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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Nov 21. 2022

옆집 아이 말고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2년간 낙제하던 아이를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보낸 성장 양육 스토리

2-4.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내 아이에 집중하라


새로운 학교에서 즐겁고 건강하게 제주에서의 삶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 당시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리고 몸으로 노는 것을 유달리 좋아하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갖는지 지켜보면서 그 관심사를 계속 확장해 가도록 노력했다. 운동 신경이 거의 없는 나와 달리 아들은 모든 운동을 대체로 좋아하고 잘했다. 농구, 축구, 배구 등 거의 모든 구기 종목을 주전으로 뛸 만큼 잘했는데, 특히 야구를 너무 좋아해 나중에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며 학교 야구 클럽 외에 주말과 방학에 지역 어린이 야구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사내아이들이라면 다 그 정도는 잘하는 줄 알고 있던 5학년 어느 날 일이다. 어린이 야구단 감독이 우리를 따로 부르더니 아들이 투수와 타자로 뛰어난 감각과 재능이 있다고 칭찬하였다. 그러면서 야구 명문이자 이승엽 선수 모교인 경복고등학교로 진학시켜 줄 테니 대구에서 훈련받고 프로 선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진지하게 묻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재능이 있나 싶어 순간 솔깃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식을 운동선수로 키우는 것의 무게를 어렴풋이 알던 터라 바로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에게 진짜 원하면 반대하시는 외할아버지를 설득해보겠노라고 이야기했다. 아들이 야구선수를 간절히 꿈꾸어왔던 지라 당연히 그리 하겠다고 쉽게 대답할 줄 알았기에 솔직히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잠시 혼자 고민하던 아들은 지금 장래 진로를 정해버리면 지금껏 공부한 영어로 더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못 할 것 같다며 야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프로 훈련은 받지 않겠다고 제법 어른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오래 야구선수를 꿈꾸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도 되고 싶던 꿈을 평생 함께할 취미로 쉽게 방향을 튼 에피소드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진로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보는 그리고 나도 아이의 꿈을 존중할 의지가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중요한 첫 계기가 되어주었다.



당시엔 무슨 교육 철학이 있었다기보다는 그즈음 읽었던 손꼽히는 진로 전문가의 책 내용이 기억나서였다. 아이가 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이 진로로까지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훈련이나 어려움을 거뜬히 이겨낼 정도의 몰입을 할 수 있는지 환경을 마련해주라는 내용이었다.

진짜 원하면 외할아버지를 설득해서라도 지원해주겠다고 얘기했던 것은 야구 선수로 키워보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기보다는 정말 원하는 것을 엄마로서 인정하고 관심 있으며 지지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처럼 꿈에 대한 아이의 의지나 몰입 정도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하나 아들에게는 야구와 전혀 다른 분야로 좋아하는 관심 영역이 있었는데, 그건 수학이다. 아이가 수포자인 엄마를 닮지 않도록 수에 대한 재미를 잃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아들이 5살 때로 기억하는데, 더하기의 개념을 알아가던 어느 날 분식집에서 김밥을 먹고 메뉴별 더하는 법을 알려주었더니 정확히 계산을 해내는 것이었다. 산수의 재미를 느끼는 아이에게 이후 식당에 갈 때면 밥값을 계산하라고 시키면 거의 안 틀리게 계산했고 아이는 가족들의 칭찬에 뿌듯해했다.


그리고 하와이에 있을 때는 학생들이 아웃리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음식이나 물품 등을 판매하는 모금(Fundraising)을 보고 친구들과 망고나 아보카도를 주워다 자기들끼리 어른들을 흉내 내며 팔곤 했다. 재미로 하는 것이었지만 친구들과 판매할 물건과 금액을 정하고 계산과 정산에 이르기까지 어른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의논하며 스스로 해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가 수학에 계속 흥미를 느끼고 경제 원리를 눈높이에 맞게 배우도록 하는 좋은 체험이 되었으며, 다른 공부는 별로 관심이 없어도 수학은 좋아하고 잘한다는 지속적인 흥미와 자신감으로 발전했다.

같아 보이나 저마다 다른 빛깔과 속도로 자란다


야구와 수학. 어찌 보면 별로 상관이 없는 두 분야가 아닌가. 최소한 내 얕은 경험치로는 그랬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뿐 아니라 아이의 흥미와 재능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던 것이 어떻게 더 큰 꿈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아이의 진로를 끊임없이 탐색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연히 대학 동문 신문에서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는 처음 알게 된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다. 야구 확률을 통계적으로 그리고 수학적으로 분석해 타율 등을 높이는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당시 생소한 분야였지만 알고 보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유명하고 유망한 분야였다. 거기에다 야구의 스포츠 원리를 잘 알 뿐 아니라 수학과 통계를 모두 잘할 수 있어야 가능한 전문 분야였다.


아들에게 기사를 보여줬더니 이거다 싶게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잘하는 수학으로 통계를 배워  좋아하는 야구의 승률을 높일 수 있다니 너무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내친김에 연락처를 수소문해 그 전문가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거나 배우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여러 번 연락했으나 회신은 오지 않았고 관련 기고문을 쓴 대학교수에게서도 역시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아들은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를 좀 더 알고 활성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외 기사가 대부분인 세이버메트릭스 관련 기사를 국내 야구 애호가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기사를 번역해 공유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와 수학을 활용하니 어려운 통계를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되고, 잘하는 영어를 활용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니 나중에 입시 포트폴리오로 사용하기에도 좋은 소재가 되어주었다. 물론 이후 아들의 관심사는 또 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모든 경험은 여러 분야를 융합하여 아들만의 열정과 재능이 빛나도록 만드는 스토리로 발전되었다.


어릴 때부터 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거나 되고 싶은 게 뚜렷한 아이라면 한 길로만 끌어주면 되니 꿈과 진로를 찾아가는 게 쉬울 수 있겠다. 그러나 평범하고 되고 싶은 것이 없거나 자주 바뀌는 아이일 경우는 쉽지 않다. 아들도 되고 싶은 것이 편의점 사장님에서 목사님으로 야구 선수로 통계 전문가로 수시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런 아이의 관심사와 재능을 관찰해 간다는 것 그리고 함께 아이만의 길을 찾아간다는 것은 부모로서 쉽지는 않지만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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