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彼者 心安也』 세번째 글
직장 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인물 중 하나가 책임을 회피하는 상사다.
의사결정은 본인이 내리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그건 내가 지시한 게 아니다”라며 발을 뺀다.
반대로 좋은 성과가 나면 재빨리 자기 공으로 돌린다.
이런 유형을 만나면 팀원들의 부담은 커지고, 마음은 쉽게 지친다.
일례로 한 기업의 예시이다. 대규모 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장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상부에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오류가 발견되었는데, 회의 자리에서 팀장은 “담당자가 준비한 내용이라 제가 세세히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팀원 입장에서는 당혹스럽다.
보고 전 여러 차례 검토를 요청했음에도, 책임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제조업 현장에서의 비슷한 일을 들 수 있다.
공장 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자는 예산 절감을 위해 점검을 생략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상부 보고에서는 “현장 직원의 부주의”라고 결론을 내렸다.
직원들은 억울했지만, 구조상 반박하기 어려웠다.
결국 조직 내부에는 불신이 깊어지고, 사기는 바닥을 쳤다.
이런 상사 밑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동기 저하다.
잘해도 성과는 상사의 몫, 잘못되면 내 탓이라는 경험이 반복되면 누구나 적극성을 잃는다.
이어서 오는 것은 심리적 소진이다. “다음번에도 또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은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유능한 사람일수록 회사를 떠난다.
책임을 피하는 상사와 일할 때 필요한 태도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다.
구두 보고만으로는 언제든 말이 바뀔 수 있다.
이메일이나 회의록 같은 객관적인 흔적은 자신을 지키는 방패가 된다.
둘째, 업무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공은 함께 나누되, 책임은 권한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이 부분은 상사 확인이 필요하다”는 식의 표현은 불편해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역할을 명확히 한다.
셋째,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태도다. 책임을 회피하는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억울함은 줄어든다. 바뀌지 않을 사람을 바꾸려 애쓰는 대신, 나를 지킬 방법을 찾는 편이 더 현명하다.
조직은 결국 신뢰로 굴러간다.
상사가 책임을 회피하면 단기적으로는 살아남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고 무너진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팀원까지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책임을 피하는 상사의 본질을 알게 되면 불필요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대의 회피를 이해하고, 내 경계를 지켜내며, 기록과 태도로 나를 보호하는 것.
그것이 결국 직장이라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마음을 지켜내는 지혜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