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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Aug 02. 2024

200번째 글 그리고 브런치

브런치는 맛있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서 끄적거렸던 게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그때 내 감정을 고스란히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건 글뿐이었으니까. 아이가 했던 말, 표정, 움직임, 나름 녀석의 사랑과 애정표현 모두를 담을 없어도 그때 순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행복했는지 뿌듯했는지를 남기고 싶었다. 글쓰기는 내게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기억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였다. 그런 글 쓰기는 육아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이야기마저 흔적을 남기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즐거웠던 순간, 기가 막혔던 순간, 울컥하던 순간들을 글로 써 내려가자 그때 그 순간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을 돌아보고 정리하게 해 줬다. 글쓰기는 단순히 기록의 도구가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내가 괴물이 되지 않고 사람으로 머물 수 있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글을 쓰는 것임을 알게 되자 글 쓰는 것은 매우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되었다. 나를 돌아보며 더 옳고 바른 방향으로 몸을 틀고 영혼을 틀게 하는 일은 지독한 감정의 구렁텅이에서 날 구원하는 일이었고 너저분하게 널린 생각을 주워 담는 일이었다. 


2년 전 나는 친구를 통해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일은 재미있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지만 동시에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로써 200번째 글을 쓰는 나는 어느 정도 브런치에 익숙해졌고 내 글을 찾아 읽어주고 라이크도 눌러주시는 분들께 매우 감사한 마음이 크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읽을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글을 썼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읽어주시고 라이크를 눌러주시면 그게 인생의 구석을 배부르게 한다.  그래서 브런치는 맛있는가 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2년 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쁜 일도 많았고 좋았던 일도 많았지만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인해 급히 핸들을 꺾는 기분으로 살아야 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 마다 나는 글을 썼고 글쓰기는 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견디고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 그걸 글쓰기로 알아가는 중이다. 


누구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예전에 어떤 책에서 글쓰기에 관한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내 생각이 너의 생각이 되고 우리 모두의 생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글을 쓴다는 것 혹은 무언가를 창작하고 그것을 공유한다는 것은 책임이 뒤따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저 그냥 내 생각일 뿐인데 무슨 상관이에요라고 하기에 한없이 가볍게 빠르게 남들에게 읽히고 소비되고 재생산된다.  그래서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묵직한 것이길 바란다. 스쳐 지나가지 않을 소중한 것은 원래 묵직하지 않은가. 


몇 주 뒤면 내 아이도 나도 개강을 한다. 아이는 바쁘게 학교를 다닐 테고 나는 투잡을 뛰면서 아이를 돌보며 치열하고 바쁘게 살 것이다. 그리고 바쁘게 빠르게 지나가는 내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글로 흔적을 남길 것이다. 그 흔적은 좋은 글이 되고 무게 있는 글이 되어 내 삶과 함께 깊이 무르익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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