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요?
#2-2 여담 : 여자들의 이야기
Q. 대학원생으로서의 김지현 말고 대학원생이 아닌 김지현일 때는
어떤 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도 궁금한데 혹시 어떤 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며 지내나요.
A. 요즘은 수영을 가장 많이 합니다.
Q. 그 대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A. 예상했나요? 수영을 작년 8월부터 시작을 했는데 이게 저랑 너무 잘 맞더라고요.
사실 아빠랑 같이 바다 수영을 했었는데 장난으로 저를 빠뜨린 거예요.
그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가지고 절대 내 인생에는 수영 없다고 이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작년에 유럽에 갔는데 이탈리아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바다 수영을 하는 걸 보고 나서
저도 자유롭게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랑 같이 등록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엄마는 20살부터 이미 수영을 배우셨더라고요.
수영을 배우다가 저를 낳은 뒤부터 안 하셨던 거였어요. 수영을 하면서 엄마랑 더 가까워졌어요.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공통사가 생겨가지고 되게 즐겁게 얘기를 하다 보니 엄마랑 관계가 너무 좋아져서
수영을 계속하는 게 너무 좋아요. 또 이게 유산소 운동이다 보니까 점점 체력이 좋아지는 게
요즘 느껴지기도 해요.
나중에는 오래 수영하기 대회 같은 지역 대회에도 출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계속 수영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되게 좋은 취미가 생겼네요. 취미이자 운동 거리가.
A. 그렇죠. 제가 수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운동을 너무 안 하다 보니까 몸에서 쓰는 에너지를 다 정신으로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랑 대화를 할 때도 유독 깊은 대화를 하려는 경향이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 에너지를 물에다가 써버리니까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든지 그런 깊은 생각들이 수영을 함으로써 많이 해소되더라고요.
Q. 역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맞는 말이었군요. 그나저나 수영인 김지현과 대학원생 김지현 너무 ‘갓생’ 아닙니까? 지덕체를 겸비하는 그런 느낌인데.
A. 너무 상반되기는 하죠.
한편으로 너무 아쉬워요.
만약에 어린 시절부터 수영을 좋아했고 잘했더라면 선수로 생활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Q. 좋아하고 잘하나 보네요. 소질이 있는 거군요.
A. 빨리빨리 배우는 편인데 그 이유가 엄마 때문인 것 같아요.
엄마가 워낙 자세도 좋고 수영을 오래 하더라고요. 유전인가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Q. 맞아요. 유전일지도 몰라요. 진짜 유전의 영향이 큰 것 같긴 하네요.
A.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스무 살 돼서 안 사실인데 엄마가 미대를 나오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그림을 좋아하거든요. 내가 그림을 좋아했던 이유가 엄마의 영향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좋아하는 게 많은 걸 보면 정말 인생은 수많은 선택지였다는 생각이 요새 들어 많이 들어요. 이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Q. 그러게요. 그림 그리는 김지현으로 살았을 수도 있고, 수영하는 김지현으로 살았을 수도 있는 거고.
A. 그렇죠, 정치는 그냥 뉴스만 보고 만족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