 너무도 빠른 세계화와 경제화를 위해 서양화가 빠르게 되느라 적용하는데 어려웠나 추측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위해 명리공간을 고민하다 보니 우리나라 전통건축과 사상을 안 들여다볼 수 없었고, 명리적인 공간해석이나 적용이 없을까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이화여자대학교 건축과 교수인 임석재 교수님의 책 중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사상과 공간에 대해 잘 서술해 놓으신 것이 있길래 구입해서 당장 읽어보았다. 역시 공간에 사상적인 코드가 있었고 유교, 불교, 도교라는 커다란 사유체계에 맞춰 해석해 놓았다.
‘한국전통건축과 동양사상’이라는 책인데 그래도 우리나라 건축에 사상적 근거가 어디서 왔는지는 읽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늘 들어왔던 얘기들이고 건축을 전공했다면 익숙하겠지만 잘 정리해 놓으셨고 이해가 확실히 되어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으로 미뤄 보았을 때 우리나라 전통 한옥은 유교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직접 만들고 생각했던 지금으로 말하면 건축가(그 당시에는 건축가라는 용어조차 없었을 테니 도편수 정도 되는 장인이었으리라 생각한다)는 계급으로 말하면 중인이었고 그 시대에 서민이나 중인들은 유교보다 도교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한옥 같은 주거건축에는 유교와 도교 영향이 알게 모르게 혼재되어 있다는 말을 읽고 나니 왜 그런 공간을 만들었고 구축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여기서 명리학과 도교적인 사상의 유사성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 같은 게 도교는 인간과 자연이 일체 되는 물아일체 사상을 중요하게 여긴다. 명리학도 인간의 삶과 때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 자연의 하나로 이해하려는 학문이기 때문에 매우 밀접하게 유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방색이니 팔각정이니 하는 너무도 익숙한 용어에 이미 명리학적인 생각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오방색은 오행에 근거해서 나온 얘기고 팔각정의 8의 숫자도 또한 명리학에서 얘기하는 숫자, 팔자와 같은 의미이다.
이런 전통건축의 사상과 명리학에 근거해서 우리 전통건축과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디자인을 한다면 일본이 세계에서 얘기하고 있는 동양적인 공간 얘기를 우리도 할 수 있을 거라 감히 예측해 본다.
우연히 건축가 송민구선생님의 ‘우리나라 전통건축 조형의 의미’에 대한 글을 읽어보니 전통건축의 비례가 주로 수(数)로 정리되었고 이에 대한 기록이 어디서부터 왔고 그 기원이 저 먼 동아시아 즉 중국으로부터 왔음을 잘 꼼꼼히 적어 놓으셨다.
현대 우리 동양인 대중의 생활에까지 뿌리 깊게 내려있는 고대사상을 분석해 보면 수의 신비성과 천문에 관한 개념이 지극히 복잡하게 얽혀서 무수히 가지를 뻗고 있다[1]고 쓰고 있다.
천인동일사상, 즉 임금은 하늘이라는 것과 넓게는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영원한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절실한 인간적인 염원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8이라는 수와 5는 팔자의 5, 오행의 5와 같은 숫자이다. 주나라의 문왕은 우왕의 낙서에서 8괘를 지었고 그것을 문왕의 8괘라고 하며, 주공을 거쳐 내려온 것을 공자가 5경으로 집대성함으로써 그것이 역경에 남게 된 거라 한다.[2]
오행의 만물을 조성하는 다섯 가지 원기로서 수, 목, 화, 토, 금을 생각하고, 물이 나무를 생기게 한다고 하여 수생목, 나무가 불을 생기게 한다고 하여 목생화, 불이 흙을 생기게 한다고 하여 화생토, 흙에 쇠를 생기게 한다고 하여 토생금, 쇠가 물을 생기게 한다고 하여 금생수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만물의 생성원리를 설명하면서 윤회사상을 형성하였고 생성의 원리에 따른 것을 오행상생이라고 하며, 이것을 역행하는 것을 오행상극이라고 하는데, 만사에 있어서 오행상극하여서는 안된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명리공간3에 정리해 놓은 오행의 생극제화편을 읽어보면 일치한다.
오행설을 주창하여 성공을 거둔 사람은 ‘추연’이라는 학자로서 B.C.4세기말 전국시대 때 제의 선왕대에 활약한 사람이다. 수와 오행이 결부하는 방법은 참으로 흥미로웠고 불교를 국교로 믿었던 우리나라의 사찰 건축에는 더없이 깊게 적용되어 지어진 것이다.
황금분할 비율의 3:5는 3:4:5의 직각삼각형에서 인과 천의 비율이며 그러한 삼각형을 일명 신성불가침의 3각형 또는 피타고라스의 3각형이라고 하였다. 음양의 조화, 황금분할비 등은 부석사 무량수전에 완벽히 적용되어 우리에게 전해져 와 있고 그 외에도 궁정건축, 사찰건축에 적용되어 건축미를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첨에는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로만 사용되었고 민가나 서민에게는 공유하지 않았다고 하니,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믿었는지 알 것 같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5:8의 비율로 건축물의 규모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고 이는 황금분할비이다.
5는 오 황극(五黃極)으로서 모든 도리의 근본을 이루는 대중의 도를 뜻하고, 8은 유의 모체인 무, 즉 태극에서 파생하여 양의 (両義) 사상(四象), 팔괘(八卦)로 분기한 바로 팔괘의 의미를 지닌다.[3]
위에서 계속 언급되는 숫자 5와 8은 명리학에서 말하고 있는 오행과 팔자의 숫자와 같은 것이다. 이처럼 건축에 직접적으로 숫자를 비례 삼아 사용했다는 기록은 매우 흥미롭다.
분명 기의 흐름과 좋은 공간에 좋은 에너지를 담아 발복을 기원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마음일 것이다.
[1]우리나라 옛 조형의 의미, 송민구건축연구소
[2]Lbid., p14
[3]우리나라 옛 조형의 의미(4), 송민구건축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