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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Jun 08. 2024

화려하게 망한 교회

예수가 없는 교회는 흉물이다.

교회는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다양한 사람들이 오직 같은 믿음을 공유하기에 모여 찬양과 예배를 드린다. 그들은 서로에게 형제님과 자매님으로 불리기도 하고 때론 집사와 권사 장로로 불리며 교회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치어리더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장소인가? 하지만 교회를 다녀본 이들은 안다. 교회는 절대 이상적인 장소가 아님을 말이다. 


아주 얕은 역사 지식으로 교회의 역사를 짚어본다면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큰 전환기가 되었던 것은 아마도 콘스탄티누스 교황의 밀라노 칙령일 것이다.  그전까지는 쉬쉬하며 땅속 깊숙이 자리 잡은 지하 묘지에서 예배를 보며 자신의 믿음을 숨겨야만 했던 환경이었다.  게다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로마군에게 잡혀 원형 경기장 한가운데 사자 밥으로 던져져 죽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그들이 처음 기독교인 황제를 맞이했고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자유롭게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기독교 신앙의 존재를 만천하에 승인한다. 


자유가 쥐어진 기독교인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기독교 종교의 특성상 그들이 공개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며 함께 예배를 드리고 코이노니아 즉 교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 말이다. 그리하여 교회는 "건물"이 되어버렸다. 유럽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는 당연 교회 아니던가? 그렇다.  유럽에는 교회 건물이 몇백 년에 걸쳐져 세워지기 시작했다. 높고 화려하고 온갖 장식으로 꾸며진 교회에 들어선 사람들은 천국은 이런 곳 일지도 몰라하며 황홀해했을 것이다. 

"지금 내 인생이 뭐 같아도 내가 죽으면 이곳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서 예수와 함께 하리라~" 

가난에 찌든 삶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천국을 교회에 가면 맛볼 수 있었으니 그들에게 교회는 희망이었다. 


당시 교회는 실질적인 경제활동의 희망이 되어주기도 했다. 화려하게 짓는 교회는 십자군들이 예루살렘에서 가지고 온 온갖 신성하고 귀한 물건을 들여놓음으로써 순례자들의 핫한 코스로 자리를 매김 했다. 

"거기 가면 성모 마리아의 옷자락이 있다지 뭐야!"

"그 교회 가면 말이야 예수가 죽을 때 못 박혔던 그 십자가 나무 조각이 있다고 들었어!"


유럽 곳곳에서 순례자들은 교회를 찾아 걷고 걸어 자신의 죄를 신성한 물건 앞에서 씻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먹고 자고 쉬어야 또 걷지 않겠는가? 사람이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유럽 최고의 교회로 가는 길에 모텔과 음식점 그리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가게들이 생기며 작은 마을이 형성된다. 교회의 존재로 인해 경제활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큰 교회가 건축되는 걸 반겼다.  몇백 년에 걸친 대 공사라고 할지언정 그로 인해 경제적인 혜택을 입는 건 그들과 그들의 후손일 테니까... 


카타콤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예수를 믿던 믿음은 이제 먹고사는 문제의 믿음으로 예수를 아니 교회를 찾게 된다. 원래 먹고사는 문제는 가장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최고 관심사이자 목적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린 알지 않는가? 먹고사는 문제에는 늘 정치와 깊이 연관된다는 것을! 그리하여 교회는 정치와 종교의 오묘한 권력구도를 만들어 낸다. 종교 지도자의 권력은 신성한 것이며 동시에 하나님과도 동일한 것이었다. 교회가 더 높아질수록 더 부유해질수록 더 화려해질수록 믿음은 변질되었다. 


얼마 전 런던에서 꽤 괜찮은 가격에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며 지인을 만났는데 몇 백 년 된 교회의 지하실이었다.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는 시대 교회를 유지하는 방법은 교회의 한 부분을 음식점으로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내어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화려한 건물이야말로 최고의 교회라고 여겼던 역사는 결국 커피와 음식을 팔아야 겨우 지탱할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동네를 먹여 살렸던 교회가 이제는 동네가 먹여 살려야 지탱을 하는 꼴이 된 것이다. 


성경은 단 한 번도 교회를 건물이라 칭한 적 없다.  교회는 늘 사람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 이들, 그의 죽음으로 인해서 구원을 받았다는 믿음을 붙들고 사는 이들이 교회였다. 예수를 사랑하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기도와 찬양으로 드려지는 자세. 어떻게든 말씀을 전하고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삶이 교회다. 


기독교가 이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화려한 교회 건물 때문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건물은 쇠하지만 진정한 교회 즉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의 믿음은 늘 지속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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