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남자와 여자를 이렇게 차별하나요?
아버지는 납북어부였다.
55년 전, 동해에서 고기잡이하던 중, 북으로 납치되었다가 귀환했다. 이후, 6개월 동안 감금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집행유예로 감옥에서 나온 후,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4년 후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과거사 조사위원회에서, 억울하게 감옥살이한 분들의 재심을 권유했다. 덕분에 아버지도 50여 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억울하게 옥살이한 부분에 대해 형사와 민사보상을 청구했고, 얼마 전 형사보상 결과가 나왔다.
"형사피해 보상금 7,000만 원을 유족에게 이렇게 지급한다."
- 큰아들, 9분의 3
- 둘째와 셋째 아들, 각각 9분의 2
- 처(어머니)와 딸(누나), 각각 9분의 1
보상금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불법 감금당한 6개월에 대해, 법에서 정한 보상금의 최대한도를 적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상금을 배분하는 기준이 복잡했다. 고생하신 어머니에게 많이 배분하고, 자녀들은 똑같이 배분하리라 기대했다.(공부해 보니, 현재 적용되는 상속기준은 이게 맞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들들에게, 특히 장남에게 많이 주고, 처(아내)와 딸(누이)에게는 적게 배분하는 걸로 되어 있다.
현재의 상속 기준이 아니라, 아버지가 사망한 시점(1973년 5월)의 상속 규정을 적용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장 힘들었던 분은 어머니다.
다음으로, 자녀들 중 가장 피해를 입은 이는 누나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어머니가 혼자 네 자녀(장남, 차녀, 차남, 막내아들)를 키우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중학교에 다니던 누나에게 공부를 포기하도록 했다. 이후 누나는 서울에 있는 고모네 집으로 보내져, 식모일과 반찬가게 일을 하며 집안 살림을 도와야 했다.
누나는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것이 평생에 한이었다.
공부를 잘했고, 좋아했는데, 그 기회를 갖지 못했다. 아들들은 고등학교, 대학까지 보냈는데, 자신만 피해를 보았다고 억울해했다. 이러던 차에, 아버지의 보상금이 나오는데, 또 아들들만 혜택을 주고, 자신은 차별한다 하니, 단단히 뿔이 났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보상금을 한 목에 준다면, 우리끼리 공평하게 나누기라도 할 텐데, 그것도 안된단다.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각자 계좌로 직접 입금해 준단다.
갑자기 천만 원 넘는 돈이 생긴다 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많이 받은 이가 조금씩 나누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게 쉽지 않다. 일단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게 부담이다. 나눈다면, 누가 얼마씩을 분담할지 계산도 복잡하다.
"이래서, 유산 배분 문제로 형제간에 싸움이 난다 하는구나~!!"
실감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로 형제사이가 나빠지지 않을까 고민이 된다.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주면 될 텐데, 왜 차이를 둘까?"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요즘, 왜 아들과 딸을 차별하나?"
이번 사건을 겪으며, 재산 상속제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1991년 이후부터는 남녀, 아들딸 구분 없이 똑같이 재산을 상속한다. 그리고, 아내(배우자)에 대해서는 자녀들보다 상속분의 1.5배를 준다고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여성에 대해 차별이 심했다.
민법이 시행되기 전, 1960년 이전에는 모든 유산을 장남(호주)에게만 몰아주었다. 아내, 차남, 차녀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1960년부터 1990년 까지는 남녀차별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개선되어 왔다.
장남이 아닌 자녀도 재산을 나누어 주었는데, 아들과 딸의 차별이 심했다. 딸은 아들의 절반만 주었다. 장남은 다른 아들의 1.5배를 주었다. 출가한(결혼한) 딸에게는 아들의 1/4만 주었다.
배우자에게 처음에는 아들의 절반만 주었다. 이후 아들과 똑같이 주는 걸로 바뀌었고, 현재는 가장 많이(아들의 1.5배)를 상속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번 형사보상금 배분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1973년 5월)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1973년의 민법에 따른 상속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보상금을 실제 지급하는 것은 현시점인데, 아들과 딸에게 배분하는 기준은 1973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억울한 남녀차별을 또 당하게 된 누이가 뿔이 나게 된 것이다.
돈이 아예 안 생겼으면 이런 걱정도 없을 텐데, 과거 설움이 되살아나게 생겼다.
어떻게 하면, 누이의 아픈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뿔난 누이를 달래줄 방법을 형님들과 잘 상의해 보아야겠다.
<1960년 민법 시행 이전>
- 호주가 모든 재산을 상속받음(장남 단독)
<1960.1.1 ~ 1978.12.31>
- 아들과 딸 모두에게 상속하되, 차등 지급
- 딸은 아들의 절반(1/2) 지급, 장남(호주)은 50% 가산
- 처에게도 상속권을 처음 도입(단, 아들의 1/2)
<1979.1.1 ~ 1990.12.31>
- 앞전과 동일하되, 딸과 처에 대한 지급을 확대
- 차녀에게도 차남과 동등하게 지급
- 처에게도 50% 가산(장남과 동등)
<1991년 이후 ~ 현재>
- 남녀 균등상속을 확립(아들, 딸, 장남 구분 없음)
- 처(배우자)에게만 50% 가산(아들, 딸 상속분의 1.5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