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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치를 찾는 브랜딩31화

인류의 다행성 거주 가능성 가치를 파는 스페이스X

by 김대영


2024년 10월 13일, 스페이스X는 우주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전세계 사람들은 '스타십'의 초대형 추진체인 '슈퍼 헤비 부스터'를 발사한 후, 지구로 귀환하는 부스터를 발사 타워의 거대한 기계 팔, 일명 'Mechazilla'가 추진체를 정확히 붙잡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초속 수백 미터로 움직이는 거대한 로켓을 공중에서 정확히 포착해 안전하게 되돌리는 작업은 마치 태풍 속에서 바늘구멍에 실을 꿰는 것과 같았다. 이 전례 없는 기술적 성과는 단순한 엔지니어링의 승리를 넘어, 스페이스X의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 혁신적인 시도는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었다. 스페이스X가 추구해 온 '완전 재사용 가능한 우주 발사체'라는 '불가능한 꿈'을 향한 또 하나의 과감한 도전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이러한 도전을 통해 단순한 우주 발사 기업이 아닌, 인류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가치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기술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로켓을 싸게, 빨리, 더 자주 쏘는 기술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소비자는 기술로 감동받지 않는다. 단순한 기술은 더 이상 브랜드의 차별화 요소가 되지 못한다.
기능의 전쟁이 아닌, 의미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민간 우주 기업이 등장했지만, 스페이스X만이 대중의 상상 속에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유는 팔고자 하는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로켓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설계한 브랜드다.


표면적으로 스페이스X는 로켓을 개발하고 발사하는 우주항공 기업지만 스페이스X가 실제로 파는 가치는 로켓이나 우주 발사 서비스가 아니다.

스페이스X는 2002년 일론 머스크에 의해 설립되었다. 페이팔 매각 후 확보한 자금으로 화성에 온실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머스크는 기존 로켓 발사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로켓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인류의 우주 탐사를 가속화하는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라는 비용 절감의 혁신 기술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처음엔 위성 발사 시장에서 NASA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정부·기업 고객을 유치했다.
이것만으로도 사업적으로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췄다면, 스페이스X는 B2B 위성 발사 회사 이상의 브랜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로켓을 사는 기업은 늘 수 있지만, 로켓에 열광하는 대중은 없었을 것이다.

이때 스페이스X는 기술 뒤에 숨겨진 ‘더 큰 가치’를 꺼내 들었다.


스페이스X가 찾은 진짜 가치는 "인류의 다행성 거주 가능성",즉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인류의 미래를 정의한다는 믿음이다.

일론 머스크는 “인류는 반드시 화성에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기술 아닌 **사명(mission)**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사명은 다음과 같은 ‘감정 코드’를 자극했다.

"지구는 언젠가 멸망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행성을 준비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그 여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즉, 스페이스X는 단순히 로켓 기술을 팔지 않고, 희망, 도전, 운명 개척이라는 무형의 감정을 팔기 시작했다.

단순한 우주 발사 서비스가 아닌, 인류의 존재 영역을 확장하는 역사적 사명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이 전환점은 스페이스X가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닌, 인류의 다행성 거주 가능성에 도전하는 가치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스페이스X는 이러한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했다

반복적 실패를 통한 혁신: 스페이스X는 초기 여러 차례의 로켓 발사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공개함으로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보여주었다. 머스크는 로켓 폭발 장면도 유튜브에 공개하며 "실패는 옵션이 아니라 진전의 징표"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재사용 가능한 로켓: 기존 우주 산업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로켓 재사용에 성공함으로써, 스페이스X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상징적 사례를 만들었다.

스타십 개발: 화성 이주를 목표로 한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개발은 현실적 비즈니스 목표를 넘어서는 인류의 꿈과 도전을 상징한다.


스페이스X는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라이브 발사 중계: 로켓 발사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역사적 순간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공적인 발사뿐만 아니라 실패한 발사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과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SNS를 통한 소통: 일론 머스크의 개인 트위터는 스페이스X의 중요한 마케팅 채널이 되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유인 우주비행사의 브랜딩: NASA 우주비행사들이 스페이스X의 세련된 우주복을 입고 등장한 것은 우주 탐사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했다.

역사적 이벤트 창출: 테슬라 로드스터 우주 발사, 국제우주정거장 방문 등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강화했다.


스페이스X의 '불가능 도전'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접근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우주 발사 비용 혁신, 기존 로켓 발사 비용을 1/10 수준으로 낮추어 우주 산업의 경제적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은 NASA보다 더 자주 ‘스페이스X’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미국 청소년 대상 브랜드 친밀도 조사에서 정부 기관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주 탐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부활시키고, NASA를 포함한 전통적인 우주 기관들이 혁신적 접근법을 채택하도록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일반인 4인을 선발해 지구 궤도를 도는 민간 우주 여행 ‘Inspiration4’ 프로젝트 실행했다.

스페이스X는 이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우주 민주화”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포지셔닝, 민간인이 우주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우주 관광의 현실화에 기여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전통적인 우주복과 달리 세련되고 직관적인 디자인 도입해 기능성보다 감성, “SF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을 주는 비주얼 브랜딩을 실천했다. 이는 발사체라는 제품을 넘어서 브랜드 전체를 '경험'으로 포지셔닝한 결정적 전략이었다.


스페이스X가 그러했듯, 브랜딩은 기술을 넘는 가치의 발견에서 시작된다

스페이스X는 우주 발사 서비스라는 표면적 제품 너머에 있는 '다행성에 거주하는 인류의 꿈'이라는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브랜드의 핵심으로 삼았다. 일론 머스크가 "인류를 다행성 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이 '불가능한 도전'을 브랜드의 본질로 삼아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인류는 더 나아가야 한다"는 존재의 이유를 마케팅했다. 그것이 사람들의 지갑이 아니라, 마음을 연 전략이다.


스페이스X의 사례는 브랜드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표면적 가치를 넘어,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더 깊은 가치와 열망에 연결될 때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많은 브랜드가 성능을 이야기하고, 가격을 강조한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왜 존재하는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존재 이유를 믿고, 지지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어쩌면 마케팅은 우리가 만든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일 수 있다.

우주 로켓을 발사하는 회사를 넘어, 인류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브랜드로서 스페이스X는 새로운 가치를 찾는 브랜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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