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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知彼者 心安也 – 상대를 알면 내 마음이 편하다

『知彼者 心安也, 지피자 심안야』 첫번째 글

by 멘토K


사람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직장에서 동료가 괜히 내 몫까지 떠넘길 때, 임차인이 집세를 제때 내지 않아 속을 끓일 때, 혹은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이웃이 괜히 불편하게 굴 때.


우리는 흔히 그 상황 자체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불편의 원인은 ‘사람 자체’라기보다 ‘상대가 가진 유형과 심리’를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知彼者 心安也”(지피자 심안야)라는 말, 곱씹을수록 단순하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상대를 알면 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

문제의 본질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현장에서 수많은 관계 갈등을 보았다.

골목상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경우도 있었고, 지역사회 모임에서 작은 발언 하나가 큰 오해로 번지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때마다 절실히 느낀 건, 갈등을 끝내는 열쇠는 ‘상대의 심리를 읽는 눈’이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임대차 관계에서 가장 흔한 갈등은 ‘돈 문제’다.


임대인은 제때 월세를 받아야 하고, 임차인은 장사가 안 되면 돈을 늦게 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임대인이 “돈을 안 내는 무책임한 사람”이라고만 단정하면 관계는 곧장 파탄 난다.


반대로 임차인이 “임대인은 무조건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치부하면 불신만 커진다.

그러나 실제로 대화를 해 보면, 임대인도 “내 노후 생활이 이 월세에 달려 있다”는 절박함이 있고, 임차인도 “장사가 안 돼 벽에 몰린 상황”이라는 사정이 있다.

서로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순간, 감정은 완화되고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


이웃 간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층간소음 문제로 싸움이 벌어진 아파트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아랫집은 매일 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윗집은 어린아이가 있어 소음을 완전히 막을 수가 없었다.

서로를 ‘예의 없는 집’ 혹은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찍을 때는 갈등이 심해졌다.


하지만 관리사무소에서 중재를 하고, 양쪽이 서로의 상황을 직접 듣는 자리를 가진 뒤에는 감정의 온도가 달라졌다.

아랫집은 아이 키우는 집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고, 윗집은 생활 패턴을 바꾸고 매트를 추가로 깔며 배려했다.

결국 관계는 ‘이해’를 기반으로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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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상대를 내 기준으로만 판단한다.

말이 많으면 ‘참견쟁이’, 돈에 예민하면 ‘속물’, 말이 없으면 ‘무례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자의 성격, 성장 배경, 처한 상황이 존재한다.

그걸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결국 관계의 주도권을 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투사(projection)’라고 부른다.

내가 가진 잣대를 상대에게 그대로 씌워버리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문제는, 이 투사가 쌓일수록 오해가 깊어진다는 점이다.

상대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나는 내 기준으로만 해석하니 괴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知彼者’다.

상대를 알면, 투사의 벽이 허물어지고 갈등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한다.


나는 상담 현장에서 자주 이런 조언을 한다.

“상대를 바꾸려 들지 말고, 먼저 이해하려고 애쓰라.”

물론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떤 관계는 결국 끊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해하려는 태도가 나 자신을 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상대를 모른 채 분노만 쌓아가면, 결국 내가 지친다.

반면 상대를 이해하고 나면, 최소한 불필요한 에너지는 쓰지 않게 된다.


나도 한때는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컨설팅을 하면서 거래처에서 약속을 번번이 어기는 걸 겪으면서 ‘도대체 왜 이럴까’라는 분노가 치밀곤 했다.


그런데 그들의 심리를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것이 무책임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경우는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 결정을 미루는 것이었고, 또 어떤 경우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불필요한 분노 대신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知彼者 心安也.”


이 말은 단순한 고전의 지혜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관계의 생존법이다.

사람을 알면 마음이 편해진다.

상대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눈을 갖추는 것.

그것이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이다.


결국 인간관계란 끊임없는 해석의 과정이다.

내가 상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등은 불씨가 될 수도, 배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불편한 관계가 있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자.


“나는 저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을 찾는 순간, 마음은 조금 더 가벼워지고 관계의 실마리도 풀리기 시작한다.


사람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삶을 무겁게 만든다.

직장에서의 갈등, 비즈니스에서의 오해, 이웃과의 불편한 관계는 하루를 망치고 마음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늘 상대를 바꾸려 애쓴다.

문제는 그럴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고전에서 말한 “知彼者 心安也”, 즉 상대를 알면 내 마음이 편해진다는 지혜는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상대를 알면 불필요한 분노를 줄일 수 있고,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이 브런치북은 다양한 인간 유형과 그 속내를 풀어내고, 그에 맞는 대응의 지혜를 함께 나누려 한다.

목적은 단순하다.

상대를 이해함으로써 내 마음을 지키는 것.


관계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이 브런치북의 글들이 작은 쉼표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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