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민자로 살아간다는 것
‘HSP(Highly Sensitive Person)’.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단번에 그것이 나를 가리킨다는 걸 알았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늘 예민했다. 작은 소리에도 심장이 쿵 하고 반응했고, 공기의 흐름과 사람들의 눈빛까지 읽히니 세상은 언제나 소란스러웠다. 감각기관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으니 피로는 남들보다 빨리 찾아왔다.
남들이 당연하게 해내는 일들이 나에겐 버거운 시험지 같았다. 하루를 살아내는 데에도 온 신경이 소모되었다. 모든 기류를 읽어내면서 원치 않는 사실까지 알아버리곤 했고, 그로 인한 자책과 우울 속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이 모든 것이 ‘타고난 기질’이라는 사실이었다. 고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알게 된 단어가 HSP였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 그리고 내 감정 소화 불량을 지칭할 수 있는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힘들다. 대중교통 속 낯선 이의 한숨에 마음이 흔들리고, 새로운 공간의 미묘한 분위기에 지쳐버린다. 가까운 이들의 작은 감정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애써 모른 체하려 애쓰지만 상상은 꼬리를 문다.
HSP,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아직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평생 초예민자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은 더 편안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나의 기질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