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Finding Value 07화

AE의 애매모호함

광고주를 깊게 이해하는 일

by 김대영

1999년도 졸업을 앞두고 친한 대학 동기와 광고대행사에 지원을 했어요.


지금 생각나는 곳은 금강기획, LG애드, 제일기획, 휘닉스커뮤니케이션 등등이었던 거 같아요.

결과적으로 모든 대행사에 낙방했고 광고대행사에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훗날 광고주로서 광고 업무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떨어진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당시 저는 AE가 광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인 줄 알았고 그래서 AE로 지원을 했거든요.

전공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저는 카피라이터 같은 제작 쪽이 좀 더 어울렸고 그게 아마 모든 대행사에 떨어진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깨달았어요.

물론 그만큼의 실력이 없었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겠지만요. ^^


어떤 밈을 보니 A(아) E(이)것도 제가 하나요?라는 말로 AE를 정의하더라고요.

캠페인 부문에서 AE와 제작 모두를 총괄하면서 나름 AE라는 직무의 정의가 뭔지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신 분들은 나름의 정의가 있을 거고 사전적 정의도 다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 글은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AE란 직무의 정의임을 이해 바라요.


어쩌면 어딘가는 과거의 저처럼 AE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후배가 있지 않을까요?

그럼 AE가 광고 아이디어를 내면 안 되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에요.

당연히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내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AE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냐라고 질문하면 그건 명확히 아니라고 정의해야 할 거 같아요.

AE를 보통 광고 기획자라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광고 기획이라는 모호한 말 때문에 헷갈릴 수도 있는 듯 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AE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AE 직무의 핵심은 광고주를 깊게 이해하는 일'


광고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총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 가장 앞쪽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광고주가 무엇을 원하는가'입니다.

광고주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해야 그에 맞는 솔루션, 즉 광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광고주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크리에이티브로 들어가게 되면

만들어진 결과물은 계속 반려될 수 있고 그 때문에 지난하며 힘든 과정이 계속될 수 있어요.


그래서 AE들은 광고주를 이해해야 합니다.

광고주를 이해한다는 것 안에는 광고주 개인의 사소한 고민부터 회사의 상황, 내부 조직 간의 문제, 제품의 특성, CEO의 성향등 광고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변수들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흔한 말로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이해력과 센스 스킬이 필요한 직업이죠.

이 많은 것들을 이해하려면 별거 아닌 대화 속에서도 함의를 포착해 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일일이 모든 걸 말해주는 광고주는 없거든요.


어떤 대행사는 AE들을 뽑을 때 명문대 위주로 뽑더라고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대행사에서 일해보니 왜 그런지 조금 이해는 되었어요.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좋은 대학을 나왔다면 머리가 똑똑할 확률이 있고 그렇다면 이해력도 좋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이 들거든요. 결국 광고주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거죠.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 그건 그냥 확률일 뿐 사람을 이해하는 영역과 공부 머리는 다른 거 같아요.

어쨌든 대학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눈치 빠르고 이해력이 좋다면 당연히 AE에 적합할 수 있는 거죠.


AE라는 직무가 광고주를 깊게 이해하는 일이라는 정의를 하게 되면 해야 할 일은 좀 더 명확해집니다.

최대한 소통을 많이 해야 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어떤 형태로든 광고주와 소통을 해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만들어야 할 광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거죠.

AE 직종을 뽑을 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언급되는 건 결국 최대한 많은 소통을 통해 광고주를 이해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광고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면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AE는 당당하게 크리에이티브의 방향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결국 광고 제작 단계에서 크리에이티브 조직이 괜한 헛발질이나 삽질하지 않도록 해주는 일도 AE들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매니징 스킬, 인사이트를 찾는 능력,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능력등 AE가 가지면 좋은 다른 많은 스킬들이 있어요. 모든 걸 잘할 수 없으니 이 중 본인이 가져갈 수 있는 탁월한 스킬이 있다면 그걸로 승부를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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