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삶을 지탱해주는 기쁨들에 대하여

뻔하고 사소해도 괜찮아

by 여름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행복, 기쁨, 웃음’이라는 단어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런 감정을 잃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예전보다 행복의 역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친구들 얼굴만 봐도 꺄르르 웃고, 낙엽만 굴러가도 즐거웠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지금의 나는 밤마다 무의미한 쇼츠를 넘기다 잠들고, 아침엔 겨우 몸을 일으켜 하루를 버틴다. 불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행복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언제 나는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생각보다 사소한 장면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일을 모두 끝낸 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보는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

늘 나만 바라보는 강아지와 함께하는 러닝과 산책.

금요일밤 좋아하는 이와 맛있는 걸 나눠 먹으며 근심 걱정 없는 주말을 기대하는 것.

오래 전부터 살까말까 고민한 뒤 구매를 결심한 제품의 택배를 기다리는 일.

3개월 전 예약한 연말 해외여행 등등.


겉으로는 뻔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바로 그것들이 내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이다.


혹시 다시 삶에 낙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온다면, 오늘처럼 잠시 멈춰 서서 곱씹어 보자.
책이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거창한 행복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를 웃게 하는 소소한 기쁨이면 충분하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오늘처럼 작고 사소한 순간들을 마음에 품는 것, 그것이면 완벽하다.

오늘은 그 기쁨을 알아차렸기에, 어제보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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