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자 새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아침 햇살이 대지를 적시면 여기저기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겨우내 조용했던 나뭇가지는 초록 초록 싱그러운 잎사귀들과 재잘대는 새소리로 가득하다. 창문 밖에도 새소리가 가득하지만, 집 안에서도 앵순이가 화답하는 울음소리 덕분에 집 안팎이 새소리로 가득한 봄을 맞이했다.
아파트 2층에 살고 있어서 창밖은 나뭇가지 뷰다. 앵순이는 실내에 있지만 나무들과 함께하는 친자연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최애 명당 지리가 있는데, 바람결 따라 흩날리는 잎새도 잘 보이고 오가는 사람 구경도 할 수 있다. 화단에 조경수로 심어 놓은 나무가 가까이 있다 보니 다양한 새들이 왔다 갔다 해서 앵순이도 새 구경하느라 분주해졌다. 야생 새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건지, 싸우는 건지 짹짹거리며 우는 빈도가 높아졌다. 새마다 울음소리가 다른데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자면 앵순이는 외모만 예쁘지, 울음소리는 예쁘지 않은 편이다. 음색이 곱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새가 나타나면 괜히 앵순이에게 저렇게 울어보라고 구박하기도 한다.
2층이라서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앵순이가 새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앵순이 소리를 듣고 야생 친구들이 어떤 새인지 궁금해서구경하러 오는 것 같다. 앵순이가 조용히 있으면 창밖 새들도 조용한데 앵순이가 울면 창밖에 새소리도 더 많이 들린다. 유유상종이라고 새가 있으니 새들이 보여 새(鳥) 핫플레이스 되었다.
새 가슴인 앵순이는 새들이 가까이 오면 놀라 겁을 집어먹기도 한다. 본인이 불러놓고는 막상 오니 당황하는 눈치다. 하루는 엄마 어깨에 앉아 좋아하는 물소리를 들으며 설거지 구경을 하고 있는데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주방 창문에 날아와 앉은 비둘기 형님 때문이었다. 비둘기가 방범창 위에 앉아 집 안을 보고 있으니 나도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들었는데 앵순이는 오죽했으랴. 본인보다 10배는 큰 새가 바로 앞에서 노려보고 있으니, 꽁지가 빠져라 도망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본능은 무섭다. 나는 느끼지 못한 비둘기의 기척을 앵순이는 바로 눈치채고 도망갔다.
비둘기가 집안을 보는 모습을 사진찍으려 했더니 날아가 버렸다.
비둘기는 집 안을 빤~히 바라보다 사람이 움직이니 바로 날아가 버렸다. 비둘기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람 어깨에 앉아 있는 앵순이를 신기하게 생각했을까? 부러웠을까? 아니면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는 집새를 불쌍하게 여겼을까? 비둘기가 대낮에 가정방문을 한 덕분에 앵순이는 긴장감 넘치는 반응속도 체험을 했다.
앵순이와 목소리 크기 배틀 싸움을 하고 날아간 새도 있다.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야생새와 격렬하게 음성을 주고받았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몸집이 작은 앵순이도 한 성깔 하더라. 결국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새는 금방 날아가 버렸고 앵순이는 위풍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횃대에 앉아 있었다.
앵순이 덕분에 다양한 새들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다. 찾아오는 사람은 없는데 새들이 찾아와 주니 내심 새손님들이 반갑다. 찾아온 손님들을 대접하고 싶어 모이통을 밖에 만들어 보았다. 허접하고 불편해서 그런지 아직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곧 새들의 맛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외동이라 심심한 앵순이에게 많은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앵순아~ 찾아오는 친구들 너무 적대시해서 배척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보렴. 인사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고 야생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보렴. 그럼,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거야.
*<개새육아> 매거진은 주 2회 발행합니다. 개이야기와 새이야기를 번갈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동물가족 이야기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