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독버섯에 중독되면서도 야생버섯을 먹는 이유
매년 독버섯 중독사고가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야생버섯을 즐겨먹습니다. 그 끔찍한 인명사고가 일어나도 계속 야생버섯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야생버섯만이 갖고있는 독특한 풍미와 식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보카도 맛이 나는 달걀버섯, 태운 고무 풍미가 나는 까치버섯, 야리꾸리한 냄새가 나는 트러플 등등 야생버섯은 그 어느 식재료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오묘한 맛을 즐기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버섯을 따오고 요리해 먹습니다. 야생버섯채집은 노련한 경험과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맹수사냥과 비슷한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버섯 채집을 ‘Mushroom hunting’ 이라고 부르는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버섯을 즐기면서도 즐겨하지 않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간혹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꼬꼬마 시절에는 숲속에 버섯들이 풍족하게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합니다. 그 이유는 땔감으로 쓰기 위해서 숲속의 낙엽들을 모두 긁어 모아 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너무 많이 쌓여있는 낙엽은 땅속에 숨어있는 균근성 버섯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방해가 되거든요. 심지어 어느 지역의 능이나 송이 군락지의 관리인은 매년 쌓여있는 낙엽들을 수거해서 버섯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작업을 한다고 할 정도니까요. 어쨌든, 그 옛날 그 시절에는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으니 숲속의 먹을만한 버섯들은 모조리 수집해서 먹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야생버섯을 익숙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죠.
시간이 지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접어들면서, 식량자원이 풍부해지고 인터넷과 대중매체가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야생버섯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죠. 더이상 낙엽을 땔감으로 쓰지 않아 전보다 버섯이 많이 나오지 않거니와, 전국 어디서든지 식량자원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굳이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산속을 뒤져가며 야생버섯을 찾아 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차타고 잠깐 나갔다 오면 양손 가득 식재료가 담긴 봉투를 들고 올 수 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대중매체에서는 매년마다 독버섯 중독사고 소식을 알려주며 사람들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야생버섯의 인식은 사람들의 달라진 생활패턴과 함께 변화했습니다. ‘야생버섯은 절대 손도대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아야할 위험한 존재’로 말이죠. 저는 아름다운 자연의 산물중 하나인 야생버섯이 혐오의 대상으로 된것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야생버섯은 죄가 없습니다. 단지 숲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 할 뿐입니다. 달라진건 사람들의 인식일 뿐이죠.
언제는 버섯이 많은 공원을 걷고 있었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큼지막한 버섯을 가까이 들여다 보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계시더라고요. 다가가서 어떤버섯인지 보았더니 맹독성 버섯중 하나인 뱀껍질광대버섯 이었습니다. 계속 주변을 서성거리시는 걸 보니, 혹시나 가져가서 드실 것 같아서 아주머니께 이거 맹독성버섯이라고 알려드렸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이것은 큰갓버섯이라고, 맛있는 식용버섯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저는 그자리에서 버섯을 뽑아 큰갓버섯과 뱀껍질광대버섯의 차이점을 살명해주며, 제 손에 들고 있는 버섯이 맹독성버섯임을 다시 알려드렸습니다. 그날 저는 사람을 한명 구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앞선 선례와 마찬가지로, 독버섯 중독사고의 주 연령층은 어르신들입니다. 보통 옛날에 특정 버섯을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있는 분들이 위험한 분들입니다. 눈앞에 있는 정체모를 버섯이, 그 옛날에 먹었던 버섯과 다름없이 생겨서 ‘괜찮겠지’ 라며 드시곤 합니다. 그렇게 매년마다 독버섯 중독사고가 일어나는것입니다. 즐거웠던 추억이 끔찍한 악몽으로 변하는 것 만큼 잔인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매년마다 지자체에서 독버섯 중독사고에 대해 주의를 주는 것이고요.
제가 사람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지만, 야생버섯을 먹는 행위는 노련한 야생버섯 애호가들이 즐기는 고인물 컨텐츠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야생버섯을 먹겠다는 소리는, 게임으로 비유를 하자면, 이제 막 캐릭터 생성한 초보자가 몽둥이 하나 들고 보스를 때려 잡으러 가겠다는 소리와 똑같습니다. 그들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죠. 가벼운 증상으로는 앞뒤로 ‘폭력적인 배출’을 경험하게 될것이고, 심하면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이 찾아 오겠죠. 그래도 야생버섯을 먹고 싶으신가요?
여기까지 글을 읽다보면 글쓴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감이 안오실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는 야생버섯이 선사하는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찬양하고 있고, 뒤에서는 야생버섯에 대한 경고를 적어 두었으니까요. 그래서 먹으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제 대답은 야생버섯을 먹을 땐 극도의 신중함을 함께 곁들여 먹으라는 얘기입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심사숙고 한 끝에 시도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야생버섯은 여러분들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 입니다. 눈앞의 야생버섯은 먹어 보고 싶은데, 보고 또봐도 모르겠으면 고인물 들한테 쩔해달라고 부탁 할 수도 있고요. (노련한 버섯애호가들과 함께 버섯을 즐기라는 얘기입니다.)
어쩌다 보니 글의 분위기가 야생버섯 섭취를 주의 하라는 방향으로 더 기울어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버섯이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서는 쥐꼬리만큼 써 놓고선 정말 매력적인 식재료라고 홍보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버섯이 갖고 있는 매력이 너무나도 많아서, 이번 글 하나에 다 써놓기는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글 부터는 본격적으로 매력적인 식용버섯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이야기의 첫 주인공은 클램챠우더향이 나는 독특한 식용버섯이 될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Manta_fung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