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 열일곱번째 글
그는 웃으면서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
“요즘 점심은 그냥 라면이에요. 한 달 식비가 20만 원쯤 됩니다.”
세 명이 모여 시작한 서비스형 스타트업.
런칭 초기라 매출은 불규칙했고,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았다.
서버비, 광고비, 개발 툴 구독료, 사무실 관리비…
순서대로 이체하다 보면, 대표 개인 통장에 찍히는 건 0원이었다.
문제는 생활이었다.
월세, 카드값, 보험료가 밀리기 시작했다.
가끔은 팀원 월급을 맞추느라 본인 집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를 연체했다.
그는 말했다.
“아직 버틸 만해요. 근데, 계속 이러면…”
끝은 흐릿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를 삼겹살집으로 데려갔다.
점심시간,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소리가 묘하게 위로처럼 느껴졌다.
“이런 건 가끔씩 써도 돼요. 그냥, 사람이 살아야 사업도 하는 거니까.”
그는 잠시 웃더니 고기를 한 점 집어 들었다.
그 웃음이 한동안 잊고 있던 표정이라는 걸 나는 알았다.
나는 그 상황에서 ‘전략’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사업계획서나 투자 프레젠테이션이 아니었다.
“대표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 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였다.
이런 경우, 내가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두 가지다.
○ 다음 달, 당신이 반드시 필요한 생활비는 얼마입니까?
○ 그 금액을 바로 마련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입니까?
생활비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표의 시간과 에너지는 사업이 아니라 생존에 쏠린다.
그리고 그 상태가 길어지면, 결국 사업도 무너진다.
그날 우리는 삼겹살 냄새가 옷에 배어 있는 채로,
‘이번 달 안에 현금 200만 원을 만드는 방안’부터 써 내려갔다.
본업 외에도 할 수 있는 짧은 기간 계약, 기존 고객의 재구매 유도,
그리고 필요 없는 구독 서비스 정리까지.
나는 창업자들에게 종종 말한다.
“생활이 무너지면, 사업도 무너진다. 버티려면 먼저 나부터 살려라.”
그게 생존형 창업의 첫 번째 원칙이다.
- 멘토 K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