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여섯 번째 이야기
여행지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공간이 꼭 화려한 랜드마크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길모퉁이의 오래된 벤치, 나무 그늘 아래의 작은 평상, 버려진 창고를 개조한 소규모 카페 같은 곳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로컬관광에서 이런 ‘작은 쉼터’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마을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지역의 한 시골 마을은 주요 관광지가 없었다.
그러나 마을 한가운데 오래된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놓인 세 개의 나무 의자가 사람들을 모았다.
여행객들은 이곳에 앉아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고, 자연스레 주변 상점과 대화를 나누게 됐다.
마을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나무 의자 마을’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이 작은 쉼터 덕분에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게 되었다.
작은 쉼터가 주는
경쟁력의 첫 번째 요소는 머물게 하는 힘이다. 관광객이 잠시 앉아 쉬면, 그 주변의 풍경과 사람, 소리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문다.
이는 곧 지역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만든다.
예를 들어, 일본 시코쿠의 한 해안 마을에서는 바닷가에 놓인 평상에 앉으면 어부들이 배를 정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장면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두 번째 요소는 관계의 시작점이다.
쉼터는 여행객과 주민이 마주치는 장소다.
인사 한마디, 짧은 대화가 관계를 만든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공용 정원 옆 벤치가 주민들의 ‘환영 자리’로 불리는 경우다.
낯선 이가 앉으면 누군가 다가와 “여기 처음이죠?”라고 묻는다.
이런 대화가 여행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세 번째 요소는 지역 경제와의 연결이다.
쉼터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나 카페는 자연스럽게 방문객을 유도한다.
이탈리아의 한 언덕 마을에서는 광장 중앙의 분수대 옆 벤치가 인기였다.
사람들은 그 벤치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옆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벤치는 무료였지만, 그 존재가 주변 상권의 매출을 끌어올린 셈이다.
작은 쉼터를 기획할 때 중요한 건 지역의 결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이다.
로컬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시설은 오히려 어색하다.
나무가 많은 마을이라면 원목 벤치, 바닷가 마을이라면 해변에 잘 어울리는 흰색 의자처럼, 그 지역의 재료와 색감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앉을 수 있는 열린 구조’여야 한다.
간접적으로 접한 또 다른 흥미로운 예시는 캐나다 등의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Little Free Library)다.
동네 곳곳에 설치된 작은 책장이 곧 쉼터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책을 빌리러 왔다가 주변 벤치에서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보낸다.
관광객에게는 예상치 못한 ‘여행 중 독서’라는 경험을 주고, 주민에게는 일상의 연장선이 된다.
로컬관광에서 작은 쉼터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인프라다.
큰 공원이나 관광시설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의 일부만 투자해도, 마을 구석구석에 매력적인 쉼터를 만들 수 있다.
그곳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숨은 명소’가 되고, 여행객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된다.
또한 쉼터는 계절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
봄에는 꽃 화분을 두고, 여름에는 그늘막을 설치하며, 가을에는 낙엽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풍경을 살린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담으면, 한 번 다녀간 사람도 다른 계절에 다시 찾아오고 싶어진다.
마을 한켠의 작은 쉼터는 단순히 앉아 쉬는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이야기를 만들며, 관계를 이어주는 거점이다. 관광객이 머무는 시간은 곧 지역의 기회가 된다.
큰 투자가 아니라 작은 배려와 감각으로도, 마을의 경쟁력을 높이는 힘이 거기에 있다.
결국, 로컬의 경쟁력은 거창한 랜드마크보다 일상 속에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쩌면, 마을 한켠의 그늘진 벤치 한 개일지도 모른다.
- 멘토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