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엘 Jan 15. 2023

글로벌한 아이로 키운다는 것

2년간 낙제하던 아들을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보낸 성장 양육 스토리 

2-6. 5대양 6대주 세계를 무대로 커 가기 


아이의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부분을 특별한 강점으로 계발시키려는 노력은 더욱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폭넓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던 마음과 맞닿아있었다.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힘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쌓이지 않고는 발휘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인 첼리스트가 화상으로 연결된 베트남과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와 동시에 바흐 곡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을 감상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나라 간 연결과 세계의 정보 공유가 코로나 팬더믹으로 가속화되어 글로벌한 경험과 사고가 더 강조되고 익숙해진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뉴노멀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할 혜안은 없었지만 만 서른 살에 하와이로 떠나며 우물 안 개구리의 삶을 반강제적으로 벗어나게 되면서 영어를 잘하는 아들이 자유롭게 세계를 경험하기 바랐다. 아시아의 태국, 베트남, 홍콩, 대만, 일본, 오세아니아의 피지와 호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유럽의 영국과 아일랜드, 북아메리카의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 5대양 6대주 중 남아메리카를 제외하고 아들은 모든 대륙을 경험하였다. 


아들에게 모든 여행은 소중하지만, 특히 베트남 다낭에서 3대가 함께 외할아버지 칠순을 기념했던 기억과 엄마와 단둘이 일본 오사카를 다녀왔던 기억은 너무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여행은 가슴속에 따뜻한 난로 하나를 품는 일이란 말처럼 가족과 쉼을 누리던 따뜻한 온기를 기억하고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갈 수 있는 것 같다. 


 대만, 피지, 나이지리아, 영국, 아일랜드, 하와이는 봉사 및 선교를 위한 생활이었고 홍콩과 미국 본토는 공부를 위한 여행이어서, 어린 아들이 수일에서 수개월까지 생활하기엔 절대 편치 않은 환경이었다. 가족 여행과는 매우 다른 결인 쉽지 않은 환경에 가서 왜 굳이 고생하는지 불평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뒤돌아보니 그 경험과 고생은 돈을 주고도 사서 할 만큼의 가치를 주었을 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땅을 밟아 생각의 폭이 넓은 세계에 눈을 뜬 아이로 성장시켜 주었음은 분명하다.    

 

   ‘눈이 뜨인다’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판단할 줄 알게 된다’로 정의하고 있다. 사물이나 현상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으려면 그냥 눈으로 아름답고 이국적이라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함께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정말 세계에 눈이 뜨인 글로벌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감사하게도 아들은 어릴 때부터의 경험과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자격들을 갖출 수 있었다. 


앞에서 나눈 대로 처음엔 일종의 도피처로서의 하와이 생활에서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문화를 자연스레 접했다. 자녀가 일곱인 미국인 가정의 삼 형제와 유독 친하게 지내는 동안 양 옆집의 인도와 일본인 가정과 친구가 되는 등 아들은 아빠를 못 만나는 것을 보상받듯 세계의 친구들을 선물 받았다. 그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듬더듬 영어를 익혀 나갔다.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Where are you from? ”과 “How old are you?”가 공통 인사말이 되어 영어는 편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놀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가는 건 늘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난 사실 그즈음 아이를 적극적으로 키울 에너지도 의지도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해질 때까지 내버려 두고 가끔 안전만 체크할 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씩 친구들과 영어로 제법 말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던 날들이 지나고 미국에 온 지 4개월 차에 외국인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했다. 


엄마는 ESL 과정을 하고도 강의가 안 들려서 반 벙어리처럼 앉아있는데, 어쩔 수 없이 영어유치원을 두 달인가 다닌 적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만 3개월 만에 외국인과 원어민 발음으로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들을 보면서 생활 속에서의 노출로 언어를 학습이 아닌 소통의 도구로 배우는 것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영어 실력으로 아웃리치 기간 동안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다. 영어를 공통언어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아시아 각 대륙이 다른 만큼 때로는 다른 언어를 말한다 싶을 정도로 나라 간 고유의 악센트와 발음의 차이가 크다. 나는 아웃리치 초반에 생활 적응 못지않게 소통을 위한 나라별 특유의 악센트에 적응하느라 꽤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편하게 대화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데 막힘이 없었다. 

누구와도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로 커 주었음에 감사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학교가 변변히 없다 보니 맨발로 온 돌산을 뛰어다니며 염소를 몰고 폐지를 주워 딱지치기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수많은 아이가 아시아에서 온 이 작고 통통한 아이를 신기해하며 함께 축구 경기를 하며 놀았다. 피지에서는 훌라(하와이 전통춤)를 추며 같은 폴리네시안 문화에 속하는 피지 댄스를 익혀 원주민들과 춤추곤 했다. 추억이 담긴 어릴 적 사진들을 볼 때면 이 세상 어떤 럭셔리 여행도 가슴 깊이 심겨놓지 못할 넓은 세계관과 이 세상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따뜻한 사회성을 갖추게 되었음에 큰 감사와 뿌듯함을 느낀다.


아프리카까지 다녀온 이후 어디에서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용감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비자 문제가 생겨 아들은 한국 외갓집에 있고 나만 먼저 하와이로 온 적이 있었는데 얼마 안 있어 아이를 데려올 방법이 없었다. 어린 8살이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항공사의 비 동반 소아 서비스를 이용하여 한국에서 하와이까지 오도록 했다. 아들은 이후 해외에 갈 기회가 있거나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어릴 때 혼자 비행기도 타 봤는데” 하며 새로운 시도에 겁내지 않는 아이로 커 갔다. 


어릴 때는 최대한으로 세계를 경험하는 시간이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꿈 찾기를 위해 원하는 나라에 가보았다. 아들이 새로운 환경 신호를 받으며 한창 변호사를 꿈꾸던 시절에 같은 꿈을 꾸는 또래들과의 지적 탐구 기회를 얻도록 해주고 싶던 차에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개최하는 CTY(Center for Talented Youth) 캠프를 알게 되었다. 여러 나라에서 선발된 청소년들이 모여 3주간 수학, 과학, 어학, 역사, 인문학 등 다양한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배우는 과정으로 영재 캠프인 만큼 영어/수학 전국 단위 성적이 상위 5%를 넘는 학생들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오랜 기간 우수성이 검증된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2년간 낙제를 거듭했던 아들에게 영재 캠프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어 실력은 있고 수학은 원래 좋아했던 데다 한국 학생들은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도전하기를 원했다. 다행히 시험을 통과하여 여러 나라학생들과 치열하게 공부하고 지적인 자극을 주고받으며 교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지원 전에는 당시 꿈이 변호사다 보니 ‘법학 입문(Introduction to Law)’ 과목 지원을 준비했지만 마감되는 바람에 캠프 지원을 하지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주제를 깊이 공부하며 글로벌한 경험을 하는 자체가 중요할 것 같아 재미있을 법한 ‘게임 이론(Game Theory)’을 주제로 참가하게 되었다. 게임이라는 일상적인 비유를 사용하여 갈등과 협상의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에 직면하여 합리적 행동을 하는 수학적 이론(네이버 지식백과)이자 경제학 개념인 것을 캠프 준비 중 알게 되었다. 


3주간 홍콩대학교에서 캠퍼스 생활을 미리 체험하고 노르웨이, 일본, 미국 등에서 온 친구들과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참 즐거웠던 것 같다. 경제학 분야를 모르던 아들이 수학을 좋아하는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 새로운 관심과 꿈을 갖게 되고 이후 전공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까지 이어졌으니 청소년기 시기에 아이에게 좋은 자극을 경험하도록 한다는 것은 너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한정된 지면에 모든 경험을 공유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편히 휴식을 위한 여행을 할 때보다 몸은 고달팠으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이타적인 삶을 지향하며 한 걸음씩 꿈에 나아가게 했던 경험들이 아이를 훌쩍 자라게 한 것임은 분명하다. 


세상을 누비며 바라본 시야의 폭이 아들의 폭넓은 경험과 가치관을 결정지었고 꿈의 방향을 만들어갔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것을 넘어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크로스 컬처럴(cross cultural)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무엇보다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이타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낙제한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 마음이란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