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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 Oct 01. 2024

<레지스탕스> 좋았던 구절들

이우 장편소설


원하는 삶을 좇고 있지만 현실적인 성취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사회적 시선. 그 속에서 지키는 신념과 알량한 자존심.. 등장인물의 배경은 이렇다. 많은 예술인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설정인 것 같다.





- 아주 오랫동안 지독할 정도로 떠돌아다녔다. 이런 삶에도 목적이 존재했으니 경험하고 인식한 것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22p


경험하고 인식한 것을 기록하는 삶. 나아가 사진과 그림으로도 기록해내고자 하는 소심한 예술가의 작은 소망.





- 왜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세상 살아가는 자신의 고충을 넋두리하듯 늘어놓으며 웃음을 자아낼 수 없는 것일까. 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는 것일까. 나의 한 마디는 마치 낯선 언어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에게 불편함만 안겨주고 말았다. 이 자리에 어울리는 것은 진중함이 아니라, 익살처럼 밝고 유쾌한 것들이었다. 25p


대중성을 잃은 사업은 예술이 된다. 예술이 되었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내 예술의 가치를 지켜야 하기에 대중 앞에서 스스로를 어필한다. 하지만 당연히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한 마음만 가진다. 배고픈 예술가의 레퍼토리.





- 또래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눈빛이었다. 아주 깔끔하게 정제된 우울 같기도 했고, 너무 일찍 무언가를 알아버린 슬픔 같기도 했다. 86p


'정제된 우울'. 고작 두 단어에서 여러가지 감정과 상황이 스며들어온다. 일부, 내 모습이 투영되어 위로를 받는다.





- 하긴 코다리 강정은 별로더라. 양념치킨인 줄 알고 먹었는데 코다리일 때 그 배신감 알지? 109p


심오한 대화 사이의 발언. 유쾌해.





- 나는 이 책을 경전으로 삼기로 했어.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거든. 나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모든 것들을 다 깨부수는 거지. 112p


책의 제목은 데미안. 나 또한 이를 경전으로 삼고자 한다. 다만 이유는 다르다. 나는 책에서 언급되는 '아브락사스' 신을 마음에 담고 있다. 아브락사스 천사와 악마, 선과 악,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품은 신이다.





-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나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 그렇다면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무얼 좇아야 하는가. 나는 그 해답을 반드시 찾아야만 해. 146p


시련은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말. 이게 통하려면 경험한 적 있는 시련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련이 시련‘으로만’ 남지 않은 게 된다. 다시 마주한 시련에서는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 네 녀석이 시를 쓰는 게 아니라, 네가 쓰는 그 어둡고 우울한 시들이 너를 이상하게 만들고 있는 거란 말이다. 시? 그건 다 인생 패배자들이 자기 변명과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 거다. 인생이 아름다우면 인생을 논하지 않아. 아름답지 않으니 아름다운 척 각색하는 것뿐이지. 그렇지 않으면 현실을 견뎌낼 수 없으니까. 167p


가혹히도 잔인한 말.. 무엇으로 반박할 수 있는가. 결과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이 잔인한 말에 끄덕이고 있어야 하는가. 가혹하다.





- 내가 꿈꾸는 건 용감한 시인이야. 이 세상을 홀로 모험하면서 시를 쓰는 그런 용감한 시인. 169p


용감한 시인이라는 말, 참하다. 나도 할래. 세상을 탐구하며 생각을 기록하는 그런 용감한 수필가.





- 나는 책장에 책을 꽂을 때면 하나의 지도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읽은 책들은 내가 여행한 곳이고, 읽지 못한 책들은 내가 앞으로 여행할 곳이야. 나는 이 세계를 모두 여행할 거야. 206p


내 책장에도 읽은 책과 읽지 못한 책들이 많이 꽂혀 있다. 못 읽은 책들을 보면 설레이면서도 막막한 감정이 든다. 근데 그걸 두고 '하나의 지도'라니. 표현이 참 좋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역시 모든 건 생각하고 마음가지기 나름이구나.





- 맨 뒷장에 결말이 있지 않을까?


안돼. 중요한 건 결말이 아니라 시도들이야. 보물은 거기에 있어. 212p


과정이 보물인 삶이 곧 만족스러운 삶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사회 현실은 결과 중시. 결과가 중요한 현실에서 과정을 지키고 싶은 소망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품어보려 한다. 오롯이 나만의 만족을 위해 품는 취미다운 일, 그리고 그걸 지켜줄 수 있는 결과가 잘 나오는 일다운 일.





- 역설적으로 삶은 그래서 아름다운 거야. 인생은 비극이라는 대전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언가가 되기 위해,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또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또 발버둥 치잖아. 266p


대부분이 죽어있는 긴 우주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살아 있음'이 오히려 어색한 상태. 기어코 어색하게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살아가지 않고 죽어가고 있다. 이것이 옳은 표현이라는 비극 속에서 우리는 아름답게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 아니 어쩌면 아름답게 죽어가려 애쓰고 있다.





- 우리의 삶에 불현듯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곧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증거라는 거지. 이러한 삶을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라서, 자신의 본성대로 멋지게 산다면, 그런 사람에겐 언제 죽는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나는 그런 삶을 살 거야. 268p


죽고 싶지 않은 이유는 살고 싶으니까. 살고 싶은 이유는 아직 미래에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으니까. 언젠가 원하는 걸 이룬 삶이 실현된다면, 비로소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죽음)에 대한 미련이 줄어들 테니까.





- 그들이 왜 운명의 신을 만들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


왜 만들었는데?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봐.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기 마련이거든. 저 태곳적 인간이 천둥 번개를 얼마나 두려워했을지 생각해 봐.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천둥 번개를 무서워하지 않아. 과학적으로 이해했으니까. 잠시 놀랐다가도, 뭐야 번개네 하고 마는 거지. 따라서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거라 할 수 있어. 354p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운명이라는 개념으로 미지의 개념을 맹목적으로 납득한다. 이것이 우주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는 방법.





- 나는 비극 예술이 혁명 못지않게 강력한 메시지와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비극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내적인 무언가를 자극시켜 보고 싶어. 일종의 영적 도정을 부추기는 내적 혁명이랄까. 비극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여태껏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의 비극적인 요소들, 부조리와 억압을 인식할 수 있어. 그에 대한 해결책은 그것을 접한 인간 개개인의 몫. 372p


진리를 가르쳐주는 존재는 없다. 있다고 한들 진리에 담긴 지혜를 온전히 흡수하기란 무리. 스스로 발견하고 얻어야 한다. 그게 진짜 내 지혜.





- 당신은 그 누구도 가지 않은 최초의 길을 가고 있는 선지자예요. 그 길이 옳은지 그른지 증명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몫이지요. 길에서 쓰러질 수도, 아니 어쩌면 죽을 수도 있겠죠. 물론 돌아갈 수도 없고요. 마침내 도달한 목적지에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위험과 불안이 여기저기서 당신을 엄습할 거예요. 하지만 그만큼 자유가 충만하고 위대한 여정이라는 것은 분명해요. 392p


당신이 선택한 길이라면 마땅히 당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 길이 어떠한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위대한 자유.





-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고 싶어. 아주 오랫동안 말이야. 그리고 동시에 엄청난 책을 읽어나가는 거야. 401p


나도 어딜가든 책과 함께할 거다. 유튜브로 콘텐츠도 만들면서. 다만 세계 이곳저곳은 아니다. 해외의 모든 나라가 내가 지향하는 바인 'Inner peace'와 어울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 니체는 초인이란 춤추는 소크라테스라고 했어. 소크라테스처럼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면서 동시에, 번뜩이는 영감을 좇으면서 무의식의 언어인 예술을 사랑하는 거지. 403p


내가 원하는 삶이다. 기억해야지 '춤추는 소크라테스'..! 아브락사스 철학과도 부합하다. 이성과 논리, 동시에 영감과 예술.





- 제가 원하는 것은 그 누구도 정의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세상과 마주하는 것입니다. 걱정 마세요. 제겐 선지자들의 책이라는 훌륭한 가이드북이 있습니다. 낯선 세계를 오감으로 맞닥뜨리고, 그것을 저만의 시각으로 인식할 겁니다. 지혜로워질 것이고, 강인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얻은 지각과 영감으로 시를 쓸 겁니다.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들을 풀어낼 겁니다. 427p


책과 함께 지혜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인식한 통찰을 토대로 예술을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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