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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ㅇ혜 Oct 13. 2022

칼 구스타프 융의 페르소나

페르소나는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본디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그것이 점차 인생이라는, 연극배우인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철학용어로는 이성적인 본성(本性)을 가진 개별적 존재자를 가리키며 인간, 천사, 신 등이 페르소나로 불린다. 즉, 이성과 의지를 가지고 자유로이 책임을 지며 행동하는 주체를 말한다. 신학용어로는 의지와 이성을 갖추고 있는 독립된 실체를 가리키며 삼위일체의 신 곧, 제1페르소나인 성부(聖父), 제2페르소나인 성자, 제3페르소나인 성령을 이르는 말이다. 심리학적으로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이 쓰는 사회적 가면 또는 사회적 얼굴을 의미한다.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또는 자아가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타인에게 투사된 성격을 의미한다. 페르소나는 성 정체성이나 자아 정체성 또는 직업 같이 사회가 규정하는 나에 대한 인식과 관련되어 있다. 개인이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밖으로 내놓는 공적 얼굴이다. 개인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자기 성격의 한 측면을 페르소나로 강조하기도 하고, 전 생애동안 많은 페르소나들을 사용하는데,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감독이 자신의 영화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특정 배우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흔히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서 특정한 배우와 오랫동안 작업한다. 이때 배우는 감독의 페르소나(가면)가 된다. 감독은 자신이 직접 출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분신을 통해 배우에게 일종의 역할극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페르소나는 감독의 자화상이자 영화의 자화상이 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자아가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 융에 따르면 페르소나는 자아가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성격, 외면적으로 보여 지기를 원하는 자기 모습, 사회적 자아로서 사회적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ㅇㅇㅇ로서의 나’와 같은 인간의 가장 외적인 인격이다.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으며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고유한 심리 구조와 사회적 요구간의 타협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페르소나는 개인이 사회적 요구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융은 페르소나가 진정한 자아와 다르며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하거나 자신을 은폐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진정한 자아와 갈등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융은 페르소나를 원형의 하나로 생각했으며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어떤 사회에서든 관계와 교류를 촉진시키는 수단이 필요한데 부분적이기는 하나 페르소나가 이 기능을 담당한다. 페르소나는 본래 병리적이거나 거짓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개인이 자신의 페르소나와 지나치게 동일시하게 되면 병리적으로 될 위험이 있다. 이것은 사회적 역할(예를 들어, 변호사, 분석가, 노동자)을 초월하는 것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주며 성 역할 개념이 너무 경직되어 있거나 다양한 발달 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요구사항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융의 심리 구조 모델에서 페르소나는 자아 와 외부 세계를 연결해주는 중재자이다.


그림자란 성격의 부정적인 부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모든 불유쾌한 요소들의 총합, 인간 특성 중 열등하고 가치 없고 원시적인 부분, 개인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말한다. 융은 모든 사람에게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재하는 모든 것은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자아와 그림자의 관계는 빛과 그늘의 관계와 같으며 바로 이 그림자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 그림자는 본능적으로 번식과 생존에 초점을 둔, 도덕과 관계가 없는 정신의 초도덕적인 인류 발생 이전의 동물적인 측면으로 인간의 어둡고 사악한 측면을 나타내는 원형이라고 하였다. 그림자는 자아(ego)나 자기상(self-image)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리 자신이 용납하기 어려운 특질과 감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억압된 약점, 부족한 점, 본능으로 구성된 무의식적 마음의 한 부분인 그림자는 아니마와 아니무스, 페르소나와 함께 원형에 포함된다. 모든 사람은 그림자를 이유로 움직인다고 할 만큼 그림자는 개인의 의식적 삶에서 쉽게 나타나지 않고 병적이다. 융에 따르면 그림자는 본능적이고 비합리적이며 투사적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투사(자신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 등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지각하는 것. 투사는 자 신의 받아들일 수 없는 부정적인 생각, 느낌, 태도 등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자신의 부정적인 욕구나 감정에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돌림으로써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다)는 자아와  현실세계 사이에 두꺼운 환각을 형성하여 개인을 고립시키고 손상시킨다. 융은 또한 인간의 어두움을 위한 축적기능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는 창조성의 소재지라고도 언급하였다. 이는 인간성의 어두운 측면, 즉 사악한 그림자 또는 재미없는 학자에 대항함으로써 삶의 진실한 영혼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림자는 꿈, 비전, 다양한 양식으로 나타날 수 있고 대개 꿈꾸는 자와 동일한 성별의 인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림자는 인생의 어두운 특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마음의 무계획적이고 원시적인 측면이다. 그림자의 외형과 역할은 개인의 살아온 경험에 따라 다르다. 왜냐하면 그림자의 대부분은 간단히 유전되어온 집단무의식보다 개인무의식에서 발전되기 때문이다. 꿈에서 그림자와의 상호작용은 인간의 마음상태를 발견하도록 한다. 그림자와의 대화는 그 사람이 갈등하는 욕구나 긴장과 관련있다. 융은 그림자가 단순히 한 층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였다. 가장 높은 층은 의미있는 흐름과 인간적 경험, 방향의 징후를 포함한다. 이는 주의변화, 단순망각, 억압에 의해 개인 안에서 무의식적 요소를 만든다. 그러나 모든 층 아래에는 모든 인간의 정신적 내용의 형태인 원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그림자의 가장 아래층을 융은 집단무의식이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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