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7
대략 3년 정도 전의 일이다.
이번 꿈은 무슨 일인지 무얼 보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꿈속에서 들은 소리만은 정확하게 기억한다.
어떤 여자가 이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이 꿈을 꾼 다음날 할아버지댁에 갈 일이 있어서 퇴근 후에 아이들과 함께 갔다.
할아버지댁은 작은 시골 동네에 있는 2층 주택이다.
연로하신 할아버지와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를 고모가 모시고 사시는데 나는 가까운데 살기도 하여 자주 왕래를 했다.
고모는 퇴근 전 이셨고 집안에 계셔야 할 할머니는 웬일인지 집 밖에 나와 계단에 앉아 계시는 게 아닌가.
할머니를 집 안에 모시고 들어 가 할아버지를 찾았는데
집안에 계시지 않아 경로당에 가셨구나 생각하고 기다렸다.
저녁 7시가 다 된 시각.
저녁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할아버지가 돌아오시질 않아 왠지 걱정이 되어 경로당으로 찾아갔는데 할아버지는 그곳에 계시지 않았다.
나는 고모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하고 할아버지가 가실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봤다.
동네 지인분 집으로 놀러 가신 게 아닌가 하여 그곳에 찾아가 봤는데 역시나 그곳에서도 할아버지를 찾을 순 없었다.
혹시나 어딘가 쓰러져 계시는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며 점점 더 걱정이 되었다.
동네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제발 할아버지께서 무사하시기만을 바랬다.
그러다가 동네 어느 공장 직원분이 우리 할아버지께서
미나리를 딴다며 산 쪽으로 가시는 걸 봤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이제 할아버지를 찾겠구나 하고 그분이 알려 주신방향으로 계속 가 보았는데..
덤불이 많고 험한 길.. 할아버지는 거기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고모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ㅇㅇ아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아직 못 찾았어요..’
‘그럼 일단 집에 가있어 고모 금방 도착하니까 고모가 찾아볼게’
‘네..’
내가 집으로 돌아가니 고모가 도착하셨다.
미나리가 많이 나는 산 쪽으로 가는 길은 두 방향이었는데 고모는 내가 갔던 반대 방향으로 가서 찾아보겠다고 하셨다.
대략 10분 정도 후에 투덜거리며 오시는 고모의 뒤로
뒷짐을 지고 미소를 지으시며 천천히 걸어오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뒷짐을 진 할아버지의 손에는 검은 봉지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미나리를 한 아름 따오신 거였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찾아다녔던 나의 걱정은 한아름 딴 미나리에 만족하신 할아버지의 미소에 날아가 버렸다.
(미나리 따는 게) ‘재밌다~재밌어 ‘
하시며 고모의 걱정 섞인 잔소리를 흘려듣고 계셨다.
미나리 따기에 재미 들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셨던 우리 할아버지가 귀엽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전날 밤 꿈에서 들은 소리는 고모의 목소리였던 거 같다.
‘할아버지는?’
다음날 듣게 될 소리를 어떻게 전날 밤 꿈에서 들을 수
있는 건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똑같아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우리의 곁을 떠나신 지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그때 이후로 점점 더 쇠약해지셔서 병상에 누워 계신 모습이 할아버지의 마지막이었다.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의 하늘을 보며 나는 생각
한다.
‘저 구름 너머에 할아버지가 계신 걸까?..’
보이진 않지만 나는 언제나 우리 할아버지를 느낄 수
있다.
내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생생하게 살아 계시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깨달은 것들이 참 많다.
그중 가장 큰 건 가족의 소중함이다.
돌아가시기 전 자식들과 손주들 걱정을 하시며
우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