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볼에서 주인공 빌리빈은 감에 의존했던 스카우팅을 배제하고 데이터와 통계를 활용한 방식을 이용해 위대한 승리를 끌어낸다. 영화에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맥락의 대사가 자주 등장 한다.
숫자는 차갑고 이성적이지만 의사결정에 좋은 기준점을 제시한다.
최근 광고주들에게 오는 의뢰에 꼭 포함되어 있는 것이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그중엔 브랜딩과 퍼포먼스를 함께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도 퍼포먼스의 예산 비중이 큰 경우가 많다.
왜 광고주들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신봉하게 되었을까?
그건 숫자가 주는 달콤함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입한 만큼의 결과를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다. 의사결정자들은 의사 결정의 기준을 숫자에 기댈 수밖에 없고 퍼포먼스의 숫자는 성과 달성이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 시절이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는 위기 아닌 적 있냐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광고 업계는 흡사 탄광의 카나리아 같아서 경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작년에 비해 올해의 인바이팅 숫자가 반 이상 줄었다. 이것은 현재 기업이 마케팅에 비용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환경에서 당연히 기업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비용을 쓰더라도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한다. 의사 결정자는 효과성에 의문을 갖고 비용의 효과와 효율성을 정확한 숫자로 내놓기를 바랄 것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실제 성과 달성과는 별개로 예측이라 할지라도 광고주가 원하는 숫자를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빨리 퍼포먼스의 효과를 본 기업들은 타겟팅의 어려움, 비용의 상승, 효과의 정체, 브랜드의 손상과 같은 여러 문제를 겪고 다시 브랜딩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뒤늣게 퍼포먼스의 효과를 간파한 기업들은 여전히 퍼포먼스 마케팅을 선호한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최근 들어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상관관계나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들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이 연구들 역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드 마케팅이 병행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Nielsen의 "Global Trust in Advertising" 보고서 (2021)는 브랜드 인지가 있는 디지털 광고의 클릭률(CTR)이 평균 40% 더 높았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또한 브랜드 친숙도가 높은 기업의 전환율이 일반 대비 2.7배 높았다.
Harvard Business Review 연구 "The Rise of Smart Marketing" (2023)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이 업계 평균보다 20~35% 낮은 CPC를 기록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친숙함을 가지고 있어, 광고 클릭 시 저항감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동일한 광고 예산으로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이 향상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사례는 마케터이기 전에 한 명으로서 소비자로서 경험을 생각하면 더 쉬워진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퍼포먼스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검색 한 번만 해도 귀신 같이 우리를 따라다니는 광고를 생각하면 쉽다. 또한 관심사나 인구통계학적인 여러 데이터를 통해 타겟팅되어 나오는 광고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광고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모두 알다시피 우리는 사실 이런 모든 광고에 반응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하라고 지시하는 의사 결정자들 역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자동차나 가전, 금융등 상대적으로 신뢰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거나 고가의 고관여 제품의 경우, 퍼포먼스 광고에 노출되었다고 덥석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닐슨의 2024년 연례 마케팅 보고서에는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최근 마케터들의 생각과 함께 두 가지 마케팅에 발란스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잘 정리되어 있다. 해당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마케터의 70%가 올해 브랜드 구축을 희생하면서까지 퍼포먼스 마케팅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오늘날 기업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민첩한 신규 경쟁자의 시장 진입, 인플레이션의 급등, 현대 소비자가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등 시장 상황은 순식간에 변화하고 있다. 마케팅 리더가 눈앞의 기회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두 가지 주요 함정이 있다.
첫 번째는 구매자가 '구매' 버튼을 클릭하는 것은 마지막 퍼널에서의 인상이 아니라 브랜드와의 긴 터치포인트의 결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우리가 소비자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 번 사고 말, 값싼 제품이 아니라면 우리는 수많은 브랜드와의 접촉을 통해 만들어진 관계성에 기반해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많은 마케터들이 브랜드 구축을 위한 퍼널 상단 활동을 소홀히 하고, 퍼널 하단의 잠재고객 전환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두 번째 단기효과는 축적되지 않는다. 브랜딩과 퍼포먼스의 발란스를 심도 있게 연구한 비넷과 필드의 말을 빌리자면, "장기적인 효과는 단순히 단기적인 효과의 축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쌓아서는 브랜딩의 장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또한 장기적인 효과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기적인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오늘날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열기는 일반적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에 사용되는 채널이 본질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닐슨의 연례 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마케터들은 소셜 미디어, 검색, 온라인 디스플레이 및 비디오를 가장 효과적인 디지털 채널로 꼽고 있다. 예를 들어, 거의 80%가 소셜 미디어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72%는 검색 광고에 대해서도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케터들은 일반적으로 TV를 퍼포먼스 마케팅과 연관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수백 건의 마케팅 믹스 모델링 연구에서 TV의 성과를 분석해 보면, 퍼널의 상단과 하단에서 동일한 성과를 내는 유일한 채널 중 하나가 TV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모든 캠페인과 브랜드는 다르며 모든 채널에는 장단점이 있다. 어떤 채널이 다루기 쉽고 상대적으로 측정하기 쉬우며 효과적이라고 인식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에 좋은 채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래는 닐슨 보고서에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주요 내용을 캡처한 내용이다.
전환 중심 마케팅 은 매출 증가를 빠르게 측정할 수 있어 매력적이지만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는 효과가 적으며,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 없이 사용할 경우 브랜드의 가치가 손상될 수 있다.
브랜딩에 대한 지출에 결정은 대기업에게도 어려운 것이다. COVID-19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Coca-Cola, General Motors 및 Netflix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브랜드 구축 노력을 줄였고 Nielsen Compass 데이터에 따르면 광고를 중단할 때마다 브랜드의 미래 매출은 평균 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대로 브랜드 구축 마케팅에 대한 투자는 매출 성장을 촉진한다. 브랜드 지표(인지도, 고려도 등) 1포인트 증가 시 매출이 1%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브랜드 마케팅은 상단 퍼널에서 소비자 인식을 형성하는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도달시키고 장기적인 미래 매출을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하단의 퍼포먼스 마케팅은 소비자 구매를 유도하는 메시지를 통해 좁은 도달률로 단기적인 매출을 유도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해야 한다.
상단 퍼널의 브랜드 마케팅은 장기적 및 전체 퍼널 ROI를 위해 중요하다. Nielsen Compass의 ROI 기준 데이터베이스는 TV 및 디지털 비디오와 같은 채널에서 미디어 지출의 장기적 영향이 심지어 두 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 빌딩은 단순히 장기 매출을 씨 뿌리는 것 이상의 역할로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기여하다. 단기적 퍼포먼스 전략은 현재 매출로 전환되지만 실제로는 더 높은 비용이 소모됨을 보여준다. UM Worldwide, 연구 및 분석 그룹 이사 Adam Isselbacher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소비자 인식 속에 브랜드를 내재화시키는 것이 퍼포먼스 마케팅의 즉시성과 결합될 때, 즉각적인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성공의 기반을 다진다고 이야기한다.
타겟(Target)은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로, 1902년에 설립되어 현재 미국 전역에 1,92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타겟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도 유명한 기업이다. 타겟은 'Roundel'이라는 자체 소매 미디어 네트워크를 운영하여, 브랜드와 협력하여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Nielsen은 Roundel과 협력하여 Hanes라는 미국 의류 회사의 주요 브랜드 지표와 소비자 인식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Hanes는 브랜드 및 매출 지표 모두를 높이고자 했다. Roundel은 12주간 Hanes 브랜드의 다양한 멀티채널에 "편안함의 막강한 지원"이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Roundel은 Nielsen Brand Impact for In Campaign을 활용했다. 이 솔루션은 광고 캠페인이 소비자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도구로 디지털, 전통적인 미디어, 그리고 하이브리드 접점을 포괄하여 캠페인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통해 파악된 것은 브랜드 캠페인에 노출된 응답자의 약 60%가 Target에서 남성용 속옷을 구매할 때 Hanes를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는 "높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또한 캠페인에 노출된 그룹은 Hanes에 대한 인지도가 노출되지 않은 그룹보다 20% 더 높았다. "편안함의 막강한 지원"이라는 메시지에 노출된 그룹은 노출되지 않은 그룹보다 Hanes에 대한 인지도가 11% 더 높았다.
이러한 데이터는 브랜드 캠페인이 광고 비용 절감과 전환율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 따라서 기업들은 퍼포먼스 마케팅과 함께 브랜드 캠페인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장기적인 ROI 향상에 도움이 됨을 인지해야 한다.
마케터이자 동시에 소비자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이 왜 적절한 발란스를 갖고 가야 하는지 사실 잘 알고 있다.
소셜 미디어 채널에 등장하는 다양한 퍼포먼스 광고에 노출되면서 호기심에 구매 버튼을 눌렸던 소비자 경험이 있지만 이제 지속적인 타겟팅에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반복적으로 타겟팅 광고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의 피로감을 유발하고 부정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고객 피로도는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브랜드 인식과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 만약 우리 브랜드가 신뢰라는 가치를 주어야 하는 브랜드라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단기적인 클릭, 구매 등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접근은 고객이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기회를 줄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디지털이나 TV 미디어에 노출될 브랜드 영상 크리에이티브를 고려할 때 우리는 감정적 유대나 정서적 가치,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로부터 갖게 될 이미지를 고려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 이러한 브랜딩에 기반한 영상은 감정적 연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퍼포먼스 중심의 마케팅은 이러한 요소를 무시할 가능성이 크며 마케터는 이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실제 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는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와 고객 충성도에 대한 분석을 다루는 연구에서 브랜드와의 감정적 유대가 없는 소비자일수록 다른 브랜드로 쉽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고객 생애 가치(LTV)와 장기적인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례는 단기적 수익 중심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브랜드 구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설명해 준다.
브랜드 캠페인의 관점 정의
브랜드 캠페인을 무엇으로 바라볼 것인가도 현재로서 중요한 지점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효율적이라고 할 때 반대급부로 브랜드는 효율적이지 않고, 단기적인 효과 없는 것, 쓸데없는 인지도를 높이는 것, TV광고에만 집행되는 영상광고, 소비자와의 장기적 관계를 만드는데만 필요한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브랜드 퍼포먼스의 관점
펜타클에서 진행하는 최근의 브랜드 캠페인은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장기적 관점의 선호를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의 광고주 요구는 최근에 본 적도 없다. 대부분의 영상 캠페인은 매출 목표등 KPI를 달성할 수 있는 브랜드 컨셉을 통해 퍼널 상단에서 소비자의 공감을 극대화하거나 기억에 남을 임팩트를 주어 퍼널 하단의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퍼널 하단에서만 워킹하는 메시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어서 개별적인, 다양한 메시지를 실험하지만 퍼널 상단에서의 메시지는 퍼널 하단에서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브랜드 퍼포먼스 관점의 마케팅은 실상 우리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브랜딩 캠페인과는 다름이 있다.
최근에는 기업 내부에서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드 마케팅의 담당자가 다르고 대행사 역시 이런 역할을 하는 개별 대행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두 영역은 하나의 목표점을 갖고 서로 협업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두 마케팅이 어떤 방식에서 도움을 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