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Nov 20. 2018

바람이 스쳤다.


이 삼년 전에 어학원을 다니면서 알게된 어머니 연배의 선생님을 만나고 들어가는 길이었다.


나는 선생님과 세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수다스럽게 떠들 었지만 지친다기 보다는 오히려 많은 힘을 얻었다는 느낌을 받은 훈훈한 만남이었더랬다.


그리고 버스정거장 앞에서 내가 버스를 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뒤돌아서는 선생님의 뒷모습으로 깔끔히 마무리된 우리의 만남으로 인해 나는 내 안에 뭔가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내 생각이 조금 긍정적으로 바뀌었는지 정검하기 위해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서 잠시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멍때리는 내 눈앞에는 그저 차들이 자기가 더 먼저 가겠다고 기싸움 하는 모습과 그 사이를 위태롭게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들의 모습만이 비췄다.


한 오토바이가 택시와 세단의 사이를 유유히 지나서 속도를 내려는 찰나에 나는 마치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하쿠의 등에 올라탄 어린 자신의 모습을 무의식중에 기억해내는 것처럼 아무런 준비없이 나의 이십대 초반의 모습이 기억났다.


마치 애니속에서 센이 느꼈던 것 처럼.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고,

땅이 꿀렁거렸고,

나의 두 손은 핸들을 잡고 있었다.

자전거 핸들,

더웠던 날들,

가파른 내리막,

늦어서 서두르다가 패달 밟는 잠시 것을 멈추고 저절로 굴러가는 자전거 위에서 잠시 쉬던  모든 것들이 급작스럽게 그곳, 그때로 끌어들였다.


너무 갑자기 찾아온 생생한 기억과 느낌들때문에 잠시 당황했다.


나는 여전히 나는 버스 맨 앞좌석에 앉아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