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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Mar 27. 2024

개부랄꽃이라고요?

이른 봄, 통영 욕지도에서 처음 만난 야생화



3월 초에 만난 첫 봄꽃

3월 11일, 통영 욕지도에 상수도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

일을 마치고, 숙소 주변을 산책하던 중, 풀밭에서 아주 작은 야생화를 발견했다.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이른 봄이라 벚꽃도, 매화도 피지 않았고, 봄꽃 구경하기가 힘든 시기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은 이 야생화를 자세히 보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거의 땅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하면서, 핸드폰을 이리저리 조작해, 초점도 맞추고 힘들게 사진을 찍었다.


그냥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사진을 찍고 확대해 보니, 작은 꽃이 제법 이쁘다.

하트같이 생긴 녹색 풀잎 가운데, 보라색 앙증맞은 꽃잎이 피고, 그 가운데 수술이 솟아 있다.


"아~~~ 이래서, 나태주 시인이 '풀꽃'이란 시을 지으셨구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바닥에 깔려 있는 작은 꽃이라,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로 예뻤다.

"그런데, 이 작은 풀꽃의 이름이 무엇일까?"

곁에 있던 동료에게 꽃 이름을 물어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전혀 상상을 초월하는 이름이었다.


"개부랄꽃?"

'왜? 이렇게 예쁜 꽃에 그리 흉측한 이름이 붙었을까?'

'옛날 우리 조상들이, 익살맞고 재미있게 하려고, 그리 지은 것일까?'


이른 봄, 통영 욕지도에서 만난 야생화 - 개부랄꽃?


봄까치꽃 군락 - 꽃이 작아 한두 개만 있으면 발견하기 어려운데, 군락을 이루면 이쁘다.





"개부랄꽃?", "봄까치꽃?"

'개부랄꽃'은 일제 강점기에 '마키노'라는 일본인 식물학자가 붙인 이름이라 한다.

'개부랄꽃'의 열매가 '개의 음낭'을 닮았다 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단다.


식물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식물의 이름을 지을 때는, 꽃뿐만 아니라, 열매나 줄기 등 다른 식물들과 구분되는 특징을 살펴 이름을 짓는다고 한다. 식물학자로서, 새로운 식물의 특징을 살리는 이름을 붙이려 고민한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작고 이쁜 우리 꽃에 왜 이리 험악한 이름을 붙였을까, 의문스럽기는 하다.

어찌 되었든 일본 식물학자가 처음 붙인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부르다 보니, "개부랄꽃"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쁜 이름도 있었다.

해방 이후, 우리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에 붙여진 험한 이름을 가진 꽃들에 다시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지어진 이름이 "봄까치꽃"이다.

이른 봄에 가장 먼저 피어서, 반가운 봄소식을 알려주는 꽃이라 하여  "봄까치꽃"이 되었다고 한다.

'봄까치꽃'의 꽃말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린다 하여 '기쁜 소식'이란다.

앞으로는 "개부랄'이라는 험한 이름보다는 '봄까치'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러주어야겠다.






그래, "봄까치꽃"으로 불러줄게!

섬에서 만난 작은 야생화 하나 때문에, 난데없이 식물이름에 대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름 보람은 있었다. 주변에 이렇게 이쁘고 소중한 것들이 많은데,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가져주고, 이뻐해 주리라 다짐해 본다.


"생전 관심 없던 남자들이 시를 읽고, 꽃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다."

꽃에 대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이런 변화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조금 놀랐다.

"그래, 좋아, 이런 관심조차 없이 무심히 나이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름답게 익어가는 것도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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