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높이는 학습 동기부여
만나봤던 아이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그 이유를 찾아보자면 '스스로 나는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부해야 하는 건 알겠지만 하기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도 한심하게 여기고 타인의 비난과 같은 말을 통해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비하적인 표현이나 팩폭으로 표현되는 자극적인 공부 자극 멘트가 정말로 공부하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가 될까?
영상을 찾아본 학생들에게 물어봤을 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대답했다. 조금 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고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놓쳤던 긴장의 끈을 다시 붙잡는 데는 자극적이고 일명 뼈 때리는 말에 속이 뜨끔해서 뭔가라도 해야겠구나 마음먹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영상을 찾아보는 학생들은 스스로 이미 열심히 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정말로 무기력하고 무언가 하기 싫은 상태라면 그런 영상을 볼 마음 자체가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영상들에 효과를 느끼는 학생들은 이미 어느 정도는 멘탈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건강한 멘탈로 순간 자극을 받은 학생들에게도 그 영상의 효과는 얼마 가지 못한다. 순간 결심을 하게 되어 오늘부터 열심히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그 오늘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거나 다음날 다시 공부하고자 했던 결심이 무너진다면 그 직후부터 그 내용이 나를 공격하는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의 자존감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학생을 채찍질하고 팩폭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인식시키는 동기부여' 방법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 정말 현실 인식이 부족해서 현재 해야 할 것과 이상이 너무 차이나는 경우에 지금 현재 실력을 테스트로 점검하며 제대로 된 현재 상황을 파악하게 돕지만 그것을 동기부여 방법으로 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칭찬받고 인정받기를 좋아한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와 기준이 높다. '나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혹은 '내가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믿음이 있어야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누군가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공부하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지 질타하는 말들로는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을 가질 수 없고 오히려 자신감을 깎아먹는 것이다.
그래서 무력함에 빠지고 공부에 집중이 안 되는 학생과는 '상황인식 - 긍정 에너지 전환 - 실천계획' 순서로 동기부여를 한다.
이번 기말고사를 앞두고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이 시험을 이주일 가량 남겨두고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표정이나 목소리 등에서도 힘이 많이 빠져있었다. 평소 자존감도 높고 리더십도 있는 그 학생은 스스로를 독려하며 열심히 하고자 하는 성향이다. 하지만 시험기간에 자주 의욕이 꺾이곤 한다.
그래서 현재 상태를 자세히 물었다. 학생이 지친 가장 큰 이유는 '불안감'이었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시험을 대비하기에 충분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고, 이전 시험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때보다 더 제대로 과목 대비가 된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 불안감이 마음을 잠식하니 해야 할 공부에 집중이 안되고 몇 시간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계획된 학습량만 채우고 나니 오히려 공부 완성도 때문에 더 불안해진 것이다.
이렇듯 많은 학생들이 무작정 공부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저마다 의욕이 떨어지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위의 학생처럼 '불안감' 때문이고, 어떤 학생은 '압박감' 때문이고, 때로는 선생님이나 학부모의 '비난'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먼저 의욕이 꺾인 이유를 먼저 정확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그 후,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지금 현재 의욕이 꺾여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자세히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했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 이야기한다. '공부를 할 때 집중이 잘 돼서 내용이 팍팍 머릿속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세운 시험 계획을 제대로 지켰으면 좋겠어요', '핸드폰을 보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할 일만 제대로 끝내면 좋겠어요.' 등등 대부분은 완벽하게 자신의 일을 잘 해내고 그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그런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때,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이미 늦은 것 아닌가요',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같은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더욱 부정적으로 현실 인식을 하고 쉽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이제까지 봐왔던 그 학생의 강점을 이야기해주고, 힘들었을 때 잘 버티고 지나왔던 순간들을 대신 말해주기도 한다. 모든 아이들은 크고 작은 자신만의 위기나 불안을 넘어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긍정 에너지로 전환하기가 어렵다면 코치가 그 역할을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 질문을 조금 바꿔서 '이런 상황에서 발휘할 수 있는 너만의 장점이 있다면 뭔지 적어볼까?'라는 식으로 스스로 자신이 지금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보게 하기도 한다.
이렇듯 아이들이 자신만의 위기 극복 능력을 쌓고, 마음의 불안감과 의심을 극복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면 제대로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전환된 에너지가 꺼지지 않도록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방향에 맞게 학습 플랜을 세우는 것이다. 디테일한 학습 계획을 잘 지키는 학생과는 하루하루 시간마다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To do list처럼 해야 할 일을 깔끔하게 적어놓고 지우기를 좋아하는 학생과는 그런 방식으로 계획을 짠다.
이때, 무엇보다도 스스로 발휘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서 계획을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 코칭하는 학생과 이 대화를 나누었을 때, 자신은 학교에 일찍 가서 30분 공부하는 시간 활용을 잘한다고 해서 그 시간만을 활용해서 내신 과목 중 한 과목을 완벽히 학습할 수 있게 계획을 짜고 성공하기도 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면 지금 현재 의욕이 떨어진 상태보다는 훨씬 더 나은 과정과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한 번 거쳐서 조금이라도 자신이 스스로 뭔가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그다음, 그다음 위기도 기회로 바꾸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으로 삼는다.
그래서 코치로서 자극적인 멘트의 동기부여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뭔가 하고 싶어지는 학생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코칭을 진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