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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Nov 15. 2024

지리산 등산하다 아기 곰을 만나면?


올바른 대처법?


지리산을 등산하다, 새끼 곰 두 마리를 만났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사진을 찍는다? 귀여우니, 쓰다듬어 준다? 
가방을 뒤져, 맛있는 간식을 준다?
엄마곰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국립공원에 신고를 한다?



모두 틀린 답입니다.



정답은~~~

"신속하게 그곳을 벗어난다"입니다.



아기 곰이 나타난 주변에는 엄마, 아빠 곰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때, 잘못된 행동은 등산객과 반달가슴곰,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아기 곰이 나타난 곳을 빠르게 피해야 합니다.






반달곰 복원 20년


반달가슴곰은 일제 강점기 무분별한 포획, 한국전쟁 후 밀렵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1990년대, 야생에 몇 마리 남아 있는 개체도 곧 멸종할 것이라는 보도가 지속되었다. 정부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곰을 복원하기 위해 곰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유전자가 동일한 곰을 들여왔고, 2004년 10월에 처음 6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했다. 당시 목표는, 야생에서 생활하는 개체를 50마리 이상으로 늘려, 자연 번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목표를 초과해, 지리산에 80여 마리의 곰이 서식하고 있다. 인공 번식이 아닌, 야생에 적응한 개체가 번식해 낳은 4세대 아기 곰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반달곰 복원사업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반달곰이 야생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야생복원을 시작하던 초기 시절,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곰들이 농가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었다. 특히 곰은 꿀을 좋아한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꿀벌 농가를 습격해, 꿀을 훔쳐먹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농민들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곰들이 등산객을 괴롭히는 사고도 있었다. 어떤 곰은 등산객을 쫓아다니며, 초콜릿이나 과자를 뺏어먹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곰 출현에 놀라 도망가다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인명사고 우려가 있는 야생곰 복원을 지속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목소리도 많았다. 


국립공원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꿀벌농가 습격을 막기 위해, 전기울타리를 설치했다. '농작물 피해보상 보험'도 가입했다. 이후 농가의 피해는 줄었고, 가끔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회사에서 보상을 해주어, 농가와 갈등은 크게 개선되었다. 오히려, "반달곰이 좋아하는 꿀"이라는 홍보효과가 더해져,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보았다.




반달곰 피해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국립공원이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꿀



야생 적응에 실패한 곰들은 모두 회수했다. 

이 곰들은 야생동물보전원에서 생활하며, 복원사업 홍보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야생 복원 곰들의 친숙한 이미지를 지우는 작업도 했다. '반돌이', '반순이' 같은 이름을 모두 없앴다. 


대신, 'KM30, ' 'RF12"같은 학술적 명칭으로 바꾸었다. K는 한국에 와서 번식한 개체, M30 수컷으로, 30번째 번식개체를 의미한다. RF12는 러시아에서 도입한 암컷 12번째 개체라는 의미이다.



야생 적응에 실패해, 국립공원에서 교육용으로 사육하는 반달가슴곰






야생 곰과 함께 살아가려면


땅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 무려 80마리의 아생 곰이 살고 있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는다.



얼마 전, 곰 복원사업을 하고 있는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을 방문해 설명을 들었다. 

국립공원에서는 야생곰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 관찰하고 있다. 곰들은 1년에 한 번, 겨울잠을 잔다. 동면기간 동안에 새끼도 낳는다. 국립공원에서는 겨울잠을 자는 곰을 찾아가, 발신기를 교체하고, 새로 태어난 개체도 조사한다.


80마리의 야생곰들이 활동하고 있는 위치를 도면에 표시한 것을 보았다. 찻길이나, 등산로 주변에는 곰들이 활동하지 않았다. 등산로에서 20~30미터 떨어진 산속에, 곰들의 이동흔적이 표시되고 있다. 지정된 등산로만 이용한다면, 산에서 야생곰과 만나게 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공원에서 곰 복원사업을 하는 부장님이 몇 가지 당부를 하셨다.


지정된 등산로 외에, 샛길을 이용하지 말아 주세요.
산에서, 아기 곰을 만나면, 신속하게 그 자리를 피해 주세요.
곰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 밤 같은 과실을 주어가지 말아 주세요.



얼핏 보면 사소한 일 같지만, 야생에 적응해 사는 곰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힘들게 자연으로 돌려보낸 80마리의 야생 곰들이 더 이상 사람에게 피해 입지 않고 평안히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지리산에서 야생에 적응해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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