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 열 여섯번째 글
밤 10시를 넘긴 사무실은 이미 조용했다.
개발자도, 마케터도, 고객지원 담당자도 모두 자리를 비웠는데, 모니터 불빛 하나가 여전히 켜져 있었다.
그 불빛 앞에는 대표가 있었다.
“이 시간까지 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내가 물었다.
그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마케팅 예산 조정, 이번 주 신규 기능 QA, 투자자 보고서 작성, 그리고 고객 클레임 두 건 처리까지… 다 끝내야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회사는 직원 10명 남짓의 IT 서비스 스타트업이었다.
개발팀 4명, 마케팅·운영팀 3명, CS팀 2명, 그리고 대표.
월 매출은 4천만 원을 넘어섰고, 투자 미팅도 잦아졌다.
겉보기엔 ‘성장하는 회사’였지만, 안쪽에서는 한 사람이 모든 업무의 ‘마지막 결재자’가 되고 있었다.
팀별 책임자가 있음에도, 예산 집행, 기능 우선순위, 고객 대응 가이드라인 등 핵심 결정권은 전부 대표의 손을 거쳐야 했다.
결과적으로 팀원들은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대표에게 확인받는 습관’에 익숙해졌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대표가 모든 걸 챙기면 회사는 대표만큼밖에 성장하지 못합니다. 위임은 책임을 덜어내는 게 아니라, 팀이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겁니다.”
그날 나는 세 가지를 제안했다.
마케팅팀 – 00만 원 이하 캠페인 예산은 팀장 전결
개발팀 – 2주 단위 기능 우선순위 결정권 개발 리더에게 부여
CS팀 – 매뉴얼 대응 가능한 클레임은 1차 자체 처리, 월 3건 이상 발생 시만 대표 보고
그는 처음엔 걱정했다.
“잘못되면요?”
“잘못돼야 배웁니다.
지금은 대표 혼자 모든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게 더 큰 위험이에요.”
한 달 뒤, 다시 그 회사를 찾았다.
대표의 하루 근무 시간은 평균 3시간 줄었고, 회의에서 팀장들이 주도적으로 안건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그 실수들이 곧 회사의 노하우와 매뉴얼이 됐다.
퇴근이 없는 삶에서 벗어난 건, 단지 대표 개인의 안도감이 아니었다.
팀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 회사는 비로소 ‘대표의 회사’가 아니라 ‘팀의 회사’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표가 늦게까지 불 켜진 사무실에 남아 있는 회사는 오래 못 갑니다.
대표의 체력보다 팀의 구조가 회사를 살립니다.”
멘토링 포인트
♤‘헌신’과 ‘시스템 부재’를 구분하라
♤대표가 모든 일을 붙잡으면 조직이 성장할 공간이 없다
♤대표의 역할은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멘토K의 메시지
“대표의 퇴근은 회사의 성장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오히려 ‘대표 없는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회사를 오래 살리는 비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