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되는 말들이 있다. 친구들의 그림을 보고 나도 모르게 '좀 더 예쁘게 그려볼까?' 하는 말들이 그렇다.
어느 날 집에 가는 길에 경력이 오래된 부원장님이랑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경력이 얼마 안 된 선생님들의 경우에 아동미술을 하다 보면 입시미술과 성인들이 그린 그림과 아동미술의 형태력, 그리고 색칠에서 오는 차이가 크다 보니 만족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동미술에서 정말 중요한 건 친구들이 그림에 대한 흥미와 두려움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그 말을 들으면서 좀 크게 깨달았던 것은 예쁘게 그리자 라는 말이 정말 친구들을 위한 말이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예쁘게의 포인트는 그 친구들의 기준이 아닌 ‘나’의 관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예쁘게’ 선생님의 맘에 들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이 어린 친구들에게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동의 유형에 따른 반응
A type > 약이 되는 유형 예쁘게 그리자는 말이 항상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가 칭찬으로 작용될 때가 있다. 바로 A같은 유형의 친구이다.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열정을 가지고 있고 흥미가 있는 친구는 좀더 예쁘게 그려볼까 하는 이야기를 듣고 형태에 집중을 하고 관찰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친구는 그림을 좀 더 예쁘게 그릴까 하는 말이 타박이 아니라 좀 더 집중하고 관찰해보자 하는 말로 이해하고 그림을 그렸다. 나중에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관찰해서 디테일하게 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확실히 약이 되었다. B type > 독이 되는 유형
또 다른 예쁘게 그리자는 말을 많이 들은 친구 b는 그림을 그리는데 좀 더 집중하고 잘은 그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어느샌가부터 잘 그리다가도 못 그리겠다, 혹은 망했다, 선생님이 대신 그려주면 안 되냐 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예쁘게 그리자 라는 말의 극명한 단점이 드러나는 일례인 것이다. 그 친구에게 그림은 재미에서 어느새 공부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하면서 그려야 하는 문제로 변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좋은 약으로써 작용된 친구와 두려움을 가지게 된 친구,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을 가진 친구들에게 다시 동기부여를 시키는 말들을 공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