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이 무섭다"던 그날의 기억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 열여덟번째 글

by 멘토K


그 대표를 처음 만난 건, 5명 규모의 개발 서비스 스타트업이었다.


창업한 지 10개월, 투자 한 번 받지 않고 자력으로 버텨온 팀이었다.


그날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내일이 월급날인데, 오늘이 제일 무서워요.”


농담처럼 들렸지만, 웃음 속에 묘한 진담이 섞여 있었다.


매출은 꾸준히 조금씩 늘고 있었지만, 현금 흐름은 늘 타이트했다.


고객 결제일과 직원 월급일이 엇갈리면, 대표 통장 잔액이 먼저 바닥났다.


그럴 때면 사비를 채워 넣거나, 카드론을 돌려 막는 게 일상이었다.


“이게 한두 달이 아니에요. 월급날만 되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 뱅킹 화면을 잠깐 보여줬다.

잔액은 직원 월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복잡한 재무 지표 대신, 아주 단순한 표 하나를 그려줬다.


‘매출 확정일 – 현금 입금일 – 지출일’을 한 줄로 나열한 ‘현금 흐름 달력’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대표님, 사업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매출이 아니라 ‘타이밍’입니다.

매출이 나는 순간과 돈이 들어오는 시점은 다르고, 돈이 필요한 순간과 나가는 시점도 다르죠.”


그 표를 보고 그는 한참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월급날이 무섭지 않으려면, 이 달력을 먼저 바꿔야겠네요.”


우리는 그날, 매출은 유지하되 결제 조건을 조정하고, 고정비 일부를 이체일 조율로 늦추는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비상시 쓸 수 있는 ‘3개월치 월급 비상금 통장’을 만드는 계획도 세웠다.


몇 달 뒤, 그는 다시 나를 찾아와 말했다.

“이제 월급날이 덜 무섭습니다. 아니… 솔직히 아직도 살짝 무섭지만,

그래도 이제는 준비된 무서움이에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창업자는 무서움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무서움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 멘토K -


sticker sticker



월, 수, 금, 토 연재
이전 17화한 달 식비 20만원, 생존형 창업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