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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ㅇ혜 Oct 13. 2022

칼 구스타프 융의 전체성

융의 심리학은 원형에 기초하고 있다. 원형은 타고난 심리적 행동 유형으로서 본능과 연결되어 있으며 활성화될 경우 행동과 정서로 나타난다. 융의 원형 이론은 세 단계를 거쳐 발달했다. 1912년 그는 태고적 이미지(primordial images)에 대해 썼는데 이것은 전 인류 역사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주제들과 유사하다. 그것들의 주요 특징은 힘과 깊이 그리고 자율성이다. 융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의 경험적인 내용은 태고적 이미지로부터 왔다. 그는 1917년에 우세점(dominants)에 대해 썼는데 이것은 에너지를 끌어 당겨 개인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매듭점을 말한다. 그는 유전되는 것은 심리적 내용이 아니라 표현될 수 없는 근본적 구조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1919년에 처음으로 원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문헌에서는 원형 자체라는 용어가 언급되는데 이것은 융이 원형을 원형적 이미지, 모티프, 주제 그리고 유형으로부터 분명히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원형은 본능과 이미지를 연결시켜주는 심리, 신체적인 그 무엇이다. 융은 인간의 심리와 이미지를 생물학적 욕동의 파생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미지가 본능의 목표를 불러일으킨다는 그의 주장은 이미지가 본능과 동등한 자리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이미지는 어느 정도 원형적 성질을 띤다.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을 너무 엄격하게 나누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정신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 개념인 원형이 살아 있는 개념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적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융의 원형은 의식의 중심으로서의 자아(Ego)의 원형과 마음(영혼) 전체의 중심으로서 가정되는 자기(Selbst)의 원형이다. 자아가 원형인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융의 심리학에선 의식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원형이 자아이다. 자기원형은 자아에게 작용하지만 그 작용은 의식에 대해 여러 가지로 해석되며 전형적인 유형으로서의 작용으로서 의식된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과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학문적 성격이 있다. 과학이 구체적인 어떤 것(thing)에 대한 연구라면 철학은 구체적 어떤 것이 없는 것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에 관한 연구이다. 여기에서 없는 것이란 오관(五官)을 통해 볼 수 있는 감각세계를 넘어서서 심안(心眼)을 통해 감각세계의 대상에 나타난 의미를 보는 세계를 말한다. 감각의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의미의 세계에서 보면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참으로 있는 것, 참된 현실(real reality)을 가리키는데 이를 전일성(全一性) 또는 전체성(全體性)이라 하고 이런 성격이 바로 철학의 성격이다. 이를 또 다른 말로 하면 전체로서 드러나는 특성으로 ‘심성(心性)’ 혹은 ‘인간의 본성(本性)’을 가리킨다. 인간을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를 다루는 분석심리학적 인간관은 인간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한다. 분석심리학에서 보는 인간의 본질은 정신의 전체성에 있다. 융은 전체성을 자기(自己. self)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본질에 관한 질문은 자기에 대한 질문이 된다. 자기는 우선 자아(自我. Ego)와 구별된다. 자아가 일상의 나라면 자기는 본래적 나이다. 자기의 개념은 융의 집단무의식의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 프로이드는 무의식을 사람의 실수, 잊어버림, 공상, 노이로제 등 각종 정신장애의 증상 그리고 꿈에서 찾았다. 이를 융은 개인무의식이라 했다. 융은 집단무의식(초개인무의식, 비개인무의식)은 개인적 특성과는 관계없이 사람이면 누구에게서나 발견되는 보편적인 내용으로 태어날 때 이미 가지고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집단무의식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동 유형을 말하는 원형들로 구성된다. 의식과 무의식은 대극성(對極性)을 전제로 하고 있고 그 대극성을 균형 조화롭게 하여 정신의 전체성을 이루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본질은 정신의 전체성 혹은 전일성에 있고 그것은 자기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기는 자기원형으로서 정신의 전체성을 이루는 보상기능과 초월기능을 갖고 있고 자기의 본성은 절대지나 절대의식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자기의 절대의식성은 자아의 상대적 의식성, 즉 분별성과는 달리 무분별성의 평등일여(平等一如)이며 진정한 의미의 현실을 드러낸다. 그 드러난 현실이 실현된 인간 정신이 전체성이다. 융의 정신분석에는 치료적 측면과 성숙의 측면,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융에 의하면 정신분석은 인간의 내면적인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영혼의 길을 찾아 나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융의 정신분석은 우리의 정신 발달을 위한 과정이며 인간 정신속에 있는 수많은 대극적 요소들을 통합하여 온전한 인격을 이루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신건강이란 의식화나 자각의 과정이며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실현의 과정, 즉 개성화 과정이다. 이 개성화 과정은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는데 전반기의 개성화 과제는 사회 적응(자아 강화)에 있고 인생의 후반기의 개성화 과제는 자신의 내면세계에의 적응(자기 강화)에 있다. 융의 전체성 사고는 정신을 비롯해서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전체성을 아우르는 것이다.

개성화는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의 내적 세계를 통합하여 살아 있는 관계를 이루는 과정이다. 부분은 전체를 이해하고 지각을 통해 자신을 의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할수록 집단 무의식에 중첩된 개인 무의식은 사라지고 의식은 더 이상 사소하고 과민하며 개인적인 자아 세계안에 갇혀있지 않고 더 넓은 객관적 관심의 세계 속에 자유롭게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이기적인 갈등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열린 마음 자세를 갖고 변화하면서 발달해 간다. 그런 자세에서 일체의 독단은 사라지고 포용의 덕을 실현할 수 있다. 정신의 전체성의 실현은 개인은 개성의 실현이기 때문에 그 실현을 개성화라고 하고 그 실현 과정을 개성화 과정이라고 한다. 개성화 과정은 무의식적 내용의 의식화가 핵심인데 의식화는 이해의 문제로 체험에 속한다.      

융은 개성화 과정을 정오를 기점으로 오전을 태양이 상승하는 인생의 전반기(生)로 오후를 태양이 하강하는 인생의 후반기(死)로 비유한다. 이 전, 후반기의 삶은 방향과 삶의 목적이나 과제가 다르다. 전반기에는 외적 세계에의 적응에 두고 자아를 강화하고 후반기에는 자신의 내적세계에의 적응에 두고 무의식을 의식화하여 자기를 강화 또는 자기를 실현하는데 있다. 전반기는 집단화를 후반기에는 개성화를 말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화는 결국 인생의 후반기를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인생 전반기에 자아강화가 없이는 후반기에 무의식을 의식화 할 능력이 없다.      

(1)인생의 전반기 : 자아강화      

출생으로부터 시작되는 전반기 인생은 심리학적으로 전혀 분화되지 않은 집단무의식 상태이거나 자연의 상태 그대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아가 생성되고 발달하며 태도유형과 의식기능의 분화가 일어나고 페르소나(Persona)가 생긴다. 페르소나는 외계와의 적응에서 집단적으로 주입된 생각이나 가치관 같은 집단정신의 한 단면인데 집단이 요구하는 역할에 잘 순응하게 한다. 신축성 있는 적절한 페르소나는 성숙한 인간에 속하고 경직된 페르소나는 이미 잘못된 인격 발달의 징표이다. 이는 특히 인생의 후반기에 나타난다.

(2)인생의 후반기 : 자기강화 혹은 자기실현      

인생 전반기의 개성화는 자아가 자기로부터 떨어져 나감으로써 자아를 강화하는 시기라면 인생 후반기의 개성화는 인생의 전반기에 달성한 자기강화를 바탕으로 무의식의 내용을 의식화하고 이해함으로써 자아가 자기에 접근해 가는 과정, 즉 자아가 자기에로 변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후반기에서는 자기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기가 자신의 주체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집단무의식은 융의 분석심리학의 중심 개념으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공유된 정신적 자료의 집합을 말하며, 정신의 가장 접촉하기 어려운 가장 깊은 곳(수준)에 존재하며, 개인정신의 토대가 되는 보편적인 진화, 경험의 저장소이다. 융은 집단무의식을 인류 이전의 선행인류로부터 전해지는 원시적 이미지로 구성된 잠재적 이미지의 저장고라고 보았으며 개인에 내재되어 세계를 경험하고 반응하는 소질 및 경향성이라고 정의하였다. 융은 처음에는 콤플렉스가 외상적인 어린 시절의 사건에서 생긴다고 믿었지만 후에 훨씬 더 깊은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콤플렉스가 종(種)의 진화사(進化史)에서 어떤 경험, 즉 유전기제를 통해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느꼈다. 마치 우리 각자가 자기 과거의 모든 경험을 모아서 정리, 보존해 온 것처럼 인류도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진화경험의 저장소인 집단무의식은 정신의 가장 접촉하기 어려운 가장 깊은 수준에 존재하며 한 개인 정신의 토대가 된다. 초개인적 구조로서 이미지, 상징, 신화가 원시인에서 현대인으로 전수 된 원형의 가상창고인 집단무의식은 현재의 모든 행동을 지시한다. 따라서 정신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 같은 아주 오랜 옛날의 인간경험은 무의식적인 것이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그것을 기억하거나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대신 아주 오랜 옛날의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조상과 똑같은 방식으로 지각하고 사고하고 느끼는 소인(근본이 되는 원인)이나 경향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경향성이 우리의 행동에 실제로 나타나는지의 여부는 앞으로 직면하게 될 특정 경험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원시 조상들이 어두움을 두려워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하나의 소인을 물려받는다. 이 말은 우리 각자가 자동적으로 어두움을 두려워하는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밝은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어두움을 두려워하는 것이 더 쉽게 학습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존재하며 그 소인을 현실화시킬 적당한 경험(말하자면 어두움 속에서 악몽으로부터 깨어나는)만을 필요로 한다. 융은 ‘그가 태어날 세계의 모습은 하나의 허상으로서 이미 그의 내부에 타고난다’고 기술하였다. 또 하나의 예로서 융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정해진 방식으로 어머니를 지각하는 소인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머니는 일반적으로 과거 세대의 어머니들이 행동했던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소인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과 일치할 것이다. 타고난 우리 세계의 본질은 우리가 경험을 지각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사전에 결정해 준다. 융은 여러 문화권의 탐구를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이러한 공통된 경험과 유사한 주제 및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또한 이러한 주제들이 자기 환자들의 환상과 꿈속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고대와 현대 사이의 이러한 일치성으로, 융은 어떤 경험들은 수많은 세대를 통해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영혼 속에 새겨져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 처럼 종족기억(racial memory)이라고도 불리는 집단무의식은 융이 제안한 독창적인 개념으로 분석심리학의 이론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된다. 집단무의식에는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를 통해 공유해 온 모든 정신적 자료, 즉 인류의 보편적인 종교적, 심령적, 신화적 상징과 경험이 저장되어 있다. 인간정신의 기초를 형성하는 집단무의식의 기본 구조는 원형으로 융은 이러한 구조가 생물학적으로 기초가 되면서 타고난 것이라고 믿었다. 집단무의식은 직접적으로 의식화되지는 않지만 인류 역사의 산물인 신화, 민속, 예술 등이 지니고 있는 영원한 주제의 현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관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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