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맨 처음으로 중고거래를 했던 것은 놀랍게도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지금에야 당근 등으로 중고거래 붐이 일고 나이대에 상관없이 중고거래라는 것이 많이 가까워진 때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이러면 무척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중고거래보다는 교회 바자회, 아파트 알뜰장터, 친척에게 물려주기 등 얼굴 아는 사람 간의 물건 나눔이 더 익숙했을 때였다. 중고로 물건을 산다는 것은 중고차 정도였고 빈티지샵이나 리사이클링 제품 등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을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때 나는 세뱃돈을 저축하는 저축 통장밖에 없어서 엄마에게 부탁해 거래 통장을 따로 만들기까지 해야 했다.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중고거래 플랫폼을 찾아서 물건을 올렸는지 그때의 마음이 지금은 사실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와 둘이서 꽤 열심히, 재미있게 물건을 팔았다.
친구와 둘이서 판 것은 옷이었다. 한창 옷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라 둘이 강남 지하상가에 놀러 가 이런저런 옷을 구매하곤 했었는데, 그중에서 흥미가 떨어지거나 어울리지 않는 잘못 산 몇 가지 옷을 모아서 팔기로 했다.
'중고거래'하면 대표적으로 중고나라 카페를 떠올릴 텐데 중학생의 나는 신기하게도 번개장터 앱을 이용했다. 막 갖기 시작한 스마트폰으로 접근성이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어린 나이와 몇 가짓수도 되지 않는 옷을 팔기 위해 '내 상점 컨셉'을 분명히 잡았던 것이다. 친구와 상점을 만든 순간의 시간으로 상점 이름을 짓고, '지루한 오후 8시 40분에는 신나게 오후 8시 40분으로.' 한 줄 문구도 만들어 적었다.
친구 집 거실에 팔 옷들을 늘어놓고 고심하여 꼼꼼히 사진도 찍었다. 사이즈가 좀 작은 칼라에 패치가 붙은 흰색 셔츠, 검은색 레터링 반팔 티셔츠, 등판에 화려하게 패치가 있었던 카고 조끼 등이 우리의 판매 물품이었다. 어떻게 하면 내 옷이 예쁘게 보일지 고민하며 세부 설명도 줄줄 적었다. 세부 설명의 맨 마지막에는 잊지 않고 카피 문구로 마무리했다.
'지루한 오후 8시 40분에는 신나게 오후 8시 40분으로.'
집으로 돌아간 이후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착샷'을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옷은 내 것이었는데 친구 집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고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다. 나와 친구의 사이즈가 달라 착샷이 예쁘게 나오지 않고, 그래서 물건이 안 팔리면 어쩌나 친구와 고민을 했다. 결국 친구는 최대한 옷 사이즈가 맞아 보이게 사진을 몇 장 찍었고 나와 열심히 보낼 사진을 골랐다.
상점 '오후 8시 40분'의 마무리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물건을 팔긴 팔았는데 어떻게 택배를 보냈었던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고. 며칠 흥미를 가지다가 자연스럽게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그중 몇 가지 옷은 팔렸다는 것이다! 처음 만들어 보는(엄마가 만들어 준) 거래 통장을 은행 ATM으로 가져가 통장정리를 해서 찍힌 금액이 내 기억으로는 7,000원이다. 같이 간 엄마에게 자랑하며 그 돈이 얼마나 뿌듯했던가.
아직도 어떤 생각으로 안 입고 흥미가 없어진 옷을 '팔아' 보겠다고 했던 것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우습고도 귀여운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