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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Jun 12. 2024

백종원은 왜 홍콩반점을 급습했을까

백종원 씨가 자신의 중식 체인인 <홍콩반점>을 기습 점검한 영상이 핫하다

업로드 8일 만에 조회수가 무려 700 만회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바로 이 두 장면이었는데


본사에서 제공한 레시피대로 요리하지 않거나 재료(특히 고기)를 아껴 형편없는 수준의 음식을 내놓은 지점의 점주가 '음식은 남편이 만든다'며 핑계를 대는 장면이다. 이 지점은 불과 몇개월 전에도 같은 문제로 본사직원의 교육을 받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레시피 시현 영상을 볼 수 있는 대형 모니터를 주방에 설치한 이후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한 상황. 백대표는 분노한다.


당장의 이득에 눈이 멀어 더 큰 것을 놓치는 '황금을 낳는 거위' 우화는 친숙하다 못해 자연스러울 지경이다


백종원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요식업 사업가다.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도 안된 요식업자들의 자세를 거침없이 꾸짖는 장면은 통쾌함을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백종원 씨 본인 업장이나 잘 관리하세요'라는 직설적 불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중식당인 <홍콩반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드디어 정면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백대표가 문제 지점의 요리를 시켜 먹어보고 실태를 파악한 후 해결하는 형태의 콘텐츠로 제목이 '내꺼내먹'이다


이 콘텐츠는 여러모로 신선한 충격이다

대표가 직접 나서 자신의 브랜드를 암행 점검하는 일도 의외인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날 것 그대로의 문제, 그러니까 불다 못해 눌어붙은 짜장면의 비주얼이나 불친절한 서비스 실태 등 스스로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를 거침없이 공개하는 행보 역시 놀랍다     


타 브랜드였다면, 대표가 나설 수는 있어도 문제를 이런 식으로 까발릴 수 있었을까?

대개는 덮어버렸거나 미화하거나 어떻게든 외부에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고 갖은 수를 썼을 테니 말이다


문제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


백대표는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분명 균일한 맛을 내는 레시피도 갖췄고 양품의 식재료도 본사 차원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고

그대로만 하면 되는데 왜 그러는지를 모르겠다는 푸념 


전국 수백 군데가 넘는 지점을 하나하나 챙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부 지점의 욕심과 일탈로 정직하게 장사하는 대다수의 지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은 분명 일리가 있다


백대표처럼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성과 진정성(이 있다고 보여지는)을 가진 대단한 능력자조차도 결국은 사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구나 라는 놀라움과 함께, 기업이든 개인이든 사람을 가려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물론, 직원을 채용하는 일과 프랜차이즈 브랜드 지점을 모집하는 일은 다른 성격일 수 있다. 점주를 모집할 때 면접을 보거나 인성검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모두들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보지 않던가?


그런데 이 문제는 생각보다 엄중하다. 특히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면, 본사 직원보다 해당 브랜드를 달고 고객을 직접 맞닥뜨리는 현장 사람들의 파괴력이 몇 배는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최근 배달 플랫폼의 대명사격인 B사 역시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떠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약 1년여 전쯤부터 그 조짐을 관찰한 바 있다

민트색 B사 배달통을 달고 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라이더들을 수시로 목격하면 서다

빠른 배달만이 유일한 경쟁력이기라도 한 듯, 신호도 무시하고 쌩쌩 달리며 위협운전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라이더들의 문제만이 아닌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B사의 내부 문제임을 짐작케 했다


물론 산업전반으로 보면, 물류 거인 <쿠팡>과의 치킨게임으로 모든 배달 플랫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도로라는 최접점에서 기업 브랜드를 달고 곡예 운전을 하는 라이더들의 이미지는 브랜드를 훼손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외주를 줬건 어쨌건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는 건 그들의 오토바이에 매달린 민트색 배달통 브랜드니까


아니나 다를까, 배달료 무료라며 대대적인 이벤트를 하면서 그 부담을 가맹점주들에 떠넘겨 불만이 폭증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블라인드 등 기업을 평가하는 커뮤니티에는 23년부터 조직이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내부자들의 폭로도 잇따른다. 조직 내부에서도 우리 조직문화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OO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으로 뭇 기업들에게 파괴적 충격을 줬던 초기 행보에 비하면, 적어도 퇴보라는 말이 무리는 아니지 싶다. 이는 분명 사람관리 실패에서 온 뒷걸음질이다     


다시, 홍콩반점으로 돌아와서

뒤늦게라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백대표의 노력은 박수칠만하다

올렸다 하면 수백만 회에 달하는 영향력 있는 대표의 유튜브에 낯낯이 문제점이 까발려졌으니 당분간은 양질의 음식과 서비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선뜻 사라지지 않는 궁금증


'얼마나 갈까?'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옛말이 맞다면, 연이어 문제를 일으켰던 몇몇 지점은 감시와 통제가 느슨해질 즈음 같은 문제가 반복되거나 그전에 가게문을 닫게 되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그땐 이미 고객의 마음속에 '이놈의 <홍콩반점> 다시는 안 간다'라는 인식이 박혔을 것이다


사람 좋은(것으로 보여지는) 백종원 대표가 간과한 것은

다 나 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사업이니 스스로의 얼굴에 침 뱉는 짓은 안 하겠거니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또한 어딜 가나 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못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사업이 확장될수록 구멍은 생길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이치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면?


나는 이 시점에서

기업의 사람에 대한 시각은 어떠해야 하는가? 를 생각한다


누구를 뽑고 누구를 걸러야 하는가?라는 문제

인사는 만사라고 말들은 하는데, 정말 그런 중대함을 인식하고 사람을 뽑고 있을까? 에 대한 본질.

글쎄, 선뜻 그렇다는 말이 안 나온다


우리 기업들이 인성검증에 사실상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제대로 된 인성 검증 방법론이 없거나

둘째, 검증할 수는 있어도 스펙에 매몰되거나


나는 S 모 그룹에 처음 조인했을 때 약 5년간 그룹공채 업무를 맡았었다. 공채가 시작되면 못해도 수천 장이 넘는 이력서기 쏟아져 들어온다. 두어 명의 담당자들이 그 많은 이력서를 꼼꼼히 읽는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그룹에서는 어떤 기준을 내려보냈다. 학교, 전공, 학점, 어학 등을 점수화한, 말하자면 스펙 스크리닝을 위한 가이드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걸러진 서류들을 읽고 일정에 맞춰 인적성검사, 면접 참가자들을 선발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인적성 검사 결과 이후였다. 인성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왔음에도 스펙이 좋다는 이유로 꾸역꾸역 살아남은 이들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담당자인 나조차도 인성검증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어디나 다 하는 요식행위 정도로 생각했으니까.


물론 인성면접도 있었다. 최종 임원 면접에 '인성면접'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지만 사실상 임원의 자기 취향 선발대회가 되기 일쑤라 최종 합격자의 인성이 검증되긴 했는지, 됐다면 어떻게 된 건지 오리무중이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입사한 인성 부적격자들은 대개 적응을 하지 못해 조기 퇴사하거나 남더라도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십 년도 넘은 일이라 지금도 동일하게 채용절차가 유지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이성지능 중심 엘리트주의는 큰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그 편향은 더 심할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극단적인 결과지향주의에 빠져 단기 이익에 매몰되고 그 과정에서 비인간적인 모욕과 막말, 갑질, 차별과 편법, 탈법, 불법이 알게 모르게 자행되도록 만든 원인은 자명하다. 머리는 좋지만 인간의 마음이 현저히 결여된 문제적 종족들을 엘리트로 추앙해 온 인재관에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가치소비', '가치노동' 등 인간의 이해와 공감능력에 기반한 언어로 활동하는 기업이야말로 좋은 기업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 자발적 팬덤이 생겨 덕질하는 기업이 되는 증거를 속속 목격한다.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시대적 변화 앞에 케케묵은 구시대 엘리트주의를 털어내지 못하면 도태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럼 어떻게 인성을 검증할 수 있을까?

나는 무려 수백년간 이어져 온 전통의 지혜 4단에서 그 힌트를 얻고자 한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


이 네 가지 인간의 마음이 결여된 존재, 특히 측은지심이 결여된 존재를

인면수(人面獸) 이라 부른다면,


우리가 할 일은

네 가지 인간의 마음(포심)을 검증해 인면수심을 검증해내는 것이다


4단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해

포심(4심)으로 명명하고 검증 과정을 구체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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